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대신 '특별감찰관'? 정말로 임명할 생각 있을까

박성우 2024. 1. 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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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한동훈·대통령실 '국회 추천' 강조... 의지 있다면 '후보자 추천 요청 공문'이라도 보내야

[박성우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0일 특별감찰관에 대해 "이미 존재하는 제도니 국회에서 추천하기만 하면 되는데, 지난 문재인 정권 내내 추천 안 했던 것이라"며 "특별감찰관 추천에 대해 민주당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언급한 특별감찰관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를 사전에 예방할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로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2016년 사직한 후 2018년 4월까지 차정현 특별감찰과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는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만들어지면 특별감찰관 제도는 공수처에 흡수될 것이기에 공수처법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12월,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에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특별감찰관은 흡수될 것"이라며 "특별감찰관 제도의 한계는 이미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수처법이 처리된 이후에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아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에서 비판이 나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당선인 신분으로 특별감찰관 제도를 재가동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시와 달리 현재까지 특별감찰관은 임명되지 않다가 최근 '김건희 특별법'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논란이 일자 지난 5일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로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면 지명하겠다"고 언급했다.

국회가 추천만 한다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겠다?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의 발언을 살펴보면 '김건희 리스크'로 인한 여론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특검 대신 특별감찰관 임명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발언을 살펴보면 국회가 추천만 한다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특별감찰관법 제7조는 국회가 15년 이상 경력의 15년 이상 경력을 가진 판사·검사·변호사 중에서 3명의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3일 이내로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여야 협의에 따라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추천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국회가 먼저 후보자를 추천해달라는 주장 자체는 타당하다. 이는 문재인 정부 역시 주장했던 바로, 2021년 이철희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 "국회가 절차를 진행해주면 된다"며 "이 문제를 조속하게 협의해달라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밝혔다.

당시 이 정무수석은 "대통령이 지금까지 특별감찰관을 '국회가 추천해달라' '양당이 협의해달라'고 한 게 4번이나 있었다"며 문 대통령의 임명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공석 중인 특별감찰관의 임명 의사를 천명하고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한다"고 보도자료를 발표했고 2017년과 2018년 여야 원내대표 초청 행사에서도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는 '청와대가 특별감찰관 임명 의지가 없으면서 야당 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0년 8월,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회사무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가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국회에 보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특별감찰관 후보자와 달리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요청 공문은 국회에 보낸 점도 비판했다.

'공문 보내지 않는 건 임명 의지 없음'... 비판은 여전히 유효

이러한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후보자 추천 요청 공문을 보내지 않는 것은 임명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당시 미래통합당의 비판은 윤 대통령에게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8월,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정말 의지가 있으면 빨리 국회에 공문을 보내 특별감찰관 추천을 요청하면, 국회도 그에 따라 절차를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비판하자 대통령실은 "저희가 특별히 요청해야 된다거나 그런 절차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위원장과 대통령실이 한목소리로 공문 요청 대신 국회 추천을 언급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차피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생각이라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회에 공문을 요청하는 좋은 그림을 두고 굳이 국회를 압박할 이유가 없다. 여야 협의가 무산되길 내심 바라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오는 이유다. 그렇게 되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려고 했지만 야당의 비협조적 태도로 협의가 무산됐다'며 특별감찰관 문제를 오히려 야당 책임으로 전가할 수도 있다.

정말로 여당과 대통령실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고자 한다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비판한 것과 같이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국회에 공식적으로 후보자 추천 요청 공문을 보내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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