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느낀 게 있을 것” 피습 발언 김한규, 사과

김 의원, 라디오서 “선혈 낭자하게 찔러야 좋아하는 정치 문화” 언급
이 대표 지지자들 “생사 오간 사람에게 할 말이냐” 반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당 대표가 피습당한 사건을 두고 “이 대표 본인도 느낀 게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피해자인 이 대표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김 의원은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김 의원은 11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그냥 찌르면 안 되고 선혈이 낭자하게 찔러야 지지자들이 좋아하는 이런 정치 문화에 대해서 이 대표도 본인이 피해자가 돼 보니 느낀 게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을 계기로 여야 모두 선악 구조의 정쟁적 정치관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감하는 그런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적대적 정치 문화를 ‘콜로세움 검투사’에 빗대 설명하는 과정에서 “선혈이 낭자하게 찔러야 지지자들이 좋아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 대표가 퇴원하면서 밝힌 ‘적대적 정치문화 종식’ 메시지를 옹호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흉기에 찔려 실제 피를 흘리며 쓰러졌던 이 대표를 두고 이런 비유를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친민주당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생사를 오간 사람에게 할 말이냐” “윤리위를 열어 징계해야 한다” “사이코패스 아니냐” 등의 날선 반응을 보였다.

김 의원은 또 전날 국회에서 정성호 의원과 이 대표가 성희롱 의혹이 제기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상의하는 듯한 장면이 포착된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사회자가 “친명 인사를 공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김 의원은 “친명 공천까지는 확대 해석인 것 같다”면서도 “두 분의 문자 내용 중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들이 당연히 주변 사람들의 조언은 구해야 하고 당대표면 의도적으로라도 여러 사람한테 의견을 구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징계 수위에 대해 논의를 하면 상당히 부적절하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 의원은 발언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과의 말을 남겼다. 그는 “저 역시 대표님이 퇴원하면서 낸 메시지, ‘전쟁 같은 정치를 종식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며 “그 메시지를 출연한 방송에서 인용하기도 했는데, 몇몇 분들이 우려와 비판의 전화를 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같은 말이라도 피해 당사자가 직접 하시는 말씀과 제가 옮기는 말은 다르게 들릴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점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종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