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은행에서 장기 두는 어르신들…시니어 영업점 만드는 우리은행

박유진 2024. 1. 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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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시니어플러스 효심 영업점'
“특화점포 개설…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은행권 수익 보전을 위한 영업점 구조조정 소식이 빈번히 들리는 가운데, 오히려 '돈 안 되는' 점포를 새로 만드는 은행이 있다. 우리은행의 '시니어플러스 효심 영업점’이다.

우리은행은 재작년 말부터 고령층을 위한 특화점포 개설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12월 서울 성북구에 신설한 '동소문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3월에 연 영등포구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8월에 연 강서구 ‘화곡동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등 현재까지 3개 지점을 열어 운영 중이다.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김성진 채널전략부 부부장(44)은 지난 9일 아시아경제와 만나 "수익성을 따져보면 분명 마이너스지만, 은행의 사회적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앞으로도 새로운 고령화 특화점포를 개설할 계획이 있다"며 "인구구조적으로 고령층이 점점 늘어나는 사회에서, 시니어 고객들과 접할 기회를 늘림으로써 우리은행의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서울시 성북구에 연 고령층 특화점포 ‘동소문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내부 모습./사진=우리은행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는 분위기 속에서 고령층 특화 점포를 신설하는 이유가 뭔가.

▲은행의 수익 차원에서는 오프라인 영업점을 점차 없애는 게 유리할 수 있지만, 사회적 역할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있었다. 그래서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이 많이 분포하는 지역에서 특수 영업점을 만들게 된 거다.

-시니어 특화 영업점의 특징에는 뭐가 있나.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과 편의성 제고를 위해, 일반 영업점과는 다르게 안락한 대기 장소와 고령층 친화적인 ATM(현금 자동 입출금기)이 배치됐다. 어르신들이 가입하기 어려워하는 제휴 상품은 지양하고, 원금보장형 상품 위주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개인 특화 목적이라서 기업 이용에는 제약이 있는 편이다. 금융기능 제공 외에도 주변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 및 금융 교육 장소로 이용 가능한 ‘사랑채’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 점포와 큰 차이점이다.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을 위한 디지털 금융 애플리케이션 교육, 어르신들이 취약한 금융사기 관련 예방교육, 시니어 대상 금융상품 안내 등의 재테크 교육 등이 이뤄진다. 장기판이나 바둑판 같은 놀이도구도 비치해뒀다.

화곡동에 있는 3호점의 경우 지역 소상공인들의 커뮤니티 활동 공간도 별도로 조성돼있다.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한 ‘소상공인 지원센터’도 함께 운영한다. 금융상품 상담과 창업, 소상공인 경영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근의 소상공인을 위해 강서구청과 지역 공공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다.

-은행 업무를 보지 않아도 들어올 수 있나.

▲물론이다. 사랑채, 우리마루 등의 공간은 누구나 와서 편히 방문해서 쉴 수 있는 곳이다. 가끔 시니어만 이용할 수 있냐는 문의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것도 아니다. 연령 상관없이 올 수 있다. 다만 1·2호점의 경우 영업점 객장을 지나야지만 쉬는 공간에 들어설 수 있어 은행 업무 목적이 없으면 발을 들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3호점은 주 진입로에서 사랑채나 우리마루로 가는 동선과 영업점으로 가는 동선을 분리했다.

-이용자가 많은 편인가. 이용 고객들의 반응은.

▲일평균 1호점은 50명, 2호점은 60~70명 정도 방문한다. 3호점은 100명 정도 방문한다. 2·3호점이 있던 곳의 경우 수익률이 낮아 영업점을 닫았던 지역인데, 몇몇 고객들에게 물어보니 지점이 생긴 것 자체가 너무 좋다고 하더라. 그 외에도 편히 쉬다 갈 공간을 만들어두니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기도 하고, 커피 한잔하면서 동네 주민들과 잠깐 이야기 나눌 자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남성보다는 여성 고객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서울 외 지역에 특화점포를 신설할 계획이 있다고.

▲고민 중인 단계다. 1·2·3호점을 서울에 국한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서울 외 지역으로 후보지를 찾아보고 있다. 처음에는 지방 도시에 어르신 고객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방에서는 주로 농협은행이나 지역은행을 많이 이용한다. 시중은행의 경우 지방으로 갈수록 이용자 연령층이 어려지는 경향이 있더라. 그래서 경기 지역에서 어르신 고객이 많은 곳을 찾아보고 있다.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이용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정하려고 한다.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외에도 우리은행의 시니어 관련 사업이 있다면.

▲2호점을 열면서 같이 시작한 업무 중에 시니어를 위한 이동점포 서비스 '위버스'가 있다. 위버스는 우리은행의 이동점포인데, 이 중 한 대를 시니어 전담으로 배치했다. 버스 안에 영업점 단말을 설치하고, 몸이 불편해서 은행을 찾기 어려운 고령층 고객들을 직접 찾아간. 서울 내 노인종합복지관 4곳에 주 1회 찾아가서 어르신들의 금융 업무를 봐 드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 활동은 앞으로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김성진 우리은행부부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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