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엔 中 인권 검토 앞두고 "탈북민 보호 어떻게?" 첫 서면질의
유엔이 중국을 대상으로 ‘보편적 인권 정례검토’(UPR)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중국 내 탈북민 인권 문제와 관련해 서면질의서를 제출했다. 모든 유엔 회원국은 정기적으로 UPR을 통해 자국의 인권 상황을 포괄적으로 점검받으면서 동료 회원국들의 질문이나 의견을 받는데, 한국이 중국의 UPR 과정에서 서면질의를 낸 것은 처음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1일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서면질의 형식으로 오늘 시한에 맞춰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사무국에 서면질의를 제출했으며, 우리 측 시민사회뿐 아니라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에서 제기된 여러 사안을 서면질의서에 포함해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사무국에 공개된 정부의 서면질의는 총 세 가지다. ▶북한(DPRK)을 포함한 외국 국적 이탈자(escapee)들이 접근할 수 있는 망명 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지 ▶인신매매, 강제결혼이나 다른 형태의 착취 위험에 노출돼 있는 북한을 포함한 외국 국적 이탈 여성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중국이 취하고 있는 조치는 무엇인지 ▶북한 국적의 이탈 여성은 중국 국내법에 따라 불법 이민자로 규정돼 있는데, 이들을 포함한 외국 국적 이탈 여성들이 중국 내에서 출산한 영유아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중국이 취하고 있는 조치는 무엇인지 등이다.
서면질의 제출은 사전 절차로, 실제 중국에 대한 UPR은 오는 23일 진행된다. 조 장관은 “(UPR 현장에서) 구두질의를 할 때는 마땅한 우리 입장에 따른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혀 23일에도 관련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UPR은 모든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며, 보편적 인권 기준을 근거로 정기적으로 각국의 인권 상황을 점검하는 게 목표다. 중국은 2009년, 2013년, 2018년에 이어 오는 23일 4차 UPR을 받는다.
정부가 중국의 UPR 과정에서 북한을 명시해 중국 내 탈북자 보호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서면질의라는 형식을 통해 보다 공식적으로 사실상의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과거 2018년 중국의 3차 UPR 당시 정부는 중국 내 탈북민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2013년 2차 UPR 때는 현장 발언을 통해서만 강제송환금지 원칙 등 원론적인 난민 보호 문제를 거론했다.
윤석열 정부는 인권을 중시하는 가치외교 기조를 택한 게 이번 서면질의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중국 내 탈북민이 대거 강제송환되는 과정에서 사전에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다만 이번 서면질의에서도 난민신청 절차 등으로 표현했을 뿐 강제송환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강제송환은 탈북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23일 UPR 현장에서는 해당 문제를 제기하고, 권고에도 강제송환 금지 원칙이 언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 신임 장관 취임에 대한 질문에 “중국과 한국은 서로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라며“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동하는 것은 양국 공동 이익에 부합하고, 쌍방이 응당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목표”라고 답했다. 또“조태열 외교장관이 이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며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미 조 장관에게 전문을 보내 축하했다고 소개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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