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염기훈 감독, '쿠데타설'에 "전혀 그런 적 없다" 격분…"축구인생 걸겠다"

김희준 기자 2024. 1. 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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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화성] 김희준 기자= 염 감독이 축구 인생을 걸고 수원을 승격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11일 오후 2시 수원삼성 클럽하우스에서 박경훈 단장과 염 감독 취임 미디어 간담회가 진행됐다. 지난 8일 수원은 박 단장을 8대 신임 단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9일에는 염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다.


수원의 지난 시즌은 처참했다. 시즌 내내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두 번의 감독 교체에도 성적을 극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실패했다. 10여 년간 이어져왔던 부실한 운영 체계가 서서히 병폐를 드러냈음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대가였다.


당시 플레잉코치였던 염기훈이 감독 대행으로 나섰음에도 소용이 없었다. 7경기를 맡아 막판 4경기 무패(2승 2무)를 달성하는 등 분전했으나 강원FC와 최종전에서 패배하면서 결국 창단 최초 K리그2 강등을 맛봐야 했다.


수원은 염 감독이 창단 후 최대 위기 상황을 조속히 타개하고 선수단을 응집시켜 다시금 K리그1으로 복귀시킬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염 감독은 감독 대행으로 수원에서 7경기를 치렀는데 당시 선수단을 하나로 뭉쳐 끝까지 잔류 경쟁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수원은 염 감독이 선수단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도 갖췄다고 평가해 선임을 진행했고, 수원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팀을 정상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염 감독 선임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개혁안을 수립해 팀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삼성을 다시 K리그1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중책을 맡았다. 다른 구단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 선임 공식 발표가 나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야 한다. 염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 선임의 전권을 갖고 새로운 사단을 구축하면서 선수단 재구성 등을 마무리하는 한편 전지훈련 등을 통해 새 시즌을 나기 위한 전술과 조직력 가다듬기라는 중요한 역할까지 떠안았다.


염기훈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염 감독은 "지난 시즌 감독 대행을 하면서 기쁜 마음보다는 무거운 마음, 책임감이 더 컸다. 축구 인생에 모든 걸 걸었다고 말하고 싶다"며 "선수 때 보여줬던 순한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규율을 까다롭게 지키고 다른 때보다 타이트한 감독이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염 감독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감독 대행으로 K리그1 7경기를 소화한 게 지도자 경력의 전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염 감독이 김병수 감독을 몰아내고 자리를 차지했다는 의심도 받았다.


염 감독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분노했다. "꼭 얘기하고 싶었다. 나도 너무 속상했고 가족들도 너무 힘들어했다"며 "전혀 그런 일이 없고, 내가 그랬다면 가진 걸 모두 꺼냈으면 좋겠다. 나는 떳떳하다. 그런 게 있었다면 책임지겠다"고 역설했다.


박경훈 수원삼성 단장(왼쪽)과 염기훈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수원 미디어 간담회 염기훈 감독 전문]


- 취임 소감


선수 생활을 오래 하면서 감독이라는 자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한 것 같다. 지난 시즌 감독 대행을 하면서 기쁜 마음보다는 무거운 마음, 책임감이 더 컸다. 축구 인생 모든 걸 걸었다 말하고 싶다. 기존에 선수 때 보여줬던 순한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이 비춰질 거라 생각한다.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규율을 까다롭게 지킬 것이다. 다른 때보다 타이트한 감독이 될 예정이다. 모든 걸 걸고 이 자리에 섰다.


- 구단 적재적소 지원이 필요하다 했는데 어느 정도 지원과 권한을 받았는지


박 단장님이 처음 오고 "감독을 위해 지원하겠다. 소신껏 했으면 좋겠다"고 힘을 불어넣었다. 기존 프런트가 사임을 했기 때문에 진행이 많이 안 됐다. 차근차근 선수 구성을 해 나갈 생각이다. 쓸 전술에 맞는 선수 영입이 첫째가 되지 않아야 할까 생각한다. 2부 경험은 없지만 조언도 얻고 단장님께서 조언도 해줬다. 2부는 전쟁이라고 많이 얘기하지만 1부도 전쟁이었다. 1부에서도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2부에서도 자신이 있다.


- 선임 소문 이후 팬들의 반대 성명도 있었다.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주를 이뤘는데


그 부분에서는 팬들에게 죄송하다. 선수 때 누구보다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셨는데 팬들과 다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팬들의 생각을 이해한다. 경험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경험이 없어서 힘들다는 비판은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나도 경험이 없을 뿐이지 다른 지도자들보다 더 열심히 하고, 분석하고, 밤낮 안 자고 상대팀을 이기려고 노력할 자신이 있다. 경험이 없는 건 인정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구체적인 전술 플랜이 있는지


선수단 구성은 새 단장님이 부임한 지 얼마 안 돼 소통이 필요하다. 남아있는 선수들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2부 분석도 많이 했다. 역동적인 축구가 많이 나와야할 것 같다. 미드필드를 활용한 축구를 하고 싶다. 수원이 패스를 주고 그냥 서있는 순간이 많아서 감독 대행을 하면서도 많이 바꾸려고 했다. 선수들이 공을 주고 가만히 서있는 건 안 된다고, 그걸 바꾸지 않으면 기용하지 않을 거라 선수들에게 명확히 얘기했다. 가만히 서있는 축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박경훈 수원삼성 단장(왼쪽)과 염기훈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 선임 시기에 논란이 있는데, 정확히 언제 확정됐는지


구단과 얘기는 계속 하고 있었다. 전 단장님과 대표이사님이 그만 두고 결정이 없었다. 박 단장님이 오신 뒤에 서명을 했다.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플랜에 포함돼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다.


