"솜털 보송한 아이, 더 넓은 곳으로"…졸업장에 가득 찬 제자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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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들어 안아주고 싶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출가하는 자식을 보듯 입술을 깨물며 보냅니다. 우리보다 더 좋은 선생님, 더 좋은 벗들을 만나서 멋진 삶을 가꾸시길 기원합니다."
졸업하는 학생을 향한 교사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졸업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경상남도교육청이 공개한 졸업장에는 "학생은 솜털 보송한 아이로 우리 학교에 왔었는데, 울고 웃으며 보낸 3년 동안 몸과 생각이 자라서 더 넓은 곳으로 보냅니다" 등의 문구가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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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암高는 '졸업장' 대신 '지극한 정성'
"붙들어 안아주고 싶고,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출가하는 자식을 보듯 입술을 깨물며 보냅니다. 우리보다 더 좋은 선생님, 더 좋은 벗들을 만나서 멋진 삶을 가꾸시길 기원합니다."
졸업하는 학생을 향한 교사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졸업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학교법인 효암학원이 운영하는 경상남도 양산 개운중학교는 지난해 12월 29일 열린 2023학년도 졸업식에서 284명의 졸업생에게 예년과 다른 내용의 졸업장을 나눠줬다.
11일 경상남도교육청이 공개한 졸업장에는 "학생은 솜털 보송한 아이로 우리 학교에 왔었는데, 울고 웃으며 보낸 3년 동안 몸과 생각이 자라서 더 넓은 곳으로 보냅니다" 등의 문구가 쓰여있다.
‘위 사람은~’으로 시작하는 전형적인 졸업장 문구에서 탈피한 내용이다. 개운중 설명을 들어보면 이 문구는 김순남 교감이 직접 썼다.
그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아이들은 매년 달라지는데 어느 학교를 언제 졸업했는지와 관계없이 똑같은 글로 보내는 건 좀 성의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에 올해부터 매년 아이들과 생활한 느낌을 살려서 졸업장 문구를 써 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한 해 동안 교사들이 학생이나 학부모와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이 전국을 뜨겁게 달궜지만, 그런 과정이 결국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밑바탕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힘듦을 이겨내고 성숙해서 나가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축복해 주자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오수정 개운중 교장은 ”졸업하는 아이들을 보면 자식을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보내는 심정“이라면서 ”축복과 조마조마한 안타까움이 늘 교차하는 시기“라고 전했다.
효암학원이 운영하는 또 다른 학교인 양산 효암고는 ‘졸업장’ 대신 표지에 ‘지극한 정성’이라는 말을 넣어 눈길을 끌었다. ”작은 일까지 지극한 정성을 다하면 능히 성실하게 되고, 성실하면 내면이 겉으로 나타나 뚜렷하고 밝아지면서 결국 나와 천하를 변하게 한다“는 의미다.
이는 중용 23장의 내용을 줄여서 담아낸 것으로 글씨체는 켈리 서예에 조예가 깊은 효암고 이강식 교장이 직접 쓴 문구다.
그는 “삶에 졸업은 없다. ‘결국 매 순간 정성을 다하는 게 삶의 본질’이라는 교사들 의견을 담아 세상에 단 하나의 이름이 새겨진 졸업장을 만들게 됐다. 이 이름은 매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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