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빠” ‘영등포 살인사건’ 모텔 주인, 지적장애 직원 세뇌해 살인교사

김재환 2024. 1. 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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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가 있는 직원에게 80대 건물주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웃 모텔 주인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모텔 주인이 직원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면서 노동력과 금품을 착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살인까지 저지르게 한 것으로 봤다.

검찰에 따르면 모텔을 운영하는 조씨는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한 건물 옥상에서 모텔 직원이던 지적장애인 김모(33)씨에게 해당 건물 주인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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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모텔 주인 구속 기소
지적장애 직원 임금 착취 혐의도

지적장애가 있는 직원에게 80대 건물주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웃 모텔 주인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모텔 주인이 직원을 심리적으로 지배하면서 노동력과 금품을 착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살인까지 저지르게 한 것으로 봤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서원익)는 11일 살인교사 등 혐의로 조모(4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모텔을 운영하는 조씨는 지난해 11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한 건물 옥상에서 모텔 직원이던 지적장애인 김모(33)씨에게 해당 건물 주인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는 김씨가 혼자 우발적으로 살인한 것이라며 범행을 부인했으나, 검찰은 조씨가 김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범행하도록 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로부터 모텔 주차장을 임차해 쓰던 조씨는 영등포 일대 재개발과 관련해 A씨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영등포 일대 건물과 땅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영등포 일대 공공주택 재개발과 관련해 조씨와 맺은 부동산컨설팅 용역계약이 화근이었다. A씨는 2021년 7월 조씨에게 재개발 관련 수용과 보상에 관한 업무를 맡기면서 조씨가 보상평가금을 250억원 이상 받을 경우 초과액의 30%를 수수료로 주기로 했다. 이들은 이 계약의 효력을 두고 2년여 전부터 다퉜다. A씨가 조씨의 재개발 사업 조합장 선출을 반대하면서 양측 갈등은 더 커졌다.

검찰 조사 결과 조씨는 심리적 조종과 치밀한 계획으로 모텔 직원 김씨가 A씨를 살해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는 2019년 가족에게서 버림받고 쉼터를 떠돌던 김씨를 데려와 ‘나는 네 아빠고, 형이다’며 자신을 따르게끔 ‘가스라이팅’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김씨에게 “A씨가 너를 욕한다” 등의 거짓말로 김씨가 A씨에게 적대감을 갖도록 했다. 범행 무렵에는 “A씨가 네 수급비를 자르려고 하니 먼저 죽여야 한다”, “전쟁 선포다. A씨를 죽이면 주차장과 건물을 차지할 수 있다” 등의 말로 살인을 부추겼다. 조씨는 김씨에게 복면과 우비, 흉기 등 범행 도구를 구입하게 했다. 범행 장소와 A씨 동선도 알려줬다. 조씨는 또 범행 사흘 전 현장을 촬영하는 CCTV 방향을 돌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씨가 김씨에게 3년 4개월 동안 주차장, 모텔, 식당 관리를 시키면서 임금을 전혀 주지 않은 혐의도 포착했다. 김씨는 주차장에 있는 임시 건물에서 지냈는데, 조씨는 그가 받던 장애인 수급비 중 50~60만원을 매달 방세 명목으로 빼앗기도 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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