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앞 당당해야" 조태열 외교장관…미·중 갈등 속 실리 챙길까
北도발, 美대선, 中압박 등 과제 산적
저서에서 "강대국 앞 당당해야" 강조
조태열 신임 외교부 장관이 12일 취임한다. 그는 통상과 다자업무에 능통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미·중 패권 다툼 속에 경제 안보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교·안보 라인으로 합을 맞춰야 하는 장호진 신임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도 같은 외교부 출신으로 친분이 깊다. 올해는 미국 대선, 북한 도발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큰 만큼 조 장관의 책임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우리 외교 최대 난제…"미·중 대립 속 좌표 설정"
조 장관의 당면 과제는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북한과의 갈등을 낮추는 일이다. 미·중 패권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 조 장관은 2021년 저서 '자존과 원칙의 힘'에서 "우리 외교의 최대 난제는 미·중 대립 속에서 좌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며 구체적인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흔히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우리 살길이니 외교, 안보, 통상 정책도 그런 원칙에 따라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우리 희망적 사고일 뿐"이라며 "동맹국인 미국과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했다. 이를 보면 조 장관은 한미동맹 강화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중국과의 공급망 등 갈등은 최소화하는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美 대선 변수…"강대국 앞 당당해야"
최대 변수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변화가 적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집권 1기 때 한국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약 5배 증액해달라고 요구한 것을 고려하면 미 정권 교체 시 외교부의 가교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조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외교부에서 인맥을 동원해가면서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저서에서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만이 강대국 앞에서 우리 자존과 실리를 지킬 수 있는 힘"이라고 강조한 만큼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원칙에 따라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우리가 미국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의존적이었던 시절 좀 더 의연하고 당당하게 미국을 대했더라면 미국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그만큼 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수출 통제에 맞서 '자원 무기화'에 속도를 내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숙제다. 한·미·일 협력이 강해질수록 중국의 압박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9일에도 한·미·일이 최근 첫 인도·태평양 대화를 열고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 우려를 표한 것을 두고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일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하는 게 조 장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현재 2월 중 개최 전망이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많다.
"외교부도 경제부처"…경제 안보 중점
통상 전문가인 조 장관은 재임 기간 경제 안보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40년의 외교관 생활 중 30년을 통상 분야에서 일했다. 그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오래전부터 외교부도 경제 부처의 일원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평소 통상 협상은 경제전문가보다는 외교관이 해야 한다는 지론을 밝혀왔다. 앞으로 갈륨, 희토류 등을 둘러싼 중국과의 공급망 문제에 외교부가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올해부터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임기를 시작한 만큼 북한 문제를 포함한 국제평화·안보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외교부 내에서도 주유엔 대사를 지낸 조 장관이 취임하면 관련 업무의 비중이 커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북핵, 대북 제재 등에선 큰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집안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이 안보리 안에 있으면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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