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건축 규제 완화 필요하지만 시장 불안 세심하게 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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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사실상 폐지…전국 95만 가구 혜택
향후 금리 인하 때 ‘샤워실의 바보’는 안 돼야
“진짜 어메이징 코리아다. 안전하지 않다고 판정난 걸 경축이라고….” 고(故) 이선균 배우가 구조기술사 박동훈으로 나오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동훈의 형이 한 대사다. 안전진단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보고 “진짜 튼튼하게 지었나 보다”고 오해했던 형은 “안 튼튼해. D등급 나와서 재건축할 수 있게 됐단 얘기”라는 동훈의 설명을 듣고서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짓는다. 안전진단의 뒤틀린 의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어제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부동산 시장 부양책을 발표했다.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당장 안전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주차난, 층간소음 등으로 거주 환경이 나쁘다면 재건축할 수 있게 했다. 사실상 안전진단이 폐지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으로 4년간 서울의 노원·강남·강서·도봉구와 경기도의 안산·수원·광명시 등을 중심으로 전국 95만 가구가 혜택을 받는다. 규제 완화로 재건축 기간이 최대 5~6년 단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와 내년 2년간 다가구주택 등 소형 신축 주택을 처음 사면 취득세·양도세·종부세를 산정할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해 세금을 깎아주기로 했다. 악성 물건인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도 세금 혜택을 준다. 정부가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세제 혜택을 동원한 수요 진작책까지 적극적으로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를 겸한 민생 토론회에서 “부동산 문제를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를 존중하고, 정치이념에서 해방시키겠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집값을 올리는 부도덕한 사람이라며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도 했다. 이념에 휘둘렸던 부동산 정책을 바로잡고, 민간 임대주택 공급자라는 다주택자의 역할을 인정한 건 바람직하다. 안전에 위험성이 있어야만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었던 과거의 규제는 주민의 재산권과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제까지 재개발·재건축을 과도하게 규제했던 건 도심 주택가격을 급등시킬 위험이 있어서였다. 부동산 불황이 극심한 지금이 규제 완화의 좋은 타이밍일 수 있다. ‘나의 아저씨’의 동훈은 안전진단 통과 현수막의 의미를 “돈 벌게 생겼다”고 갈파한다.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주택 소비자의 돈 벌고 싶은 욕망이 재건축 규제 완화 및 세제 혜택과 결합해 다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을 흔들 수 있다. 비싼 집값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정부가 온수와 냉수를 번갈아 틀어대는 ‘샤워실의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주택시장에 불똥이 튀지 않도록 미리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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