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자괴감에 음주운전" 화 키운 해명…野 덮친 '친명 리스크'

손국희 2024. 1. 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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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재명계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시끄럽다. 민주당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온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판 연기 등으로 주춤한 사이, ‘친명 리스크’가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1월 10일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뉴스1


2021년 대선 때 이재명 후보 캠프의 대변인을 지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성희롱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달 29일 한 송년회 자리에서 지역 정치인의 수행비서에게 “너희 부부냐, 같이 사냐”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는 퇴원 하루 전인 9일 현 부원장에 대한 윤리감찰을 지시했고, 10일엔 피해자 조사가 이뤄졌다.

현 부원장은 앞서 비명계인 같은 당 윤영찬 의원 지역구(성남 중원)에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도전장을 냈다. 그런 그가 물의를 빚는 묘한 타이밍에 ‘원칙과 상식’ 소속으로 탈당 예정이던 윤 의원은 돌연 잔류를 선언했다.

2023년 8월 16일 민주당 특별보좌역회의에서 이재명 대표는 강위원 특보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강 특보 페이스북


성희롱과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전력으로 논란이 된 강위원 당대표 특보는 10일 내놓은 해명문이 외려 논란을 키웠다. 성희롱 전력으로 2018년 광주 광산구청장 선거 출마를 포기한 강 특보는 당시 상황을 해명하다 성희롱 2차 가해 논란이 일었고 2023년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받았다. 총선을 앞두고 광주 서구갑에 후보자 검증 신청을 낸 강 특보는 이날 “성희롱 사건 진상조사 도중 자괴감과 모멸감이 뒤섞여 견디지 못하고 도피했고, 자살 시도를 포함한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 가해) 사건은 2018년 2월 27일 시작됐는데, 이는 2차 가해라는 법률적 개념이 생기기 전”이라며 “정무적 판단보다 당헌과 당규에 근거한 판단을 요청한다”라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법이 시행되기 전에 벌어진 일이니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친명 인사들이 구설에 휩싸인 건 드물지 않은 일이다. 1997년 전남대에서 발생한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으로 구속기소 돼 실형이 확정됐다 2002년 사면·복권된 정의찬 특보, 보복운전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된 이경 전 민주당 부대변인 등이 총선에 도전장을 냈다가 지난달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민주당 서울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친명 타이틀을 내세우는 인사들이 잊을만하면 물의를 빚어 당 이미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10일 국회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탈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적인 논란까진 아니더라도 야권 갈등의 한 축에 반대 세력을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강성 친명 인사들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외 친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11일 탈당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향해 “배신은 처단하고 난동은 제압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친명 조직인 민주당혁신행동도 최근 윤영찬 의원이 탈당 대신 잔류를 택하자 “국회의원직 연장을 위해 당 잔류를 선택하는 파렴치한 배신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며 거칠게 비난했다.

친명 리스크가 부각될수록 중도 표심이 이탈하고, 탈당 등 당이 분열하는 원심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친명 인사들의 패권주의가 부각될수록 4월 총선을 가를 혁신 이미지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논란의 인사들이 ‘친명’을 브랜드로 내세워 당내 입지를 강화할 순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당에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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