- 대략적인 승격에 대한 청사진


오로지 승격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 팬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충분히 알고 있다. 선수 생활을 오래 했고, 지도자를 짧게 했지만 축구 인생을 걸었다. 책임질 자신이 있다. 선수들에게도 '내가 형이지만 감독이기 때문에 결정은 팀을 위해 할 거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 뭐든지 승격을 위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걸 걸고 했다는 그 한 마디를 말씀드리겠다.


- 눈여겨 보는 선수가 있는지


정말로 단장님에게 강력히 얘기한 게 빠져나가는 선수들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카즈키 잔류를 강력하게 요청했다. 카즈키도 같이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외부에서 수혈하는 것도 좋지만 남은 선수들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남아있는 선수들을 좀 더 체크하고 얘기하고 있다.


- 김병수 감독 시절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설도 있는데


솔직히 구단에도 얘기를 안 했는데 꼭 이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나도 너무 속상했고 가족들도 너무 힘들어했다. 어떻게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발생지를 찾아봤는데 그 유튜브에서 내가 뭘 한 것처럼, 뒤에서 있던 것처럼 말했다. 내가 무슨 액션을 취했고 뭘 했는지 아는 걸 오픈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마치 한 것처럼 됐다. 와이프에게까지 비난하는 DM이 왔다. 전혀 그런 일이 없다. 김병수 감독님을 내보내기 위해서 액션을 취했거나 선수단에서 뭘 했거나 한 게 없다. 나는 떳떳하다. 그것 때문에 감독님이 나갔다면 책임지겠다. 내게 비판이 오는 건 감당하지만 가족들에게까지 비난이 와서 올겨울이 가장 힘들었다. 와이프와 가족을 달래느라 여행 가서도 쉬지도 못했다. 아닌 말로 진짜인 것처럼 되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느꼈다. P급 지도자 자격증은 오늘 넣었다고 내일 달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병근 감독님 왔을 때부터 얘기를 했다. 김병수 감독님에게도 가지 말라고 하면 연수 안 가겠다고 얘기를 했고, 감독님은 좋은 기회니까 다녀오라고 했다. 감독님이 '부상 선수가 돌아오면 널 안 쓸 것 같아'라고 얘기해서 P급 지도자 연수를 간 거다. 은퇴를 생각해서 몇 년 전부터 준비한 거지, 김병수 감독을 내보내기 위해서 갔다고 얘기하는 건 속상하다. 증거가 있다면 제시해주시고, 없다면 가족들에게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내게 비난이 오는 건 참지만 가족들에게 오는 건 참지 않겠다. 내가 좋아하는 수원 팬이라도 용납할 수 없다.


염기훈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 규율에 대한 구체적 언급 부탁드린다


프로 생활 하면서 제일 첫 번째로 생각했던 게 기본이었다. 어디가서든 기본은 하자고 생각했다. 감독 대행을 하면서도 클럽하우스나 운동장 안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해야한다는 규율이 있었다. 감독 대행을 하고 바로 정해서 배포했다. 선수들에게 분명히 얘기했다. 밖에서 있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경기장 안에서 규율을 지키지 않은 선수는 가차 없이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시간약속 등이 있다. 그런 규율이 있고 나서야 선수단에 믿음도 생긴다. 규율이 우선이고 기본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 팬들의 반대에도 끝까지 감독으로 온 이유는


감독 대행을 처음 했을 때도 두려웠다. 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컸다. 플레잉코치 때는 뭘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감독 대행을 했을 때는 뭘 해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커서 제안을 수락했다. 계산이 빠른 사람이었다면 감독직도 안 받았을 것이다. 와이프조차도 반대했다. 그러나 세 달을 하면서 동고동락하면서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외부에서는 그 변화가 보이지 않았겠지만 내부에서는 변화가 많았다. 해볼 수 있겠다는 느낌이 강력하게 들었다. 모두가 반대했을 때 팀을 위해서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외부에서 누가 뭐라 해도 항상 내 선택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게 최선의 선택이 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2010년에 수원에 올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를 바꾸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지금도 많이 걱정하시지만 자신 있다. 증명해내겠다. 시즌 끝나고 말씀을 주셨으면 좋겠다. 팬들도 이 팀을 사랑하는 만큼 저도 이 팀을 사랑한다. 그것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 수원 이적시장과 관련해 공개할 만한 선수가 있는지


훈련하는 걸 봤으면 새로운 선수들도 봤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선수들을 요청했다. 뽑을 선수들은 말하기 그렇다. 상의를 해야 할 부분이다. 앞으로 오피셜이 나가겠지만 준비하는 선수들이 있다. 지켜봐주시기 바란다.


- 2부에서 위협적인 경쟁 상대


지금 많은 오피셜을 내고 있는 서울이랜드를 뽑겠다. 김도균 감독님이 새로 가셨기 때문에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강할 것이다. 올해는 이랜드가 강력하게 치고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권창훈이 자유계약으로 전북에 이적했다. 대화를 나눴는지


(권)창훈이에게는 계속 통화했다. 기사가 나오기 전에도 전화가 왔다. 권창훈 선수가 떠난 건 많이 속상하다. 팬들도 유스 출신 선수가 떠나 속상한 마음이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 창훈이도 제대하고 나서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부상을 안고 왔고, 부상을 참고 뛸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상태였다. 창훈이도 죄송하다는 말을 제일 많이 했다. 또 창훈이와 통화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게 해외진출에 대한 이야기다. 많은 고민을 했고, 자유계약이었기 때문에 창훈이의 선택도 어느 정도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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