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 신규 1위 살펴보니…‘올드보이’ & 2030 ‘다크호스’ [2023년 베스트 애널리스트]
증권가 세대교체는 올해도 현재 진행형이다. 신규 1위 애널리스트 15명 중 7명이 30대다. 1990년대생 젊은 피(김하정, 문경원, 이화정)도 눈에 띈다. 이들은 시장이 급변하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최근 ‘여의도 젊은 인재가 다 빠져나간다’는 우려가 무색해지는 결과다. 반면 관록의 1970년대생 올드보이(김동양, 김동원, 김은기, 김중원)들도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했다.
이번 평가에서는 단숨에 ‘베스트’를 단 다크호스가 유독 많았다. 신규 1위 애널리스트 15명 중 9명이 4위 밖에서 한 번에 뛰어오른 새 얼굴이다. 나머지 6명은 기존 2·3위를 거쳐 올라왔다. 언제든 뉴페이스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등장할 수 있고, 또 언제든 권좌에서 물러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디스플레이 최강자, 반도체까지 섭렵
디스플레이와 IT 부품 최강자로 꼽히는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51)이 마침내 반도체까지 섭렵했다.
기존 강자들 이탈로 무주공산이 된 반도체 종목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혔다.
김 센터장은 1999년 신한증권(신한금투)에서 애널리스트 업무를 맡은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기존에도 디스플레이와 IT 부품 분야 최강자로 꼽혔다.
정보력과 분석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DNA는 반도체 종목에서도 유감없이 발현됐다.
최단 기간 1위로 치고 올라오며 베테랑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2023년 11월에 발간한 ‘명확한 개선 방향성’이라는 제목의 삼성전자 분석 보고서는 그의 정보력과 분석력이 잘 드러난 보고서다.
AI 관련 명확한 정보와 깔끔한 분석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김 센터장이 꼽은 올해의 ‘픽’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 목표주가 9만5000원, SK하이닉스 목표주가 16만원을 제시했다.
탁월한 본질 파악…‘빛났던 소신’
다사다난(多事多難).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36)의 2023년을 잘 표현하는 말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에코프로 투자 과열을 경고하며 ‘매도(賣渡)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대단한 기업이지만, 당시 주가는 과도하다는 분석이었다. 보고서 발표 이후 온라인 주식 게시판은 온갖 악플로 도배됐다.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받는 당황스러운 풍경도 벌어졌다.
일부 투자자를 중심으로 김 애널리스트 역량을 깎아내리는 현상도 감지된다. 하지만 순위에서 드러나듯 그의 분석 역량은 모두가 인정하는 ‘톱클래스’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슈 분석 시 ‘꼬리 물기’에 집중한다. “현상의 원인 변수가 무엇인지, 또 그 원인 변수의 원인 변수는 무엇인지 계속해서 연결고리를 이어가려고 노력합니다. 근원 변수를 파악하기 위해서죠.”
그는 업황에 따라 집중할 지점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호황일 때는 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집중하고, 불황일 때는 부진을 반전시킬 트리거에 초점을 맞춰 살펴봅니다.”
독주 막아선 ‘천리안’…위성통신 인뎁스 탁월
정보통신서비스 부문 장기 집권 시대가 마침표를 찍었다. 9년 연속 왕좌를 지켜낸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를 대신해 새 베스트가 탄생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39)가 주인공이다.
‘꾸준함’과 ‘넓은 시야’로 정평이 난 정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통신 3사(KT·LG유플러스·SK텔레콤)뿐 아니라 5G 장비 업체와 위성통신 분야까지 꼼꼼히 다뤄 호평받았다. 특히 관련 업황을 읽기 어렵고 정보 접근성도 떨어져 잘 다뤄지지 않는 위성통신 분야에서는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년 전부터 관련 분야 인뎁스(In-Depth) 보고서를 낼 만큼 차근차근 준비해온 결과다.
“분석이 어려운 분야인데 숫자를 기반으로 (개별 기업의) 중·장기 실적 전망치까지 제시했던 점을 시장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정 애널리스트가 보는 새해 우주·위성통신 분야는 어떨까. “2024년 상반기에는 인텔리안테크나 컨텍 같은 우주·위성 분야 기업들의 긍정적인 주가 흐름이 예상됩니다. 스타링크의 국내 시장 진출도 이벤트고, 우주항공청 설립 등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여러 이벤트가 겹친 만큼 시장에 대한 관심 폭증이 기대됩니다.”
