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강등은 몇 년 전부터 시작" 박경훈 단장, 염기훈 선임에 "과르디올라도 처음엔 의심 받아"
[풋볼리스트=화성] 김희준 기자= 박경훈 신임 단장이 염기훈 감독을 선임한 이유를 밝혔다.
11일 오후 2시 수원삼성 클럽하우스에서 박 단장과 염 감독 취임 미디어 간담회가 진행됐다. 지난 8일 수원은 박 단장을 8대 신임 단장으로 선임한 데 이어 9일에는 염 감독을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다.
수원의 지난 시즌은 처참했다. 시즌 내내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두 번의 감독 교체에도 성적을 극적으로 개선시키는 데 실패했다. 10여 년간 이어져왔던 부실한 운영 체계가 서서히 병폐를 드러냈음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대가였다.
수원은 구단 쇄신을 맡을 적임자로 박 단장을 선택했다. 박 단장은 1984년 포항제철(현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해 1992년까지 프로 통산 134경기를, 국가대표로 1986 멕시코 월드컵과 1990 이탈리아 월드컵 등 93경기를 치른 전설적인 라이트백이었다. 은퇴 후에는 전남드래곤즈 수석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제주유나이티드와 성남FC 감독 등을 역임했고, 최근에는 부산아이파크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활동했다.
작년 말에는 천안시티FC 감독 부임과 관련해 한 차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부산 테크니컬 어드바이저였던 박 단장은 박남열 감독의 뒤를 이어 천안 사기 사령탑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으나 박 감독이 격하게 반응하는 등 논란이 일었고, 결국 천안 감독직으로 고사했다. 이후 김태완 감독이 천안을 맡을 새 감독으로 선임됐다.
수원을 다시 K리그1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중책을 맡았다. 다른 구단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 선임 공식 발표가 나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바쁜 겨울을 보내야 한다. 박 단장은 빠르게 구단 운영을 안정화시키는 한편 적절한 선수 수급을 통해 정글이라 불리는 2부리그에서 경쟁력이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한다.
박 단장은 "지난해 수원은 초유의 다이렉트 강등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 와중에 단장으로 오게 돼 굉장히 걱정된다"며 "수원의 강등은 작년에 이뤄진 게 아니고 몇 년 전부터 조짐을 보였다. 단장으로 취임하면서 용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염 감독 선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박 단장 부임 하루 뒤에 염 감독이 선임되면서 박 단장의 선택을 받았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염 감독이 선임될 수 있었냐는 의문도 따라왔다.
박 단장은 이에 대해 "염 감독에 대해서는 전 대표이사와 단장 사이에 조율이 있었고, 결정은 내가 내렸다"며 "염 감독에게 어떤 축구를 할 거고, 어떤 목표가 있고, 승격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묻고 대답을 들으면서 염 감독을 써야되겠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밝혔다.
[수원 미디어 간담회 박경훈 단장 전문]
- 취임 소감
지난해 수원 구단은 초유의 다이렉트 강등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그런 와중에 단장으로 오게 돼서 굉장히 걱정도 된다.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까, 위기를 극복할까 생각하고 있다. 수원 구단이 올해 힘든 상황을 잘 극복해서 팬들의 사랑을 다시 받고, 1부로 올라가서 명문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 한다. 많은 도움과 응원 주셨으면 좋겠다.
- 밖에서와 안에서 본 수원의 차이, 프런트가 현장을 지원하는 방법론
감독도 해봤고 행정가도 해봤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보기도 했다. 프로 구단에서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도 해봤다. 수원이라는 명가가 강등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 강등은 작년에 이뤄진 게 아니고 몇 년 전부터 조짐을 보였다. 용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선수단도 변화를 해야하고, 프런트도 변화해야 한다. 밖에서 보는 프런트의 문제점에 과감하게 변화를 주도록 하겠다.
