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트랙 위 거북선…새해 첫 출항 준비 끝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니 계속 우승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네요.”
‘아이언맨’ 윤성빈(30·은퇴)에 이어 한국 스켈레톤의 새 에이스로 우뚝 선 정승기(25·강원도청)의 새해 소망이다.
정승기는 지난달 8일 프랑스 라플라뉴에서 열린 2023~24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스켈레톤 월드컵 2차 대회에서 1·2차 합계 2분00초61을 기록, 맷 웨스턴(영국)을 0.08초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정승기의 첫 월드컵 금메달. 한국 선수가 월드컵 금메달을 딴 건 2020년 1월 윤성빈 이후 정승기가 처음이다. 지난달 15일 월드컵 3차 대회(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선 은메달을 차지하며 두 대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기간 정승기는 랭킹 포인트 627점을 쌓아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정승기는 “지난 시즌 월드컵 2등만 세 차례 했다.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게 금메달이었다. 시상대 맨 위에 서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새해에 잇따라 열리는 대회에선 더 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승기가 세계 정상에 선 비결은 ‘디테일(세세한 부분)’ 관리다. 스켈레톤은 썰매에 엎드린 자세로 얼음 트랙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종목이다. 최고 속도가 시속 150㎞에 이른다. 0.01초 차로도 순위가 뒤바뀐다.
정승기는 “지난 시즌을 돌아보니 노력은 부족함이 없었는데 ‘디테일’을 놓쳤다고 생각했다. ‘저 선수를 꼭 이겨야겠다’는 경쟁심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던 경우도 있었다. 맞춤식 훈련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승기는 우선 정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으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국제대회 출전 중에도 심리 전문가와 통화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그러면서 전체 훈련 중 육상 훈련의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렸다. 100m, 150m 단거리 달리기를 통해 순간 폭발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그는 비시즌인 지난해 5~10월 강원도 평창 훈련장에서 매일 달리기를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올 시즌 세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스타트 기록 1등을 차지했다. 정승기는 “모든 것을 세밀하게 컨트롤하려고 노력한다. 그 덕분에 올 시즌엔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경기력에도 기복이 없으니 성적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정승기는 ‘윤성빈 키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4년 윤성빈이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스켈레톤에 입문했다. 윤성빈은 4년 뒤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 모습을 TV로 지켜봤던 정승기는 4년 뒤인 2022 베이징올림픽엔 윤성빈과 나란히 스켈레톤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정승기는 “(윤)성빈이 형은 존경할 만한 선수다. 그런데 나는 레전드와 견주기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지금은 성장하는 단계”라면서 “2년간 잘 준비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 해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최초의 한국 스켈레톤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사에도 관심이 많은 정승기는 최근 이순신 장군 관련 책과 자료를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의 노량해전을 다룬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도 개봉 당일(지난달 20일)에 관람했다. 윤성빈이 수퍼히어로 아이언맨 헬멧을 착용했던 것처럼 정승기는 헬멧에 거북선 문양을 새겨 넣었다.
정승기는 “한국을 상징하는 문양을 헬멧에 새기고 싶었는데, 이순신 장군 관련 영화를 인상 깊게 보면서 거북선이 얼음 위를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내가 좋은 경기를 펼쳐 거북선을 세계에 알린다면 뜻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기는 12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리는 월드컵 4차 대회에서 3연속 입상에 도전한다.
■ 정승기
「 ◦ 생년월일 1999년 3월 17일
◦ 체격 1m78㎝, 83㎏
◦ 롤모델 윤성빈
◦ 주요 수상 라플라뉴 월드컵 금, 생모리츠 세계선수권 동
◦ 강점 스타트
◦ 목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금메달
」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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