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바닷길 막히고 중동 리스크까지… 油,ㅠ
반군 공격에 홍해 원유 운송 마비
불안한 중동… 공급 불확실성 커져
지난해 상반기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중동 리스크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예멘 후티 반군 공격으로 홍해 운항이 어려워지면서 원유 공급이 위협받고 있어서다. 올해는 원유 생산과 수요가 함께 늘면서 하반기부터 유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동 리스크가 지금보다 더 커지면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0.77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9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 영향으로 배럴당 93달러까지 치솟았던 데 비해 안정세를 보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유가 급등 우려가 커졌지만 예상보다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고, 수요도 둔화하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11월 말 OPEC+가 추가 감산을 결정했지만 시장의 예상을 밑돌면서 오히려 유가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달 후티 반군이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이 제공되지 않으면 국적과 무관하게 홍해를 지나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원유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후티 반군은 로켓포와 드론으로 선박 10척 이상을 공격했다.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이 잦아지자 해운사들은 홍해를 우회하기 시작했다. 대형 해운사 머스크, MSC에 이어 석유 기업 BP도 홍해를 통한 원유 운송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홍해 항로는 중동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수출되는 주요 경로다. 홍해 항로가 지속적으로 위협받으면 원유 수송에 차질이 생겨 원유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올해 유가 역시 지난해에 이어 중동 리스크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종료되면 공급 불확실성이 해소돼 유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분쟁이 확산하면 원유 수송망의 안정성이 훼손돼 충격이 불가피하다. 외부 리스크를 배제하더라도 원유 시장은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전문위원은 ‘2024년 국제원유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생산 증가세를 웃도는 수요 증가세로 세계 원유 수급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OPEC+의 감산 정책에도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 비OPEC+가 이를 상쇄해 원유 생산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세계 원유 공급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수요는 중국의 경기 회복세와 맞물려있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가 가시화하면 수요가 증가해 국제유가도 오르지만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면 수요가 줄어들어 유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 폭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보복 소비가 종료되면서 지난해만큼의 수요 증가는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반면 중국 경기가 나아지면 원유 수요가 개선돼 국제유가가 오를 수 있다. 중국 경기 회복세는 상반기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수요와 공급이 불확실한 가운데 투자은행(IB) 등 주요 기관들은 상반기에는 저유가, 하반기에는 고유가를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세계 성장률이 지난해 3.1%에서 올해 2.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 성장세 둔화가 심화하면 원유 수요가 줄어들고,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그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OPEC이 미국, 캐나다 등 비OPEC과의 생산 경쟁에 나서면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OPEC의 시장점유율은 코로나19 이전 37%에서 지난해 32%로 줄어들었다. 반면 미국 캐나다 브라질의 점유율은 25%에서 31%로 증가했다. OPEC이 비OPEC을 견제하기 위해 감산에서 증산으로 선회하면 공급 과잉으로 유가가 급락할 수 있다. 원유 생산 경쟁이 붙었던 2015년과 2018년 WTI 가격은 30% 넘게 하락했다.
하반기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로 금융 자금이 원유 선물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 글로벌 통화 긴축과 달러 강세로 원유 선물시장에서 빠져나갔던 금융 자금이 다시 유입될 수 있는 것이다. 또 기준금리 인하로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 원유 수요가 늘어나 국제 유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중동으로부터의 원유 수입 비중이 70%로 의존도가 높다. 중동 지역의 분쟁으로 인한 유가 변동이 국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제유가가 출렁이면 수입 물가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된다. 수입 물가 상승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부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유 공급망 다변화를 지원하고 있다. 중동 외 지역에서 들어오는 원유에 대해 수입비용 일부를 환급해주는 식이다. 이소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국으로 국제유가 변화에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유가의 급격한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원유 관세 인하, 정부의 전략적 비축유 방출 등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한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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