- 염 감독 선임은 언제 결정했는지
염 감독은 전 대표이사와 단장 사이에 조율이 있었다. 결정은 내가 내렸다. 현재 우리 팀의 문제점인 패배감을 극복할 수 있는 것, 혼선 없이 선수단을 이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염 감독에게 물어본 게 명확한 목표와 방법론이었는데 염 감독은 그걸 갖고 있었다. 2부에서 가장 승격을 많이 시킨 감독도 있는데 왜 염기훈 감독이냐는 얘기도 많았다. 펩 과르디올라조차도 처음 감독할 때 걱정됐던 부분은 '경험이 없다'는 것이었다. 실패한 감독들도 있지만 애송이 감독으로 성공한 사례도 많다. 염 감독에게 처음 물어본 게 '어떤 축구를 할 거냐. 목표가 있냐. 승격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묻고 들으면서 염기훈 감독을 써야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감독에게 모든 걸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1군 감독도 해봤고 2부 감독도 해봤다. 1부보다 2부가 훨씬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역량을 감독에게 전달해주고 감독이 훌륭하게 수원의 레전드로서, 한국축구 자산으로서 훌륭한 감독이 될 수 있게끔 모든 역량을 발휘하겠다.
- 선수단 개편 계획
아까도 말씀드렸듯 1부와 2부는 차이가 있다. 2부로 강등됐다고 수원이 작년에 적은 돈을 썼다는 생각은 안 한다. 일단 체질 개선을 한 뒤에 어느 쪽에 중심을 두고 예산을 쓸 것인지, 어디에 쓸 것인지 감독과 잘 상의할 거다. 작년 기록을 보니 57실점을 했고 35골을 넣었다. 강등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점과 득점이다. 공격라인에 보강을 해야하고, 수비라인은 어떻게 탄탄하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감독이 원하는 축구 철학을 잘 입히게끔 단장으로서 같이 고민하고 최대한 지원을 하겠다.
- 지난 시즌 부상이 많았는데 이번 시즌 어떻게 관리할 건지
부상이 오는 요인 중 하나는 강도 높은 플랜을 지속한 이후에 회복을 제대로 못했을 때다. 어제도 팀장과 얘기했다. 우리가 강등은 됐지만 선수들에게 무얼, 어떻게 해줄 거냐고 물었다. 영양 섭취, 숙소, 식사 같은 걸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이 강등된 아픔을 갖고 있지만 구단이 우리를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연봉을 올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소한 변화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구단은 스마트하고, 다들 멋있는 축구를 한다. 그런데 멋있는 축구로는 좋은 퍼포먼스를 못 낸다. 팬들에게 사랑을 못 받고 1부로 올라가지 못한다. 스마트하고 멋있는 축구보다 강렬하고 용맹하고 거칠어야 한다고 선수들과 첫 대면에서 얘기했다. 지금 이 상태로는 절대 승격 못 한다. 우리 또한 강도 높은 훈련과 좋은 영양 섭취를 하고 잘 휴식을 취해서 부상을 없애고 지속적으로 좋은 경기력과 함께 승격을 할 수 있게끔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
- 수원 프런트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부산에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로 있어서 부산에 집중을 많이 해 수원을 많이 지켜보지는 못했다. 마지막에야 수원이 강등되는 걸 보면서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같은 아픔을 겪었다. 단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무엇이 원인인지 파악을 하게 됐고, 여러 가지 축구 서포터즈나 SNS에서의 얘기를 듣고 봤다. 나도 온 지 3일밖에 안 됐다. 확실한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 새롭게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용감하게 변화를 주고 담대히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하겠다.
- 부임 경위
그 전부터 소문은 들었다. 지난주 목요일에 제일기획 임원을 만났다. 부산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정몽규 회장과 대표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이틀 동안 고민하고 일요일에 현재 강 대표와 연락을 해서 결정했다. 계약 조건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다. 그 다음 날 정 회장에게 재가를 받아야했기 때문에 일요일 밤에 비서실에 전화를 했다. 월요일 오후 2시 반에 정몽규 회장에게 수원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고, 떠나도 좋다고 하셨다. 다음에 부산 김 대표에게 전화해서 말씀을 드렸고, 다섯 시에 공식 발표가 나가니 업무 정지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섯 시에 수원 발표가 났다. 과정은 속전속결로 진행이 됐다. 여러 얘기가 들렸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다.
- 서포터즈 간담회 시기
서포터즈가 있었기 때문에 수원이라는 명문 구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강등된 상황에서 가장 슬픈 사람들은 감독이나 선수보다도 열렬히 지원해줬던 서포터즈라고 생각한다. 언제든지 좋다. 수원이 굉장히 강한 서포터즈를 갖고 있다고 하는데 같이 만나서 응원해주시면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 우리가 문제점을 같이 찾아서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보자. 중요한 건 선수단 구성이고, 내일 전지훈련을 떠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게 마무리되면 의논하고 고민할 의사를 갖고 있다.
