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 연승의 숨은 공신, 리베로 부용찬

김효경 2024. 1. 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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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노 마사지 OK금융그룹 감독과 리베로 부용찬. 사진 한국배구연맹

"용찬 덕분이다."
남자배구 OK금융그룹이 4연승을 질주하며 판도를 흔들고 있다. 리베로 부용찬(35)이 멋진 수비와 리더십으로 팀을 이끈 덕분이다.

OK금융그룹은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이겼다. 3라운드 6전 전패를 당했지만, 최근 4연승을 달렸다. 승점 33점째를 따낸 OK금융그룹은 현대캐피탈(승점 31)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3위 대한항공(승점 38)과는 5점 차다.

오기노 마사지 OK금융그룹 감독은 경기 뒤 부용찬을 칭찬했다. 부용찬은 리시브 13개, 디그 12개를 기록했다. 오기노 감독은 "이민규가 부상들 당한 뒤 부용찬이 임시 주장을 맡았는데 역할이 크다. 감사하다. 시합 때도 연습 때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OK금융그룹 부용찬. 사진한국배구연맹


부용찬은 동물적인 순발력이 강점이다. 상대 강스파이크를 예상하고 몸을 날려 받아내는 능력은 V리그에서도 손꼽힌다. 다만 플로터 서브 리시브 대응 능력은 평범해 OK금융그룹 이적 후엔 서브권을 가진 상황에서 주로 투입됐다. 하지만 이번 시즌 3라운드 마지막 경기부터는 리시브에도 가담했고, 이후 OK도 상승세를 탔다.

오기노 감독은 "리베로 포지션은 서브 리시브가 먼저고, 선수들에게 목소리를 내주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조국기는 플로터 서브, 부용찬이 점프 서브를 받고 있다. 스태프들과 이야기했을 때 '부용찬의 기용을 늘리자'는 이야기를 했다. 부용찬이 들어오면서 서브 에이스 허용이 줄었고, 리시브 범위에 대한 이야기도 잘 해주고 있다. 그래서 코트에 들어오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용찬은 "아무래도 역할이 더 늘었다는 것은 선수에게 기분 좋은 일이고, 리시브 뿐만 아니라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게 뭔지 알기 때문에 팀에 좋은 영향을 주려고 하고 있다. 파이팅을 감독님이 원하시고, 플레이 상황에서 (누가 공을 받을 것인지)콜 사인을 강조하신다. 나도 거기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우리카드전에서 몸을 날려 디그하는 부용찬. 연합뉴스


오기노 감독은 "부용찬은 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해서 다른 선수들도 따라오는 것 같다"며 코트 밖에서 역할에도 만족했다. 부용찬은 "(주장이 된 뒤)크게 바뀐 건 없지만 선수들 개개인을 신경써주려고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사실 평소에도 목소리 많이 내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했다.

부용찬은 "연승은 기분 좋다. 하지만 내가 들어가서 연승하고 있는 것보다 레오가 잘 해주고 있어 좋다. 그러면서 국내 선수들도 시너지 효과를 낸는 것 같다. 레오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거 같아서 고무적인 것 같다"고 했다.

우리카드전에서 근조 리본을 달고 활약을 펼친 OK금융그룹 레오. 연합뉴스

레오의 변화에도 부용찬의 역할이 있었다. 레오는 "부용찬이 내 방에 와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남자끼리의 대화라 공개할 순 없다"며 "우리가 느끼는 부분, 생각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용찬이 원하는 부분에 대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부용찬은 "레오가 좀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말을 들어주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감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얘기를 하자마자 우리에게 저녁을 샀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받았다"고 웃었다. 나란히 수염을 기르고 있는 두 사람은 "레오처럼 수염이 더 나서 멋지게 기르고 싶다" "핸섬 보이"라는 칭찬을 주고받기도 했다.

멋진 수비로 반격 득점을 이끌어낸 뒤 포효하는 부용찬(가운데). 연합뉴스

OK금융그룹 선수들은 이날 별세한 최홍석을 추모하는 '근조' 리본을 달고 묵념을 한 뒤 경기에 나섰다. 부용찬은 "슬픈 일이다. 같이 운동했던 동료로서 안타깝다. 추모를 하면서도 경기에 영향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털면 시합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친 뒤 OK금융그룹 선수들은 최홍석의 빈소로 향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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