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수원 감독 "승격에 모든 것 걸었다…쿠테타 루머 억울"[현장 일문일답]
(엑스포츠뉴스 화성, 김환 기자) 구단 역사상 첫 강등 이후 승격에 도전하는 수원 삼성의 새 사령탑 염기훈 감독이 포부를 밝혔다. 또한 염기훈 감독은 최근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수원은 11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염기훈 신임 감독과 박경훈 신임 단장 미디어데이를 진행했다. 수원의 제9대 감독으로 부임한 염기훈 감독과 제8대 단장 박경훈 단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두 사람은 하루 간격으로 공식 선임됐다. 수원은 지난 8일 박경훈 단장을 구단의 제8대 단장으로 선임했다는 소식을, 하루 뒤에는 지난시즌 막바지 감독대행으로 수원을 이끌었던 염기훈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세웠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수원 구단은 염기훈 감독 선임 당시 "신임 감독의 조건으로 패배감 극복과 새로운 목표 제시 및 수행, 혼선없는 선수단 개혁 추진, 주요 핵심선수들의 이탈 방지, 구단의 장기적 발전 계획 수행 등을 정했다"며 "복수의 감독 후보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염 신임 감독을 선임했다"고 알렸다.
또한 "선수단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염 감독이 당면 문제 해결과 팀 정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염기훈 감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염기훈 감독은 구단을 통해 "무거운 책임감으로 K리그1 재진입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팬들이 있는 한 반드시 재도약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염기훈 감독은 수원의 레전드이자 K리그의 레전드 선수 출신이다. 전북 현대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염기훈 감독은 울산HD를 거쳐 2010년 수원에 입단, 군생활을 포함해 14년 동안 수원에서 뛰며 팀의 레전드로 자리잡았다. 수원 소속 최다출전(416경기), 최다득점(71골), 최다도움(121도움), 수원 최다 주장 역임(7시즌) 등 다양한 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해 플레잉코치로 뛰던 염기훈 감독은 김병수 감독이 팀을 떠난 9월 감독대행직을 맡았다. 수원FC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FC서울을 상대로 한 슈퍼매치에서 1-0 승리를 챙기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결국 수원의 다이렉트 강등을 막지는 못했다.
K리그2에서 승격에 도전해야 하는 수원에 경험 많은 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수원은 지도자 경력이 짧은 염기훈 감독과 동행하기로 결정했다. 염기훈 감독은 정식 감독 부임 첫 시즌에 팀의 승격을 이끌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지휘봉을 잡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염기훈 감독은 "선수 생활을 오랫동안 하며 감독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시작했다. 기쁜 마음보다 무거운 마음, 책임감이 컸다. 감독 자리를 지난시즌부터 대행을 하며 승격을 하고, 축구인생 모든 걸 걸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로 이 자리가 책임가 있고 내 인생 모든 걸 걸고 이 자리를 수락했다"고 했다.
이어 "기존 선수 때 보여줬던 순한 모습이 아닌, 감독 때는 다른 모습이 비춰질 거라고새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생각했던 '허허' 웃는 모습들을이 아닐 것이다. 선수 생활을 하며 규율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마 다를 때보다 타이트한 감독이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모든 걸 걸고 이 자리에 섰다"라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염기훈 감독 기자회견 일문일답.
-지난시즌 막바지에 적재적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지원을 받았나. 그리고 어떤 축구를 하고 싶은가.
단장님이 최대한의 지원을 할테니 소신껏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원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단장님과 소통을 하며 해결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선수가 영입되어야 한다. 내가 사용할 전술에 원하는 선수가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2부리그 경험은 없지만, 2부 경험이 없을 뿐이다. K리그2가 전쟁이라고 하는데, K리그1도 전쟁이다. 난 K리그1에서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에 K리그2에서도 자신이 있다. 적재적소에 선수가 영입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임 소식 당시 반대 의견이 있었는데.
팬들에게 죄송스럽고, 나도 마음이 아팠다. 선수 시절 모든 팬들이 날 사랑하셨다. 팬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이해한다. 내가 경험이 없는 것도 맞다. 경험이 없다는 비판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그렇다고 다른 지도자들만큼 열심히 하고, 더 열심히 분석하고 상대를 이기려고 노력할 자신이 있다.
내가 경험이 없을 뿐,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보여드리는 게 없기 때문에 내가 경험이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으시기를 바란다.
-구체적인 전술 플랜은.
