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등반권 34만원에 판다"…선 넘은 '한라산 예약 전쟁'

최충일 2024. 1. 1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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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예약권리 판매" 경찰 조사 착수


겨울시즌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찾은 등반객들이 나무 위에 내려 앉은 눈꽃을 바라보며 겨울 산행을 만끽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한라산 정상 탐방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예약권을 팔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한라산 탐방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1일 제주동부경찰서와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한 중고거래사이트에 ‘1월 1일 한라산 야간 산행 예약 ‘QR코드’를 34만9000원에 양도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이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해달라며 지난 8일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경찰은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리 검토를 통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구체적 수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겠다” 게시물이 더 많아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게시된 한라산 탐방 예약권 구매 관련 게시물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캡처
탐방권을 사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게시물도 꽤 있다. 유명 중고거래 업체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에는 탐방권을 1만~5만 원에 사겠다는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탐방예약제는 한라산 보호를 위해 백록담(해발 1947m)에 오를 수 있는 1일 탐방객 수를 제한하는 것으로, 2020년 도입했다. 1일 허용 인원은 성판악 탐방로 1000명, 관음사 탐방로 500명이다. 두 탐방로는 한라산을 오르는 주요 탐방로 6개 중 백록담에 갈 수 있는 코스다. 영실과 어리목 등 나머지 탐방로는 해발 약 1700m까지만 등반이 가능하다.

겨울시즌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찾은 등반객들이 나무 위에 내려 앉은 눈꽃을 바라보며 겨울 산행을 만끽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하지만 허용 인원보다 정상 등반을 원하는 이가 많아 예약 전쟁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예약권 사진·동영상 등 인증이 유행하고, 한라산을 오르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영상 등이 잇따르며 인기몰이 중이다. 주말에는 예약이 더 어렵고 평일에만 조금씩 빈틈이 생긴다. 예약은 한라산탐방예약시스템(https://visithalla.jeju.go.kr/main/main.do)에 접속하면 된다.

예약 미처 못해도…‘노쇼’를 노려라

한라산 전경. 최충일 기자

예약 없이도 정상 등반이 가능할 때도 있다. 예약자 가운데 약 8%가 부도(노쇼)를 내서다. 예약 부도를 내면 3개월간 재예약이 금지된다. 예약을 미처 못한 채 등반을 원하면 매일 오전 8시 30분, 10시 등 두 차례 성판악과 관음사 현장에서 줄을 서 기다려야 한다.

양충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탐방 QR코드를 타인에게 넘겨주거나, 다른 사람이 이용하다 적발되면 공무집행방해로 고발되고, 1년간 예약 금지된다”며 “QR코드에는 예약자 개인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거래 시도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편 한라산 인기는 매년 상승 중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라산국립공원 탐방객은 총 92만3680명으로 2022년(85만744명)보다 8.6%(7만2936명) 증가했다. 지난해 코스별 탐방객 현황을 보면 영실이 31만106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어리목 26만6407명, 성판악 23만5430명, 관음사 10만769명, 돈내코 3714명 순이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 야외활동이 활성화하면서 한라산 탐방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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