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후임 누가 하고 싶겠나"…법무장관 찾는 용산 골머리
대통령실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후임자 인선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무부는 한 위원장이 장관직을 내려놓은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노공 장관 대행 체제다. 한때 박성재·길태기 전 고검장과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후보자로 거론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운 사람도 찾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0일 “기존 후보들도 배제할 순 없으나, 현재로선 원점 재검토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사검증 업무에 밝은 인사는 “누가 조용필 다음에 노래하고 싶겠느냐”며 “한 전 장관의 존재감이 워낙 커 후임자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분위기도 그렇다. 대통령실에서 장관 후보자 지명을 위한 검증을 제안하면 손사래 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단순 검증 문제뿐 아니라, 한 전 장관의 후임이라 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거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등 대형 사건이 굴러가는 중이고, 이민청 설립 등 법무부 내 현안도 산적해 있다. 대통령실은 한때 여성 검사 출신인 이노공 장관 대행과 비검사 출신인 장영수 교수를 유력한 장관 후보자로 검토했다. 하지만 이 대행은 본인이 고사했고, 장 교수는 학자 출신이라 법무부 및 검찰 조직 장악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마냥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1일 국무위원과의 떡국 조찬 때 이 장관 대행에게 “한동안 대행 업무를 잘 맡아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장관 대행이 안정적으로 부처 업무를 이끌고 있다”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까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 인선과는 별개로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권익위원장(장관급)에 유철환 변호사를, 경제안보를 전담하는 국가안보실 3차장에 왕윤종 대통령실 전 경제안보비서관을 내정하는 등 일부 인사를 단행했다.
판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유 권익위원장 내정자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 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1988년 전주지법 판사 재임 때 사법부 독립과 민주화를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 내정자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데 힘써 왔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권익위의 선도적 역할을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외교부 2차관에 강인선 대통령실 해외홍보비서관,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에 강경성 산업부 2차관, 산업부 2차관에 최남호 산업부 대변인, 통상교섭본부장에 정인교 전략물자관리원장을 각각 내정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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