패기의 젊은 피, 1위까지 파죽지세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27)는 ‘과감한 보고서’로 유명하다.
본인만의 냉철한 시각으로 기업을 분석, 장·단점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젊은 피의 패기를 앞세워 대세보다는 본인만의 소신으로 회사를 파헤친다.
김 애널리스트의 명성은 증권가뿐 아니라 인터넷·게임업계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보고서를 내고 기업 실적설명회(IR)에 참석할 때마다 각 회사 IR 담당자들은 바짝 긴장한다는 후문이다. 이런 능력 덕분에 짧은 경력에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꿰찰 수 있었다.
김 애널리스트는 2020년부터 애널리스트 업무를 시작했다. 불과 4년 만에 1위로 올라선 것.
발군의 실력을 뽐냈지만, 김 애널리스트는 ‘아직 부족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시장을 읽는 제 능력을 아직 믿지 못합니다. 장세에 크게 영향 받지 않을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데 치중하는 이유입니다. 시장을 읽는 능력을 더 키우려고 합니다.”
‘3 → 2 → 1’ 계단식 성장 비법은 ‘성실함’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31)는 그야말로 ‘모범생’이다. 2021년과 2022년 에너지 분야에서 3위, 2위를 기록했던 그는 이번 평가에서 베스트 자리까지 올라섰다.
계단식 성장의 표본이다. 문 애널리스트는 ‘성실함’과 ‘정확한 예측’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시장에서 조명 못 받는 분야도 공부·분석해 리포트를 내는 게 그의 즐거움이다. 문 애널리스트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가 2023년 10월 발간한 ‘ESS, 에너지도 테크다’ 보고서다. 불과 몇 개월 전이지만, 당시만 해도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시장에서 큰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는 ESS가 본격적인 태동기에 돌입했다는 점과 향후 전망, 국내 관련 업체들을 깊이 있게 소개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려고 노력합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테마를 중심으로 파생되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종목 발굴도 힘쓰고 있는데, 필요하다면 중소형주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시장인 만큼 짧은 이슈 코멘트 등을 통해 시의적절하게 산업 내 중대 이슈도 폴로업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소신 있는 보고서로 ‘변화무쌍’ 엔터주 정복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증권가에서 분석하기 까다로운 종목으로 꼽힌다. 아티스트의 이탈 여부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고, 회사의 수익·재무구조가 불투명한 사례가 많아서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대다수 애널리스트가 적정 주가를 산출하는 데 늘 어려움을 겪는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34)는 변동이 심한 엔터업계 주가를 ‘제대로’ 분석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앨범 판매량, 음원 성적 등 정량적인 지표는 물론 산업 내 성장 징후와 같은 정성적인 분석까지 더해 깊이 있는 보고서를 내놓는다. 지난해 하반기 내놓은 ‘군맹무상’ 보고서는 이 애널리스트의 장점이 잘 나타난 보고서다. 국내 엔터 산업 성장 방향에 대한 견해를 심도 있게 정리했다. 시장 투자자는 물론 현업 관계자들까지 좋은 평가를 쏟아냈다. 이 애널리스트가 뽑는 2024년 최선호주는 ‘하이브’다.
“음원 스트리밍 성적, 미국 아티스트의 활약, 플랫폼 사업이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목표주가는 31만원입니다.”
소비 얼어붙지만…‘중국 관광객’ 수혜주 기회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40)가 마침내 유통·홈쇼핑 부문 1위에 등극했다. 2021년 7위, 2022년 2위를 거쳐 2023년 최고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 애널리스트는 본인의 강점을 ‘트렌드 분석’으로 꼽았다. “국내와 해외 소비 흐름을 ‘촉’을 세우고 내다봅니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 동향을 꾸준히 확인하고, 국내의 주요 오프라인 유통 매장을 수시로 직접 방문합니다. 최신 소비 트렌드 변화를 직접 느끼고, 투자 아이디어로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내놓은 ‘불황과 불안’ 보고서는 박 애널리스트의 분석력이 빛을 발한 사례다. 경기 둔화로 유통 업종 주가가 흔들리는 가운데, 각 업종 현황과 투자 기회를 면밀히 파헤쳐 호평을 받았다.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2024년, 박 애널리스트가 주목하는 업종은 ‘중국 관광객’ 수혜주다. 중국 관광객 증가로 실적이 상승할 만한 기업을 눈여겨보라는 조언이다. “유통 업종은 소비 경기 둔화로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됩니다. 다만, 아예 손 놓기에는 이릅니다. 중국 관광객 유입이 강하게 반등하고 있습니다. 면세점 업체 등의 수혜를 기대해볼 만합니다. 최선호주는 호텔신라입니다.”
