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국은 주적” 규정…미사일 군수공장 찾아 전쟁 위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주적”으로 재규정하면서 대미·대남 위협을 한층 고조시켰다. 북한은 그간 상황에 따라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거나 주적에서 배제하는 식으로 입장을 바꿔왔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한 건 처음이다.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영토 완정(完整)’ 의지를 피력한 데 이어 주적 개념까지 끌어들여 한·미를 향한 ‘강대강’ 대적 투쟁 기조를 강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주적 발언은 군수공장 현지 지도에서 나왔다. 노동신문은 10일 지난 8~9일 진행된 중요 군수공장 시찰에서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 족속들을 우리의 주적으로 단정”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2021년 10월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자신들의 억제력이 특정 국가나 세력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미국과 남조선은 우리의 주적 대상에서 배제됐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022년 8월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코로나19가 남측으로부터 유입된 것이라며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전쟁 의지도 다시 강조했다. “압도적 힘에 의한 대사변을 일방적으로 결행하지는 않겠지만 전쟁을 피할 생각 또한 전혀 없다”면서다. 그는 “대한민국이 우리 국가를 상대로 감히 무력 사용을 기도하려 들거나 우리의 주권과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그러한 기회가 온다면 주저 없이 수중의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해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산 탄도미사일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김 위원장의 군수공장 방문이 잦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주요 군수공장에서 중요 무기체계 생산에 새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 기술’은 포탄, 미사일 등의 지원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받은 기술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항공기 항로 추적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을 출발한 러시아 군용기(IL-62M)가 이날 정오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전쟁 준비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의 한·미 확장억제 증강 등 억제력 강화에 대해 두려워하고 초조해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도 이날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이 북한을 상대로 먼저 무력 사용을 한 적이 없는데 ‘대한민국 초토화’ 운운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한반도에 인위적으로 긴장을 조성해보려는 시도는 결국 북한 정권 스스로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지난 6일에도 북한산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우크라이나에 발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커비 조정관은 지난 4일 러시아가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 북한산 탄도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을 포함한 47개국 외교장관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수출과 러시아의 미사일 사용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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