새로운 단장님이 오신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통을 통해 준비해야 한다. 지금 남아 있는 선수들 구성도 나쁘지 않다. 말이 길어질 수는 없지만, 역동적인 축구가 나와야 한다. 뛰는 것만이 아니라 미드필드를 활용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선수들이 패스를 주고 서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부분들을 바꾸려고 한다.
선수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명확하게 얘기하며 이 부분이 고쳐지지 않으면 기용하지 않을 거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앞으로 수원에서는 서서 하는 축구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정확한 감독 부임 시기는.
단장님이 오신 뒤에 서명을 했다. 미리 서명을 한 것도 아니다. 결정을 할 수 있는 분들이 아무도 없었다. 단장님이 부임한 뒤에 계약서에 서명했다.
-제안은 그 전에 받았나.
나도 포함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에는 한동안 진전이 되지 않았다가 단장님이 오신 뒤에 서명했다.
-승격을 향한 청사진은.
승격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선수 생활을 오래 했고 지도자 생활을 짧게 했지만 난 여기에 모든 걸 걸었다. 책임질 자신도 있다. 승격 하나만을 위해 모든 걸 걸겠다. 선수들에게도 '정은 누구에게나 다 있지만, 팀의 승격을 위한 결정을 내릴 거다'라고 말했다. 모든 걸 걸었다는 말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원하는 선수가 있나.
외부에서 선수를 데려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 선수를 잡는 것도 중요하다 . 카즈키 선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붙잡았다. 현재는 외부의 선수들을 보는 것보다 남아있는 선수들을 체크할 생각이다. 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김병수 감독 때와 관련해 '쿠데타' 이야기가 있었다.
인터뷰 끝나고 따로 말하고 싶은 내용이었다. 나도 정말 속상했고, 가족들도 힘들어했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그런 이야기가 발생했는지 나도 찾아봤다. 유튜브에서 정말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것처럼 나오더라. 내가 무슨 일을 벌였다면 오픈했다면 좋겠다. 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 그 이야기가 나온 이후 아내가 정말 힘들어했다.
이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 질문해주셔서 감사하다. 정말 내가 그런 일을 했다면 오픈했으면 좋겠다. 내가 감독님을 내보내기 위해 무슨 일을 했다거나 선수들을 조종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지 말고 오픈해달라. 내가 감독직을 수락해서 비판이 오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런 일로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좋지 않다. 올해 겨울이 가장 힘들었다. 가족들을 달래주느라 그동안 힘들었다. 없는 일로 말이 나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P급 자격증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게 신청했다고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나는 그동안 꾸준히 준비했다. 이병근 감독님 시절부터 준비한 일이다. 난 감독님께 P급 수강을 안 가도 된다면 안 가겠다고 했다. 감독님은 나에게 가라고 하셨다. 당연히 P급이 있어야 감독이 된다. 하지만 은퇴 이후를 위해 준비한 것이지, 김병수 감독님을 내보내기 위해 P급을 획득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말 억울하다. 증거가 있다면 말하시고, 없다면 가족들에게 사과하면 좋겠다. 쿠데타라는 한 마디 때문에 아내가 매일 울었다. 저를 향한 비난은 참지만, 가족들을 향한 비난은 용납할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수원 팬들도 예외는 없다.
-재창단 각오를 언급했고, 규율을 중시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프로 생활을 하며 기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규율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팀 내 특정 규율이 존재한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공표했다. 선수들에게 적어도 구단 안에서는 규율을 지켜야 하고, 지키지 않으면 가차없이 페널티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규율이 자리를 잡아야 선수들끼리 믿음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규율 없이는 팀을 만들기 어렵다. 규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감독을 하려고 했던 이유는.
사실 감독대행 때도 정말 두려웠다. 하지만 플레잉 코치 시절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고, 감독대행 때 내가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사실 내가 계산이 빨랐다면 제안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난 팀만 바라보고 제안을 받았다. 제안이 처음 왔을 때 아내도 반대했다. 하지만 세 달 동안 선수들과 함께하며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외부에서는 그 변화가 보이지 않았겠지만, 내부에서는 많은 변화들이 있어서 선수들과 해볼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난 언제나 내 선택이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그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선수 때도 마찬가지다. 수원에 처음 왔을 때 지금보다 더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 비난을 바꾸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이번에도 증명하겠다. 자신이 있다. 시즌이 끝난 뒤에 날 평가하면 좋겠다. 지금은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나는 구단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감독이 됐다. 팬들만큼 나도 수원을 사랑한다. 그래서 이 팀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수원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 중 바라는 선수가 있나.
