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키우는 신당·한동훈 업은 국힘...민주당 돌파구, 야권대연합?

박소희 2024. 1.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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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총선 D-90 정권심판론만으론 어렵다... 주춤했던 선거연합 다시 수면 위로

[박소희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왼쪽)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낙연·이준석·양향자·금태섭. '제3지대 신당'을 추진하는 4인방이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조우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낙준연대' 성사 여부 등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만큼 '제3지대 신당'에 대한 존재감은 최근 부쩍 커지고 있다. MBC 신년 여론조사에서 '신당 투표 의향 있다'는 응답은 34%, 특히 무당층으로 꼽히는 20대(46%)와 30대(39%)의 호응이 컸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당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저희 달라지고 있지 않나? 앞으로 더 달라지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여당의 변화가 가시화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한동훈 효과'는 확인되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10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6%, 더불어민주당 33%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의 정권견제론 47%-정권지원론 40%와는 다른 양상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36% 동률을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이재명 대표 피습'이란 대형사건을 연초에 맞은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 눈에 띄는 행보가 최근 없다. 일찌감치 녹색당 등과 선거연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정의당도, 민주당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개혁연합신당을 띄운 기본소득당도 움직임이 더디다. 그 사이 이번 총선을 국민의힘·민주당 양당 심판 선거로 규정하는 여론이 조금씩 부각되는 상황이다. <한국일보>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시 심판론'은 전체 유권자의 22%에 달한다.

시민사회의 '야권대연합' 제안 이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당원과의 만남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2024.1.10
ⓒ 연합뉴스
 
22대 총선을 90일 가량 앞둔 현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위의 세 가지 풍경은 민주당 안팎에 여러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물론 '정권심판론'은 여전히 강력한 의제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중반을 접어드는 시점인만큼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구도에서 치렀던 2012년 총선의 승리자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를 내세워 국민들에게 '다르다'는 느낌을 준 덕분이었다. 야권 일각에서 '윤석열 아바타'로 규정하고 있지만 한동훈 위원장의 등판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 와중에 민주당은 이낙연 신당 등을 고리로 한 탈당이 시작돼 분열 위기를 맞았다. '정권심판 구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불안한 시민사회는 '야권대연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동형 비례제(정당 득표율대로 총 의석을 배분, 지역구 의석이 부족하면 비례의석으로 보정하는 제도. 현재는 정당 득표율의 절반만 반영)를 지키되 정당명부를 공유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선거 이후 정부 구성이나 정부 정책 실현을 위한 통치연합(Governing coalition) ▲선거 이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나 정치세력들이 모인 대항연합(Opposing coalition) ▲선거 승리를 위해 선거 이전에 구성되는 선거연합(Electoral coalition)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 연합정치 가운데 '선거연합'에 해당된다.

낯선 구상은 아니다. 2023년 뉴질랜드 총선에서 국민당과 액트당 선거연합이 59석을 차지해 승리했다. 뉴질랜드와 같은 내각제 국가에서만 가능한 일도 아니다. 1996~2009년 63개 대통령제 국가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의회에서 대통령이 소수파인 기간 중 56.6%가 연립정부였다. 한국은 어땠나. 1997년 대선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이 있다. 19대 총선을 전후해 활발히 전개됐던 야권연대 및 후보단일화도 같은 맥락이었다.

2020년 연동형 비례제 도입 후엔 '비례연합'이란 새로운 선거연합이 출현했다. 하지만 "선거법의 취지를 살리고 반칙 미래통합당을 응징하겠다(이해찬 당시 대표)"던 민주당의 명분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 앞에 무색해졌다. 민주당이 녹색·진보당을 두고 "이념·성소수자 문제 같은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정당"이라며 배제하고, 투표용지 순번 끌어올리기를 위한 '국회의원 파견'까지 강행하면서 연합의 정치는 꼼수의 정치가 됐다.

