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닌 KB처럼…KT&G 백복인 대표 4연임 포기, 후임 찾는다
오는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백복인(59) KT&G 사장이 4연임 도전에 나서지 않기로 결정했다. 백 사장은 지난 2015년부터 8년 4개월째 KT&G 수장을 맡고 있다. KT, 포스코 등 소유 분산 기업 대표이사(CEO)의 연임 실패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백복인 사장, 연임 포기 선언
백 사장은 10일 “KT&G의 글로벌 톱 티어 도약과 변화를 위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다. 미래 비전 달성과 한 차원 더 높은 성장을 이끌 역량 있는 분이 차기 사장으로 선임되길 바란다”며 이사회에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백 사장은 ‘고위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방경만 수석부사장, 도학영·이상학 부사장 등과 함께 차기 사장 공모 사내 후보군에 포함돼 있었다.
1993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한 그는 2015년 10월 KT&G CEO가 됐다. 2018년, 2021년 연임에 성공하며 KT&G 민영화(2002년) 이후 최장수 사장 기록을 세웠다.
이날 외부인 대상 차기 사장 후보 접수를 마감한 KT&G 이사회는 사내외 후보군을 대상으로 후보 압축 작업에 돌입한다. KT&G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는 공모 지원자와 외부(서치펌) 추천인사, 사내 후보군 중에서 심층 면접 대상자(숏리스트)를 선정해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 예정인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심층 면접 등 거쳐 다음달 말까지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한다. 최종 후보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사장에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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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신 KB금융 따라간 KT&G
KT&G는 지난 2022년 KT와 포스코의 사례를 참고해 ‘현직 사장 우선 심사제’를 도입했다. 백 대표가 4연임 준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1월 구현모 전 KT 대표가 연임 적격 심사를 통과하며 ‘셀프 연임’ 논란에 휩싸이고 일부 주주들의 반발이 나오자 지난해 말 KT&G 이사회는 이 제도를 전격 폐기했다.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형성 과정에서 윤리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스튜어드십 코드)을 강조한 바 있다. 올해 초 포스코홀딩스도 현직 회장 연임 우선 심사를 폐지했다.
KT&G는 완전 개방형 공모제도 도입했다. 이는 2016년부터 내부 후보도 외부 후보와 동일한 경쟁을 하도록 한 KB금융그룹의 사례와 유사하다. 기존 CEO가 4연임을 포기했다는 점도 KT&G와 KB금융이 닮은 꼴이다. 앞서 윤종규 KB금융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임기를 3개월 여 앞두고 “그룹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위해 KB금융그룹의 바톤을 넘길 때가 되었다”며 용퇴를 결정했다. 윤 회장 역시 4연임 도전 여부가 주목 받던 때였다.
행동주의펀드 “용퇴로 포장한 내부 세습 우려”
하지만 KT 대표 선정 과정에서 강한 목소리를 냈던 정부·여당이 KT&G 사장 인선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총선 등 정치적 이슈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KT 대표 선임 당시처럼 입장을 표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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