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비트코인, 현물 ETF 속으로
시장선 자산가치 인정 의미 부여
26조 자금 추가 유입 기대
"오늘은 비트코인의 날이다."
올해 가상자산 시장 최대 화두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10일(현지시간) 결정됐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일정 부분 자산 가치를 인정받는 동시에 전 세계 기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합법적 통로가 마련됐다는 의의가 있다. 일각에선 추가 자금 유입 규모로 26조원을 점치고 있다.
미국 SEC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레이스케일 인베스트먼트·비트와이즈 등이 신청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에서 연방항소법원이 SEC가 그레이스케일 측이 제안한 ETF를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적절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사례를 언급하며 "가장 지속 가능한 경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위원회는 2018년부터 2023년 3월까지 그레이스케일 신청 건을 포함해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과 관련된 신청을 20여건 이상 반려했으나, 법원이 상장 거부 사유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서 사태가 역전됐다.
겐슬러 위원장은 "위원회는 투자자와 공익을 보호하게 설계됐는지, 증권거래법과 이하 규정에 부합하는지 평가할 것"이라며 "오늘의 조치에는 투자자들을 위한 특정 보호 조치가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랜섬웨어, 자금 세탁, 제재 회피, 테러 자금 조달 등 불법 활동에도 사용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기존의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상장 승인된 11개 ETF 중 6개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될 예정이다. 3개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2개는 나스닥에서 거래된다. CNBC는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가 첫 타자가 될 것으로 점쳤다. 블랙록 자산운용과 피델리티 등 역시 경쟁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봤다. 첫 번째 펀드는 11일(현지시간)부터 거래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CBOE의 공지사항에는 아크인베스트 비트코인 ETF, 프랭클린 템플턴 비트코인 ETF 등이 11일(현지시간)부터 거래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10시 27분 현재 전일 대비 2.08% 오른 6150만원 수준을 기록 중이다. 7일 전 대비로는 9.33% 올랐으며 1년 전 대비로는 167.14% 상승했다. 연초 ETF 승인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가격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전일 SEC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 해킹으로 인한 ETF 승인 가짜 뉴스에 한 차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6000만원 초반대까지 밀렸다가 빠르게 상승 전환하며 6200만원에 근접하고 있다.
시장에선 ETF 승인 시 유동성 증가와 함께 가격 상승을 기대 중이다. 회계 문제 등을 이유로 비트코인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추가 자금 유입 규모가 200억달러(약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유통을 담당하는 거래소들 역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됐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유입될 제도권 기관자금은 규제를 준수하는 거래소를 선호할 것"이라면서 "가상자산 유통시장이 규제를 준수하는 미국 시장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도 단순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 외에도 기술혁신 사이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자산으로 인정받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 ETF 승인 이후에도 랠리가 지속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기술혁신 사이클에 대한 시장 신뢰도 강화됐다"며 "정책 당국이 비트코인을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하는 배경에는 비트코인으로 대변하는 가상자산이 각종 기술혁신 사이클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Z칼럼]한강 작가도 받지 못한 저작권료와 저작권 문제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
- '북한강 시신 유기' 현역 장교는 38세 양광준…머그샷 공개 - 아시아경제
- "수지 입간판만 봐도 눈물 펑펑"…수지 SNS에 댓글 남긴 여성이 공개한 사연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석유는 신의 선물이야"…기후대책 유엔회의서 찬물 끼얹은 사람 - 아시아경제
- 바이크로 수험생 바래다주던 송재림…"화이팅 보낸다" 격려도 - 아시아경제
- '이렇게 많은 돈이' 5만원권 '빽빽'…62만 유튜버에 3000억 뜯겼다 - 아시아경제
- "저거 사람 아냐?"…망망대해서 19시간 버틴 남성 살린 '이것' - 아시아경제
- 올해 지구 온도 1.54도↑…기후재앙 마지노선 뚫렸다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