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대 총선 '많이 바꾼 당'이 승리...최대 화두 새 얼굴

심새롬 2024. 1. 1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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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총선에서 각 정당의 현역 물갈이는 총선의 최대 화두가 되곤 했다. 기득권을 뺏는 과정에서 내분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결국 얼마나 좋은 ‘새 얼굴’을 선보이느냐가 혁신의 바로미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2004년 1월 17대총선 물갈이국민연대 회원들이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야합정치', '지역감정', '깡패 국회의원' 등을 국회에서 씻어내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극단적인 진영 정치로 인해 여야 모두에 비호감을 가진 유권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4·10 총선에서도 이같은 물갈이 경쟁이 반복될 전망이다. 특히, 현역 의원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의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 의뢰로 지난달 26~27일 진행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2%가 ‘지역구 의원 교체를 원한다’고 답했다. ‘현역 재당선을 원한다’는 응답자(24%)를 압도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지난달 26~27일) 조사에선 ‘지역구 국회의원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새 얼굴을 원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물갈이론이 대세를 이루는 데는 현재 정치권의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엄태석 서강대(행정학) 교수는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일 정도로 질 낮은 모습을 보였다”며 “강경파로 얼룩진 더불어민주당이나, 존재감 없는 국민의힘 의원을 보며 ‘저럴 거면 뭐하러 국회에 있느냐’는 불만이 부글부글 끓어 넘치기 직전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서 ‘새 간판’을 내세운 신당론이 불붙는 것도 이런 민심과 무관치 않다. 쿠키뉴스-한길리서치(6~8일)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이준석 신당(13.9%)과 이낙연 신당(8.7%)의 지지율 단순 합계가 22.6%에 이르렀다. 구체적인 비전도 없는 신당이 기성 양대 정당인 국민의힘(32.4%)과 민주당(28.7%)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2008년 2월 한나라당 정종복 공천심사위원회 간사와 당직자들이 여의도당사에서 18대 총선 공천신청 접수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1956년 3대 대선 이후 ‘못 살겠다. 갈아보자’ 구호가 정치권에 통용돼왔던 만큼 여야 역시 현역 의원 ‘물갈이’를 필승 카드로 활용해왔다. 실제 최근 18·19·20대 총선에서 더 많은 인적 쇄신을 이뤄낸 정당이 원내 1당을 차지했다. 18대 총선 때 현역 38%를 공천 탈락시킨 한나라당이 통합민주당(19% 교체)에 압승했고(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 81석), 19대 총선에서 다수당을 차지한 새누리당의 현역 교체율(47%)은 민주통합당(37% 교체)보다 높았다.(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1석 차로 누른 20대 총선 당시 양당의 현역 교체율은 민주당 33%, 새누리당 24%였다.(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이현출 건국대(정치학) 교수는 “공천을 통한 ‘인적 쇄신’은 문제적 인물을 대거 걸러낸다는 점에서 공약을 통한 ‘정책 쇄신’보다 유권자에 주는 임팩트가 더 크다”고 말했다.

2020년 2월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과 박완수 사무총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참석 하고 있다. 뉴스1


물론 단순 물갈이가 승리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절반에 가까운 44%의 현역 의원을 공천 과정에서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28%만 교체한 민주당에 궤멸적 패배를 당했다.(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 84석) 코로나19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지만, 당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자르긴 잘 잘랐는데, 좋은 후보를 새로 채우는 데 실패했다”는 내부 비판이 이어졌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보수당은 종종 더 높은 물갈이 비율을 기록하고도 선거에 졌다”며“지도부 입맛에 맞는 이른바 ‘권력형 물갈이’를 하다 보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감동도 없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야는 이번에도 경쟁적으로 ‘공천 칼날’을 휘두를 것으로 보인다. 총선 직전 긴급 투입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취임과 동시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영남 중진과 친윤 의원들을 벌벌 떨게 하고 있다. 친명 대 비명의 계파 싸움까지 겹친 민주당도 상당한 칼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 많은 기득권을 떨궈내야 하는 민주당은 하위 10% 현역 의원에겐 경선 때 득표한 표의 30%를 감산할 예정이다. 물갈이를 담당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도 민주당은 지난 5일 마쳤고, 국민의힘은 11일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심새롬·강보현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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