다시 '연합'을 말하는 이유 "최대의 극우 방어책"

'꼼수'로 폄하됐던 '연합'을 다시 주장하는 이들은 한국 사회의 퇴행과 정체를 그 이유로 말한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12월 19일 '민주주의 회복과 정치대전환을 위한 범시민 토론회'에서 "윤석열식 증오정치, 폭력정치는 극우 포퓰리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가장 큰 방어책은 연합정치"라고 말했다. 또 김종민 정의당 정책위의장,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87년 체제'의 한계를 언급하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개헌에는 최소 200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합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쉬운 길은 아니다. 가장 큰 난관은 '비례연합과 민주당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냐'는 문제다. 정의당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을 제외한 소수 7당의 비례연합은 검토해볼 수 있지만, 민주당이 참여한다면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며 "그건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본소득당 쪽은 "(개혁연합신당의 경우) 1월 중으로 개혁과제를 발표할 예정인데, 이 과제를 중심으로 민주당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한 의원은 "소수정당끼리 알아서 하라고 하면 될까? 민주당이 나서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한다고 '또 위성정당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면, 그럴 바에는 병립형으로 가서 욕 먹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의원은 "과연 국민들은 그 또한 위성정당으로 보지 않겠나"라며 "속이면서 가면 안 된다. 비례연합을 하든 말든 우리는 놔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은 지역구에 주력하고 비례연합에 들어가되 후순위에 배치하자"는 중재안을 내놨다. '민주당이 아닌 척'했던 2020년의 위성정당과 현재의 비례연합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17일 유튜브 '오마이TV' 인터뷰에서 "그 전에는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만들어서 (다른 소수정당들을) 합류시켰다. 이것과 이미 만들어져 있는 연합정당 안에 민주당이 들어가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연합을 성사시켜보려는 이들의 주장은 2027년 대선 전망과 이어진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선거제 관련 토론회에서 "스윙보터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기본적으로 연합정치를 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특히 대선에서 연합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정의당이 왜 떨어져나갔을까. 위성정당이 계기였다"며 "병립형으로 회귀하면 대선 패배의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봤다.

실제로 2022년 대선은 "선거구도가 정권안정론보다 정권심판론에 힘이 더 쏠리면서 전통적인 민주당 선거연합의 주력 요소인 4050세대의 참여와 지지세는 꺾였고, 이 세대의 결집을 유발할만한 결정적인 이슈도 없었기에 민주당 선거연합의 강도는 국민의힘보다 약했다"는 연구도 있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 진보, 4050세대, 2030여성이 영남, 보수, 60대 이상, 2030남성에 비해 잘 뭉치지 않은 결과가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패배란 뜻이다.

절박한 쪽이 이긴다... 누가 더 절박한가
 
▲ 이재명 대표, 피습 8일만에 퇴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피습 후 입원 치료중이었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피습 후 수술한 목 부위에는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
ⓒ 권우성
 
'절박한 쪽이 이긴다.' 선거판의 오랜 금과옥조다. 그리고 총선을 앞둔 모든 정당은 절박하다. 국민의힘은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 윤 대통령의 레임덕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은 입법주도권을 잃을 뿐더러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 역시 장담 못한다. 제3지대 신당과 정의당 등은 이번 총선 성적을 통해 존폐가 갈린다.

이재명 대표는 10일 퇴원하면서 "(한국정치가) 희망을 만드는 '살림의 정치'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위원장은 10~11일 1박 2일 부산행을 이어간다. 엑스포 유치 실패 후 흔들리는 지역민심을 다잡기 위해서다. 이낙연 전 대표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연다. 야권대연합을 촉구하는 이들은 조만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 가운데 가장 절박하게 움직이는 자는 누가 될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 MBC : 코리아리서치 2023년 12월 29~30일, 전국 만 18세 남녀 1005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95% 신뢰수준 ±3.1%P - 한국일보 : 한국리서치 2023년 12월 26~27일, 전국 만 18세 남녀 1000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95% 신뢰수준 ±3.1%P - 연합뉴스·연합TV : 메트릭스 2024년 1월 6~7일, 전국 만 18세 남녀 1000명 대상 전화면접조사, 95% 신뢰수준 ±3%P ■ 참고문헌 - 박영환, 한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선거연합, 2023 - 정병기, 정당 체제와 선거 연합, 2018 - 홍재우, 선거제도와 연합정치: 이론, 원칙 그리고 쟁점, 2012 - 홍재우·김형철·조성대, 대통령제와 연립정부:제도적 한계의 제도적 해결,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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