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의 마켓 나우] 인공지능 열매 수확하려면 노동관 바꿔야
올 것이 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 일자리의 27%가 자동화 위험에 노출돼 있다. 27%에 콜센터 상담사도 포함된다. AI와 앱이 콜센터 상담의 절반을 해결하며 콜 유입은 작년 10% 이상 감소했다. 최근 한 대형은행이 비정규직 상담사 240명의 고용 중단·승계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고객 관계를 담당하는 콜센터 챗봇의 발전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고객 데이터로 초개인화된 고객대응이 가능하다. 인간 고유 영역이었던 세밀하고 불규칙하고 비정형적인 문제들을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수치 자료를 언어로 바꾸는 능력이 인간보다 신속 정확하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챗봇 성능이 상담사의 고용을 위협한다.
AI 혁명 이전에는 비용·시간·지역의 한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도달 불가능점’이 있었다. 콜센터 상담사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어려운 이유는 콜당 집행 가능한 비용의 한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대여나 사고를 담당하는 콜센터는 연중 24시간 운영해야 하지만, 비용 때문에 주간 업무시간 외에는 대기시간이 매우 길다. 접근이 어려운 낙후·원격 지역에서는 서비스 제공이 힘들다.
AI는 도달 불가능점을 돌파하며 서비스 커버리지를 급격히 넓힐 것이다. 소비자는 24시간 저렴한 가격으로 즉시 조리된 음식을 즐기고, 차가 멈추면 대기시간 없는 견인요청 콜이 가능하고, 외진 곳에 혼자 살면서 한밤중에 피아노 레슨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예견된 일자리 위기를 돌파하려면 노동의 정의, 노동에 대한 이해, 노동관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일본 미즈호은행의 지난달 보고서는 인간이 노동 실행의 주체에서 감독자·편집자로 변화한다고 내다봤다. 감독·편집에 구성과 설계를 추가해야 한다. 노동의 정의는 앞으로 ‘AI가 수행할 작업의 구성·설계·감독·편집을 위해 육체적·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가 될 것이다.
노동 현장은 어떻게 바뀔까. 예컨대 자율주행차 시대의 택시회사 사장이자 노동자인 ‘내’가 할 일은 이미 많은 노동경제학자가 예언했다. 내 일은 독창적인 생각을 ‘구성’해 보여주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 정체성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이자, 택시회사 사장·노동자라는 것. 엘비스의 옷차림을 연상시키는 60년대 미국 차 외관에, 특별히 선곡한 음악이 흐르며 크림색 시트가 놓인 인테리어로 꾸민 자율주행차는 전 세계에서 오직 내 회사에서만 운영한다.
노동이 바뀌면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지식 주입이 학생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 오래 역주행하는 셈이다. 다가오는 대격변을 맞이하려면 일자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
이수화 한림대 AI융합연구원 연구원·링크브릭스 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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