베테랑의 품격…운용 경험에 ESG까지
클래스는 영원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50) 얘기다.
자타가 인정하는 김 애널리스트의 최대 강점은 ‘정확한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가 2023년 9월 ‘SK E&S의 ‘Green’ 가치에 주목’ 보고서다. 당시 SK 주가는 끝없는 하락세였다.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 관심도 바닥이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비상장 자회사 SK E&S의 실적 모멘텀이 다가왔다고 판단, SK 목표주가도 상향 조정해 제시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당시 13만원대까지 떨어졌던 SK 주가는 올해 1월 2일 18만500원(종가 기준)을 기록하는 등 확실하게 반등했다.
‘정확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힘은 ‘풍부한 경험’이다. 김 애널리스트의 운용업계 경력과 ESG 분석 역량은 모두가 인정하는 차별화 포인트다.
“매번 포트폴리오 운용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의견을 제시하려고 고민합니다.
이때 국내·외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얻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됩니다. 또 ESG 부문도 담당하는 만큼 같은 이슈여도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탐방·공부’는 나의 힘…잠재력 발굴 진심
“다른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겠지만, 탐방을 많이 가고 시간이 될 때마다 책을 읽으며 ‘역발상’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개인적으로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와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책을 좋아하는데, 경제·사회·기술 트렌드를 읽고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기업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스몰캡 부문 신규 1위로 진입한 곽민정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43)가 뽑은 자신의 경쟁력이다. 그는 지난해 한 발 앞선 트렌드 파악과 분석으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스몰캡 시장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2023년 10월 발표한 100매 분량의 ‘HBM: AI 반도체의 알파이자 오메가’ 보고서는 여전히 투자자들의 HBM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올해 눈여겨볼 종목으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용 블랭크마스크 제조 업체 ‘에스엔에스텍’을 꼽았다. 글로벌 파운드리 업황 개선과 중국의 레거시향 블랭크 마스크 쇼티지로 올해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목표주가는 9만원을 제시했다. 1월 2일 기준 종가는 4만6500원이다.
위기 속 기회 포착 ‘아이디어 뱅크’
그야말로 퀀텀 점프다. 하인환 KB증권 애널리스트(36)의 2023년 성과를 표현한 말이다. 하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파생상품 부문 중위권을 기록해왔다.
2021년과 2022년 평가에서 각각 4위, 5위에 집계됐다. 대부분 단계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의 성장세는 확실히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50년 사이클의 역사: 위기 속에서 찾는 기회’ 보고서는 하 애널리스트가 왜 1위로 올라섰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는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시장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모두가 조용할 때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한 보험주와 반도체 관련주는 어느새 주도주로 자리 잡은 상태다. 하 애널리스트가 증권업계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는 배경이다. 하 애널리스트도 별명에 만족하는 눈치다.
“시장에서 잘 얘기하지 않는 내용을 자주 다루다 보니 이런 말들을 종종 듣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확실한 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겠습니다.”
‘자양분’ 듬뿍 흡수…‘본질 파악’에 집중
한 분야 ‘최고’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꿀팁’이 있다. 귀를 열고 필요한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이는 많지 않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35)는 이를 실천하는 이들 중 한 명이다. 스스로 “훌륭한 선배들과 동료들 조언·도움 중 필요한 부분을 받아들여 나아가려는 의지가 강점”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 애널리스트가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은 거시경제 부문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거시경제는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결과다. 하나의 시각에 사로잡혀선 ‘본질 파악’이 쉽지 않다.
“실물경제를 분석할 때 경제 지표 중요도, 전후 관계 등을 고려해 최근 현상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파악이 끝나면 본질로 중심축을 잡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물경제와 금융 환경을 간결하게 분석해 시장에 전달하는 게 제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하 애널리스트가 바라보는 2024년 거시경제 흐름은 ‘상고하저’다. “상반기까지는 양호한 경기 흐름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는 재정 관련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꾸준한 모니터링이 요구됩니다.”
