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IT운영 방식 '계열사 직접수행'으로

IT 개발기간 최대 50% 단축
연간 150억원 비용 절감

우리금융그룹이 그룹 IT 운영방식을 은행, 카드사 등 '계열사 직접 수행방식'으로 전환을 완료했다. 우리금융은 이번 전환으로 IT 개발기간은 최대 50% 단축되고, 연간 15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절감해 신규투자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본사에서 옥일진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IT 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를 열고 IT 운영방식 개편의 기대효과와 향후 추진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금융은 2001년 지주체제 수립 직후 IT 자회사인 우리FIS가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을 대신해 IT 업무를 수행하는 그룹사 간 위수탁 방식으로 운영해 왔으나, 최근 10년간은 이런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란 인식에 따라 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그룹사 간 인력이동 등의 쟁점이 많아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우리금융은 이번 개편에 앞서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DBS는 2016년 IT 운영방식을 자체 수행으로 전환한 후 향상된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디지털 사업을 통해 비이자수익원을 발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2.2배 증가하고 인도,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에도 성공하는 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그룹 신 IT 거버넌스'를 주요 경영과제로 선정하고 지주 주관으로 IT 개편 협의체를 구성, 거버넌스 개편을 본격 추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말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FIS 3사는 IT 영업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우리FIS 직원 중 은행 전담 인력 780여명이 우리은행으로, 카드 전담 인력 170여명이 우리카드로 이적했다. 이는 우리FIS 전체 인력의 90%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리금융은 이번 거버넌스 개편으로 IT 개발기간이 종전 대비 최대 50%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력이 보강된데다, 개발 및 유지보수 프로세스가 우리 FIS를 경유하던 기존 7단계에서 3~5단계로 크게 단축돼서다. 이에 따라 길게는 30일이 소요되던 IT 개발기간 역시 2주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 절감 효과도 적지 않다. 외주업체 개발 비중을 최소화하고 은행, 카드와 자회사 간 기획 및 품질관리 업무의 중복요소가 제거됨에 따라 우리은행은 약 130억원, 우리카드는 약 20억원 등 연간 총 150억원의 판매관리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만큼 디지털, IT 영역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거버넌스 개편을 기점으로 디지털 사업을 강화한단 방침이다.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진행 중인 우리원(WON)뱅킹 전면 재구축 사업, 오는 3월 선보일 인공지능(AI) 뱅커, 서비스로서의 뱅킹(BaaS) 기반 디지털 신사업, 토큰증권(STO) 등 디지털자산 인프라 구축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금융 측은 "올해 경영목표를 '선도금융그룹 도약'으로 수립하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만큼 이번 IT 거버넌스 개편은 중대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모바일 중심 개발환경 구축과 클라우드 고도화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개발기반을 마련했고, 이번 개편을 통한 은행, 카드 IT 자체 개발 도입으로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준비를 모두 마친 셈"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