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을 위해’…수원 염기훈 감독·박경훈 단장 “모든 걸 걸겠다” [K리그]

김찬홍 2024. 1. 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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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리그1 최하위로 창단 첫 2부 리그로 강등된 수원 삼성
감독 대행인 염기훈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 박경훈 단장도 선임
염 감독 “모든 걸 걸겠다” 박 단장 “염 감독 전폭적으로 지원”
11일 화성 수원삼성블루윙즈 클럽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수원 삼성의 박경훈 단장(왼쪽)과 염기훈 감독. 연합뉴스

2024시즌 수원을 이끌 박경훈 단장과 염기훈 신임 감독이 승격을 위해 우승하겠다고 공언했다.

수원 삼성은 11일 화성 수원삼성블루윙즈 클럽하우스에서 박경훈 단장과 염기훈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수원 구단은 지난 10일 제 9대 감독으로 염기훈 감독 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승격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은퇴를 보류하고 플레잉 코치로 보직을 옮겼던 염 감독은 지난해 9월 경질된 김병수 전 감독을 대신해 감독 대행으로 수원 구단을 이끌었다. 감독 대행 시절 7경기에서 3승 2무 2패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팀의 강등을 막지는 못했다.

또한 염 감독 선임에 앞서 전 대한축구협회(KFA) 전무이사를 8대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박 단장은 은퇴 후 전남 드래곤즈 수석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제주 유나이티드와 성남FC 감독 등을 역임했고, 최근에는 부산 아이파크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도 활동했다.

기자회견에서 박 단장은 “수원이라는 명가가 강등이 될 것이라는 건 그 누구도 생각 못 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조짐이 있었다”면서 “용감한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 봤다. 담대히 실행하겠다고 생각했다.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변화해야 한다. 과감하게 바뀌겠다”고 전했다.

염 감독 역시 “기존 대표님과 단장님이 사임을 하면서 결정권자가 사라지면서 아직 진행이 많이 되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 “소통하면서 선수 구성을 해나갈 예정이다. 내가 원하는 선수가 오는 게 우선적이다. 전술에 맞는 선수가 필요하다. 2부 리그 경험은 없지만, 많은 분에게 조언도 얻었다. 1부나 2부 모두 전쟁이라 생각한다. 1부 리그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2부 리그도 자신 있다. 단장님과 상의해서 잘 해보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수원 구단의 서포터즈는 지난달 20일 SNS를 통해 염 감독의 취임 반대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서포터즈 측은 ‘경험 부족’ ‘기존 행보와 같은 움직임’ ‘감독에게 전권 부여 미지수’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해 염 감독은 “팬들에게 죄송하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선수 때는 누구보다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셨다. 팬과 다른 선택을 한 만큼 (반대의 의견에)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경험이 없을 뿐이지,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이겨낼 자신이 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많은 우려에도 감독직을 승낙한 이유에 대해선 “감독 대행 때도 두려웠다. 플레잉 코치때는 뭘 할 수 없는 애매한 위치였다. 제가 계산이 빠른 사람이었으면 감독직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팀만 바라봤다. 정식 감독 제안 당시 아내도 반대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하면서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졌다. 항상 저는 외부 얘기보다 내 선택이 우선이었다. 수원에 선수로 올 때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바꾸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 지도자로서도 마찬가지다. 증명해내겠다. 시즌이 끝나고 평가하셨으면 하다. 팬들도 이 팀을 사랑하는 만큼, 저도 너무 좋아한다. 팀을 쉽게 떠나지 않겠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박 단장 역시 “결정은 내가 내렸다. 수원의 현 문제점인 ‘패배감 극복’이 최우선 과제로 봐서 염 감독을 선택했다. 염 감독은 명확한 목표와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비록 지난해 수원이 강등됐지만, 현 선수단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경험이 없다’, ‘왜 염기훈 감독이냐’라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누구나 처음이 있다. 실패한 감독도 있지만, 처음부터 성공한 감독도 엄청 많다”고 얘기했다.

이어 “염 감독에게 명확한 목표를 물어봤고, 듣고 나서 염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다. 감독에게 모든 걸 실어주겠다. 나는 K리그1(1부리그), K리그2(2부리그) 감독 다 해봤다. K리그2가 더 힘들다는 생각도 들더라. 염 감독이 수원 레전드로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원의 9대 감독으로 선임된 염기훈 감독. 수원삼성블루윙즈

염 감독은 다음 시즌 계획에 대해 “오로지 승격 하나만 바라보고 있다. 팬들께서 걱정하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선수 생활을 오래 했고, 지도자 생활은 짧다. 하지만 모든 걸 걸었다. 책임질 자신도 있다. 모든 결정은 팀을 위해 하겠다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라고도 전했다”고 전했다.

