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빠르고 쉽게…다주택 과세 가볍게

백민정, 현일훈 2024. 1. 11. 00: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건설경기 한파, 정부 파격 대책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재개발을 위한 주택 노후 요건도 대폭 완화한다. 일부 사업성이 좋은 단지는 최대 5~6년가량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10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두 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 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아울러 도심 내 1~2인 가구를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오피스텔 공급을 확대하고, 향후 2년간 신축 소형 주택을 최초 구입하면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오피스텔에 금지되던 발코니 설치도 전면 허용한다.

윤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며 “부동산 문제를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 측면에서 정치와 이념에서 해방시키고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다주택자 중과세에 대해서도 “다주택자들이 집값을 올리는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임대주택은 당연히 다주택자의 주택에서 나오는 것인데,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해 부도덕하다고 징벌적 과세를 하면 약자인 임차인에게 조세가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강한 어조로 왜곡된 주택 시장을 언급한 건 전임 정부와 달리 정권 초부터 규제지역 해제 등 부동산 규제를 정상화해 왔음에도 시장엔 여전히 풀어야 할 규제가 많다는 정책 방향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내놓은 대책엔 시장에서 당장 호응할 만한 수요 진작책이 대거 포함됐다. 최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는 상황에서 시장 경착륙을 막고 ‘충분한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하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평가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재개발이 지금까지 규제의 대상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원의 대상으로 모드를 전환하겠다”며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도 강화해 건설 산업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세제 혜택 등 실수요자의 체감이 큰 내용이 담긴 만큼 위축된 시장에 일부 숨통이 트일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우선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사업 착수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게 눈에 띈다. 재건축의 경우 사업 초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던 안전진단 의무 요건이 사실상 사라진다.


1기 신도시 재정비, 2030년 입주…‘12조 미래도시펀드’로 자금 지원

현재는 안전진단 D~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만드는 등 정식 재건축 절차에 착수할 수 있었지만, 안전진단 없이 곧바로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타게 되면 앞으론 준공 30년이 넘으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정부는 이럴 경우 재건축 기간이 최대 3년 단축될 것으로 본다. 전국에 30년을 넘긴 아파트는 173만 가구(2022년 기준)다. 전체 아파트 1195만 가구 중 15%가 재건축 착수 대상이다.

재개발 규제 역시 완화된다. 현재는 정비구역 내 30년 이상 건축물이 전체의 3분의 2(66.6%)를 충족해야 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노후 주택이 60% 정도만 돼도 재개발이 가능해진다. 또 주변에 신축 빌라가 있으면 재개발 추진이 불가능했던 지역도 일부 허용 범위 내에서 사업 추진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1기 신도시 특별법’ 후속 절차도 빠르게 진행한다. 특별법은 안전진단 면제, 최대 용적률 500% 적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초 연내 1기 신도시(일산·분당·평촌·산본·중동)별로 선도지구(시범단지)를 각 1곳씩 지정할 방침이었는데, 2~3곳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민동의절차가 상당히 진행된 단지가 꽤 있다”며 “현 정부 임기 내(2027년) 착공에 들어가 2030년 첫 입주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12조원 규모의 ‘미래도시 펀드’를 조성해 1기 신도시 재정비 자금 조달도 지원한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와 관련해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상향, 금융 지원, 이주단지 조성 등 사업의 전 과정을 패키지로 지원할 방침이다.

도심 소규모 정비사업 진입 문턱도 낮춘다. 인접 도로 건너편까지 정비구역 지정을 허용하고, 노후도 요건(30년 이상 건물 비율)은 3분의 2(66.6%)에서 60%로 완화한다.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은 80%에서 75%로 낮춘다.

백민정·현일훈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