여의도 최고의 중국 전문가, 빛을 발하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40)는 여의도에서 알아주는 ‘중국 전문가’다. 중국 출신으로 내부 사정과 현지 분위기를 정확하게 분석한다. 유학생 출신으로 한국이 마음에 들어 아예 정착한 후 2010년부터 여의도에서 활약 중이다. 중국 경제 상황을 정확히 분석한 뒤 투자자에게 최선의 전략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23년은 최 애널리스트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2023년 중국 경제가 유례없는 위기에 빠지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최 애널리스트는 현지 인맥을 통한 정보 수집은 물론, 직접 중국을 방문해 분위기를 읽는 등 중국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파헤쳤다. 정확한 정보와 깊이 있는 분석으로 내놓은 보고서들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국 국적 애널리스트로서, 중국에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중국 외에도 한국과 미국, 일본의 자료까지 철저히 분석합니다. 이뿐 아니라 중국 경제의 장기 데이터와 추세도 꾸준히 지켜봅니다.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보고서를 내놓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과거’로 미래 내다보는 스페셜리스트
김상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38)는 매년 채권 부문 상위권에 오르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단골 후보다. 그럼에도 1위와는 인연이 없었다. 기대를 모았던 2022년에도 2위를 기록해 아쉽게 베스트를 달지 못했다. 하지만 2023년,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빛을 봤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미국채 10년 금리 상단 추정’ 시리즈로 유명세를 탔다.
미국의 수급 여건과 펀더멘털 분석을 기반으로 ‘3분기 약세(베어스팁)’ ‘2023년 11월 초 변곡점’ 전망을 꾸준히 제시했고, 맞아떨어졌다. 시장에 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 순간이다.
김 애널리스트의 가장 큰 무기는 ‘공부’다. 미래를 전망하려면 최소한 과거는 공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과거와 현재는 분명 다르지만, 미래를 전망하려면 과거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사 사례들을 찾아 현재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자주 정리하고, 이를 시장에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또 동일한 경제 지표와 통화 정책 이벤트를 보더라도 남들과 다른 함의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실무’ 앞세운 풍부한 분석 경험
크레디트 부문 1위에 오른 김은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49)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크레디트 분석 경험이다. 과거 기업 여신 업무와 직접 크레디트 펀드를 운용했던 실무 경험이 큰 힘이 되고 있다.
그의 강점은 보고서에도 잘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2024년 크레딧 채권 수급 전망: 수급 부담, 결국 수요가 해결’이 대표적이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속되는 크레디트 채권 수급 부담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그는 AA등급 이상 ‘우량 등급’과 A등급 이하 ‘비우량 등급’을 구분해 우량 등급은 금리와 수급 영향에 집중해 분석했고, 비우량 등급은 크레디트 리스크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김 애널리스트가 내다보는 2024년 크레디트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로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PF 리스크가 A등급 건설사까지 파급된 상태라 우량·비우량 등급 간 수요 차별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 향후 정책의 초점은 우량과 비우량 등급 간 양극화 해소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관별 고유 특성 맞춘 방법론 탁월
자산배분은 종종 과학과 예술로 표현될 만큼 종합적 시각을 요구한다. 주식부터 채권·부동산 등 투자 시장 전반을 읽을 줄 알아야 해서다. 자연스레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역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김중원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51)는 지난해 8월 ‘해외 주요국 사례로 보는 윤석열 정부의 연금 개혁 방안’ 보고서로 단번에 시장 이목을 사로잡았다. 보고서에서 소개된 캐나다 사례가 정부 심의 ‘국민연금 종합운영 계획안’ 보고서에 담기기도 했다. “과거 일본과 스웨덴, 캐나다의 연금 개혁 사례를 비교·분석해 윤석열정부의 연금 개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 기간 자산배분을 담당하며 쌓아온 전문 지식과 소신이 담긴 의견을 시장에서 좋게 봐준 것 같습니다.”
김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강점으로 ‘입체적 접근 방식’을 꼽았다.
“보고서를 쓸 때 늘 유의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연기금 같은 기관 투자자가 전략적 자산배분을 수행할 때 필요한 ‘목표 수익률 개념과 위험관리 방법’ 등을 최대한 입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2호 (2024.01.10~2024.0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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