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일흔에 시작한 모델 윤영주

권혁재 2024. 1. 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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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화양연화는 지금"


“걸으실 수 있겠어요”라는 첫 질문을 받으며 시작한 모델 윤영주, 당시 그의 나이 일흔이었다.

“저 일흔세 살입니다. 70대 여러분! 일어나세요.”

이는 2021년
시니어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 MBN '오래 살고 볼 일-어쩌다 모델'
우승자인 윤영주씨 우승 소감이다.

'오래 살고 볼 일-어쩌다 모델'의 우승자로 발표된 순간, 그는 ″통쾌했다″고 했다. 이는 그간 그를 옭아맸던 그 모든 것이 풀려버린 듯한 느낌이었으니 통쾌했을 터다.

50대, 60대 도전자를 제치고 우승한 70대 윤영주씨의 시작은 어땠을까.

“저는 시니어 모델이 있다는 것도 몰랐어요.

어느 날 아흔이 넘는 분이 연습실에서 모델 워킹을 하는 모습을 봤어요.

순간, 그분에 비하며 저는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도전해 보자며 모델 아카데미를 찾아갔습니다.

그랬더니 저더러 대뜸 “걸으실 수 있겠어요”라고 묻더군요. 하하.

그때가 딱 일흔이었어요. 그렇게 일흔에 걷기 시작했어요.”

그가 지난해 낸 책 제목이 '칠십에 걷기 시작했습니다'인 이유였다.

(마음의숲)를 펴냈다. 칠십에 도전하여 새로운 길을 연 그의 삶이 책으로 엮인 게다. 그는 책에서 ″못할 게 뭐가 있나요?″라며 도전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당당히 말하고 있다."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401/11/1826de07-dff3-499f-9229-efa6125da86f.jpg">
일흔에 시작한 모델 윤영주의 삶을 되돌아보면 거의 영화 한 편이다.

그는 이화여대 불문과 3학년이던 1970년에 결혼했다.

당시 이화여대의 ‘금혼(禁婚) 학칙’에 따라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결혼하고 보니 남편이 34대 종손, 1년에 제사만 13번일 정도였다.

더구나 넉넉지 않은 살림이라 스포츠용품점을 꾸려 생계를 유지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루고픈 꿈이 있었건만, 남편의 반대로 무산된 터였다.

이런 중에 2003년 이화여대가 ‘금혼 학칙’을 폐지했다.

그가 학교를 그만둔 지 33년 만이었다.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예순넷에 홍익대학교 미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의 겉모습만 보자면 누구보다 화려한 모델이다.

세계적인 잡지에 패션 화보 모델로 등장하고,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모델로도 활동한다.

윤영주 씨는 SNS 말미에 '#윤영주처럼'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인다. 비로소 당신 이름의 주인이 되었듯, 그 누구든 당신 이름의 주인이 되라는 의미다.


'모델 윤영주' 이전에 사회적 제약이 있었음을 고백한 그가 당당히 말한다.

“예전엔 뭔가를 하고 싶어도 가족과 사회제도에 얽매여 제재를 당했죠.
제 인생의 화양연화는 바로 지금이에요.
무엇인가 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잖아요.“

이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윤영주처럼’ 할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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