훈련장에서 이미 선수들을 보셨을 거다. 강력하게 요청했다. 뽑을 선수들은 지금 말씀드릴 수 없다. 단장님, 구단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 중에는 오늘 본 선수들만 아니라 더 있기 때문에 지켜보시면 좋겠다.
-위협적인 경쟁 상대는.
많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는 서울 이랜드 FC다. 새로운 감독님과 새로운 선수들 아래에서 동기부여가 되고 단결해 올해는 서울 이랜드가 많이 치고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권창훈 선수가 전북 현대로 이적했는데, 권창훈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나.
(권)창훈이에게 꾸준히 통화를 했고, 기사가 나오기 전에 나에게 전화가 왔다. 권창훈 선수의 케이스는 많이 속상하다. 팬들도 그런 속상한 마음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창훈이도 수원을 위해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참기 힘든 정도의 부상을 안고 왔다. 창훈이도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창훈이가 전화했을 때 아직 자신에게 해외 진출의 꿈이 있다고 말했다. 팬들이 속상해 하는 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내가 감독직을 선택한 것처럼, 창훈이의 선택도 존중해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염 감독은 전북과 울산을 거쳐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수원에 입단했다. 입단 직전 부상을 당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수원은 그대로 염 감독을 받아들여 전력 개편의 축으로 삼았다.
염 감독은 이후 중동 진출 등의 유혹을 뿌리치고 수원의 '리빙 레전드'가 됐다. 소속 최다출전(416경기), 최다득점(71골), 최다도움(121개)을 비롯해 수원 최다 주장 역임(7시즌) 및 최초 4년 연속 주장(2014~2017) 등 수원 레전드로 다양한 기록을 보유했다.
단순이 축구 실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따르고, 구단 안팎에서의 인성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염 감독은 지난해 플레잉코치 보직을 받아 지도자로서의 첫 걸음에 들어섰다. 이어 이병근 감독, 김병수 감독이 각각 4월과 9월 연이어 경질되는 수난 속에서 K리그1 7경기를 남겨놓고 전격적으로 감독대행이 됐다. "초보 지도자에게 구단의 명운을 맡기는 게 말이 되느냐", "수원의 레전드를 이런 식으로 잃고 싶지 않다"는 비판이 흘러나왔지만 염 감독은 생각보다 꽤 좋은 리더십과 전술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일단 염 감독은 7경기에서 3승 2무 2패를 기록, 선수단이 위축되고 무너져가던 시기 난파선을 홀로 지탱하는 선장과 같은 상황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꽤 훌륭한 결과였던 셈이다.
게다가 몇몇 경기에선 초보답지 않은 전술가 면모도 드러냈다.
대표적인 경기가 지난해 36라운드 수원FC와의 원정 경기였다. 수원은 수원FC와의 더비 매치에서 패하면 2경기를 남겨놓고 일찌감치 강등당하는 망신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 팀의 핵심 미드필더로 지난해 여름부터 활약했던 일본인 선수 카즈키가 전반 초반 예상밖 다이렉트 퇴장을 당해, 팬들이 수원의 운명이 여기서 다하는가 싶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실제 수원은 홈팀 수비수 우고 고메스에에게 전반 31분 선제골을 내줬다.
그러나 염 감독의 용병술은 이때부터 번뜩였다. 한 명 적은 상황에서도 마치 지난해 11월7일 첼시를 상대로 수적 열세에 몰린 토트넘이 라인을 끌어올리고 오히려 더 공세로 나서듯이 공격수를 계속 유지하며 수비가 취약한 수원FC 뒷공간을 계속 노린 것이다. 결국 3-2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K리그1에서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였다. 뒤숭숭하던 선수단이 그나마 염 감독을 중심으로 뭉쳐 기적 같은 역전승을 이끌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염 감독은 이어 벌어진 37라운드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도 바사니의 묵직한 '한 방'이 터져 1-0으로 이기고 강등 싸움을 최종전까지 끌고 갔다.
물론 최종라운드 강원과의 홈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겨 생존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염 감독의 리더십과 계속 업그레이드된 전술 능력이 아니었다면 마지막 승부 전에 이미 강등이 확정됐을 것이란 평가도 수원 주변에서 적지 않게 나왔다.
사진=수원 삼성 제공, 엑스포츠뉴스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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