승격을 위해서는 탄탄한 선수단 구성도 필수다. 하지만 현재 수원은 권창훈(전북), 고명석(대구), 한석종(성남) 등 팀의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난 상태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고승범 역시 울산행이 유력한 상태다.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이탈하면서 차기 시즌 수원의 전력도 이전에 비해 더욱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염 감독은 “외부 선수도 중요하지만, 나가는 선수도 잡아야 한다고 봤다. 카즈키를 남겨야 한다고 강력히 말했다. 지금은 외부 선수보다 남은 국내 선수들을 확인해야 한다. 계속 얘기 중”이라면서 “이미 훈련도 하고 있다. 뽑은 선수를 지금 말하기는 그렇다. 앞으로 단장과 상의도 해야 한다. 아직 영입을 준비하고 있는 선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지난해에도 적은 돈을 쓰지는 않았다. 체질 개선이 우선이다.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 감독과 상의하겠다. 지난해 수원은 57실점에 35골을 기록했다. 강등될 수밖에 없는 기록이다. 공격 라인 보강이 필수다. 감독이 원하는 철학이 입히도록 같이 고민하고 최대한 지원하겠다”면서 “감독에게 부담일 수 있지만 K리그2에서는 가장 많은 액수를 쓰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 무승부 후 강등이 확정된 수원 삼성. 프로축구연맹

수원의 몰락 이유로는 운영 주체 변화가 꼽힌다. 삼성스포츠단의 운영 주체가 2014년 삼성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갔다. 프로축구단을 비롯한 삼성의 모든 스포츠 구단이 제일기획 산하로 흡수됐다. 구단은 적자구조를 피하려고 긴축재정에 들어갔고, 결국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2000년대를 호령한 수원은 지금은 이전만한 영향력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 단장은 “운영 주체가 바뀐 건 이해한다. 팬들의 눈은 굉장히 높다. 과거에는 재정 지원도 컸다. 지금은 전보다 떨어졌다”면서도 “하지만 저는 감독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본다. 돈을 많이 쓰지 못하더라도, 우승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명장이다.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이 적은 예산을 가지고 훌륭한 성적을 냈다. 좋은 선수도 길러냈다. 명장의 반열에 빠르게 올라선 이유다. 지금은 비록 K리그2지만, 염기훈 감독이 수원을 명가 반열에 올렸으면 좋겠다”고 짚었다.

수원은 지난 시즌 부상 선수가 계속해 발생하면서 제대로 선수 구성을 할 수 없었다. 박 단장은 단순한 선수층 강화 외에도 균형잡힌 식단, 프런트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단장은 “영양 섭취가 상당히 중요하다. 숙소에 잠자리도 좋아야 한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비록 강등이라는 아픔이 있지만, 선수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수원은 멋있는 축구를 하려 하더라. 이래서는 승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렬하고 용맹한, 거친 축구를 선수단에게 강조했다”고 첨언했다.

처음으로 K리그2에서 뛰는 만큼 리그 파악도 수원에겐 상당히 중요하다. 이제껏 수원이 상대해보지 않았던 팀들과 대부분 격돌한다.

‘다음 시즌 수원의 승격 경쟁 상대가 누가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염 감독은 “서울 이랜드가 위협적이다. 새로운 감독과 선수가 많이 갔다. 선수단 동기부여가 강할 것이다. 많은 선수가 영입됐다. 이랜드가 강력히 치고 올라올 것 같다”고 전망했다. 박 단장은 “부산이 강력한 승격 후보 중 하나다. 부산이 득점은 저조했지만, 실점도 적어서 선두권에 있었다. 올해는 공격수도 영입했다. 작년보다 예산도 늘었다. 더 강해질 것”이라고 꼽았다.

끝으로 박 단장은 “나는 염 감독에게 없는 경험이 있다. 초보 감독이지 않나. 열정과 도전 의식은 어마어마하다. 제가 단장으로서 충분히 지원하겠다”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감독의 역량이 필요하다. 연패에 빠지면 안 된다. 부산을 일례로 들자면 득점과 도움이 5위였는데, 마지막까지 선두를 달렸다. 감독의 전술과 전략이 뛰어났다는 증거다. 마지막에 결정적인 게 필요하다. 없으면 우승은 어렵다. 염 감독을 잘 돕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취임 기자회견을 마친 수원은 오는 12일 태국 방콕에서 이달말까지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화성=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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