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日 강제동원 피해자 손배청구 또 인용… 배상금 1억원
피해자 측 1억 손배 판결 확정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또다시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차례 피해자가 승소한 데 이어 대법원은 이번에도 같은 판단을 내놨다.
11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김모씨의 유족 정모씨 등 3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총 약 1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의 주요 쟁점인 일본 기업의 소멸시효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일본 기업 측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게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에 대해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2012년 5월24일 선고한 판결에서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된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2012년 판결 선고 이후에도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되는지 여부 등에 관해 여전히 국내외에서 논란이 계속됐고, 청구권협정의 당사자인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에 의해 과거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 등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소멸됐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했으며, 피고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도 이에 동조하면서 배상을 거부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남은 사법절차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 외에 별다른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2년 판결은 파기환송 취지의 판결로서 그로써 해당 사건 당사자들의 권리가 확정적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었고, 또한 환송판결의 기속력도 환송 후 재판에서 새로 제출되는 주장과 증거에 따라 미치지 않을 수도 있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 등과 같은 피해자들로서는 2012년 판결 선고 이후에도 개별적으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은 2012년 판결 중 2009다68620 사건의 재상고심에서 2018년 10월30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후 같은 취지의 환송 후 원심의 판단을 유지해 상고를 기각했다"라며 "이로써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의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견해를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혔다"고 했다.
이어 "결국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 비로소 대한민국 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가능성이 확실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라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강제동원 피해자 또는 그 상속인인 원고들에게는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피고를 상대로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김씨는 일본 태평양전쟁 중인 1943년 18세 나이에 강제 동원돼 일본 큐슈 소재 일본제철 제철소에서 강제 노동을 했다. 김씨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면서 월급은 전혀 받지 못한 채 광복 이후인 1946년 귀국했다.
김씨는 2012년 11월 사망했고, 부인 정씨와 자녀들은 2015년 5월 한국 법원에 "일본제철은 1억원을 배상하라"며 이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일본제철이 피해자 김씨의 유족 3명에게 위자료 총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제철이 불복했으나 항소가 기각됐고 이날 대법원의 결론도 같았다.
대법원은 이번 소송과 법적 쟁점이 유사한 과거 강제동원 소송에서 이미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2018년 10월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양국 간 피해 배상과 보상이 일부 이뤄졌더라도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과 일본 기업의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이후 최근 강제노동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이 연이어 승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8일에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고(故) 홍순의씨 등 14명과 유족 등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1일에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일본 기업들이 1억~1억5000만원씩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측은 손해배상금 지급을 거부한 일본 기업 측의 국내 재산을 강제 처분하는 절차를 밟았지만 일본 측이 항고에 재항고로 지연시키면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정권이 바뀌고 정부는 일본과 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신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해법으로 내놨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2012년 일본제철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처음으로 배상청구권을 인정하자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제기한 소송이어서 '2차 소송'으로 불린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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