- K리그2에서 위협적인 경쟁 상대
여기 오기 3, 4일 전까지만 해도 부산에 피드백도 주고 구단과 계속 선수를 봤다. 부산이 상당히 강력한 후보 중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부산은 실점이 적은 반면 득점이 많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로 공격수를 보강하면서 라마스, 페신과 함께하면 상당히 우승 후보가 되지 않겠나. 올해 특히 2부 구단들이 작년과 다르게 지원액도 상당히 올랐고, 그래서 훨씬 강해질 거라 생각한다. 탄탄한 구성을 안 하면 걱정된다는 얘기를 염 감독에게도 말했다. 부산 외에도 전부 강력한 경쟁자가 될 거라 생각한다.
- 염 감독도 리얼블루 연장선, 리얼블루 정책 변화
리얼블루라는 얘기가 나온 건 수원 레전드들이 감독을 하면서 최근 들어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작년만 봐도 감독들이 도중에 나갔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선택이다. 그 선택을 하기까지 굉장히 신중하게 선택을 했다면 믿음을 갖고 지원하고 끌고 나가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염기훈 감독을 선택할 때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택했다면 구단 구성원들이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문제가 생기면 같이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게끔 하겠다. 그동안 리얼블루 의미를 잘 몰랐지만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보호를 해줘야 한다. 염기훈 감독 선임을 팬들이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의 축구 자산을 너무 쉽게 버릴까봐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단장으로 온 만큼 성공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운영 주체인 제일 기획의 구단 운영 의지
운영 주체가 변화를 갖는 건 충분히 이해를 한다. 그동안 최고의 명가로서 엄청난 우승도 했기 때문에 팬들의 눈높이는 엄청나게 높아져 있다. 예전에는 가장 많은 재정 지원을 해줬던 팀이지만 최근 들어 예전보다 지원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니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협회에서 전무로 있으면서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게 저비용 고효율이었다. 그런 의미였지 않을까 싶다. 그런 걸 떠나서 감독의 역량이 중요하다. 돈을 많이 쓰면 우승할 수 있지만 설령 그러지 못하더라도 우승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명장이고 훌륭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의 이정효 감독이 지난 시즌 제일 적은 금액을 쓰고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짧은 시간 내에 명장의 반열에 올라왔다. 우리도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올해 수원 예산
예산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다. 그래도 우리가 2부에서는 가장 많은 액수를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그건 감독에게 부담을 주는 거라 생각한다. 2부에서만큼은 가장 많은 금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승격을 위한 단장의 역할
수원이 그동안 경기인 출신을 단장으로 잘 안 불렀는데 이렇게 불렀다는 건 회사 차원에서도 바라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내 역량은 감독으로서 1, 2부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축구협회 전무로서 일도 했었고, 교수도 했었고, 테크니컬 어드바이저도 했다. 염 감독은 옆에서 봤을 때 열정과 도전 정신이 어마어마하다. 다들 우려하는 건 경험 부족이다. 내가 경험을 많이 갖고 있으니까 이런 경험을 녹여 충분히 피드백과 조언을 줘서 모든 사람들이 갈망하는 승격을 이뤄내 명문 구단으로의 재건을 할 수 있게끔 하겠다.
- 부산도 작년에 아쉽게 승격에 실패했다. 승격을 위한 마지막 한 방은
결정적일 때 감독의 역량이 필요하다. 감독은 연패에 빠지면 안 된다. 지난해 부산을 보면 박진섭 감독의 역량이 상당히 훌륭했다. 득점도 5위였고 어시스트도 5위였는데도 막판까지 리그 1위를 달렸다. 감독의 역량이나 전술, 전략 등이 빼어났다. 그렇지만 감독은 막판에 결정지을 수 있는 용감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우승하기 쉽지 않다. 그런 부분을 느꼈다. 연패에 빠졌을 때 헤어나오는 방법, 그런 걸 통해서 지속성을 갖고 계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게 감독의 역량이라 보고 있다. 염 감독과 함께 좋은 팀, 가장 갈구하는 빠른 승격을 통해 내년에 1부에서 최고의 팀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진= 수원삼성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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