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신' 강조한 이낙연 "민주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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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탈당을 선언했다.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면서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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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지, 남소연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
ⓒ 남소연 |
11일, 24년 만에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이낙연 전 대표의 '고별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름이 4번이나 언급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담 기자로 인연을 시작해, 2000년 민주당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의 전남 함평·영광 지역구에서 내리 4선, 전남도지사를 거쳐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 이 전 대표는 자주 '김대중 정신'을 내세웠다. 민주당을 떠나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DJP연합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습니다."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 받았습니다. 저는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습니다."
"문화에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김대중 정부의 원칙을 되살려, '제2의 한류'를 더 확산시키도록 돕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더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싸우겠습니다."
국민의힘 전 대표이자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인 이준석 전 대표 진영을 포함한 제3지대 세력의 연대, 즉 '빅텐트' 구상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DJ를 언급했다. 1997년 대선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단일화, 이후 연립내각 구성 등의 역사를 거론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탈당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철옹성 같은 양당 독점의 구도가 대민을 망가뜨리고 있다"면서 "DJP연합보다는 훨씬 가까운 거리의 사람들끼리 모이게 된다"고 말했다.
'양당 기득권 정치 타파'라는 공통의 목표 외에,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진영들이 연합을 이룰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이 전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입장이 다른 분과 만날 때도 내 입장은 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김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옛날에 김 전 대통령은 당신과 정반대의 보수 지도자와 연립 정부를 꾸렸다"면서 "제3지대에서 만날 사람들은 김 전 대통령이 만났던 그분들보다는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얼마든지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준석 위원장이 <뉴스1>과의 같은 날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와의 '연대 조건'을 말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관련 생각 등 '이견 조정 과정'을 언급한 데 대해선 "저도 그렇고, 문재인 전 대통령 본인도 (부동산 정책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했다"면서 "이준석 위원장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 모두 거대 양당 대표를 지냈음에도, 양당 기득권 체제를 함께 내건 까닭을 묻는 질문에는 "오히려 양당에서 대표까지 지냈기 때문에 그 폐해를 더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무 것도 모르고 경험하는 사람보다는 양당에서 함께 했고 책임있는 역할까지 했던 사람들이라, 반성에 입각한 새로운 정치는 오히려 결실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남소연 |
바로 전날인 지난 10일, 윤영찬 의원 외 탈당을 선언한 원칙과 상식 3인(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들과의 협력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한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하겠다"면서 "특히 청년과 전문직의 참여가 필요하다. 정치 참여의 기회를 얻도록 돕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후에도 "(원칙과 상식과는) 어느 지점에서 함께할 것인가는 지금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이 전 대표의 탈당 기자회견문에는 '반성'도 함께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2020년 선거를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제가 동의한 것도 부끄럽다"면서 "저의 오늘 결정에 대해 저의 아버지처럼 오랜 세월을 보상도, 이름도 없이 헌신하시는 당원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연동형 유지'에 대한 입장도 강조했다. 그는 "원래 민주당은 다당제를 지향했고, 소수정당을 도우며 소수정당을 우군화했던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면서 "언젠가부터 소수정당을 배제하려는 이상한 기운이 생겼는데, 그건 오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탈당 선언은 결국 '독재와 방탄'의 정치를 대신할 '새 정치' 제시로 귀결됐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을 거의 완성했고 민주당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 폭주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야는 그런 적대적 공생관계로 국가를 무너뜨리고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이어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석 확보를 통한 총선 승리를 자신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양당 독점 구도를 깨트리는 데 의미있는 정도의 의석, 되도록 많이 얻었으면 좋겠다"면서 지역구 후보 또한 "할 수 있는 한 다 내겠다"고 했다.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선언을 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 남소연 |
이날 이 전 대표의 탈당 선언을 30분 여 앞두고, 이 전 대표의 지지자 100여 명이 국회 소통관을 찾기도 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를 향해 '이낙연'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소통관 밖에서 다시 지지자들 앞에 서서 "새로운 길은 늘 외롭고 두렵다. 그러나 누군가는 가야 그것이 길이 된다"고 외쳤다. 그는 이어 "많은 증오와 저주의 말이 쏟아지겠지만 흔들리지 마시고, 우아함을 잃지 말고 새로운 길에 동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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