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끄러운 선거캠프 자금 '앵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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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나 전당대회나 공식적으로 (선거자금을) 구하는 구조가 안 되니까, 정말 편의상 아는 선배 있으면 '밥 한 번 사라, 술 사라, 경비 좀 달라'는 식으로 캠프 구성원들이 개인 능력으로 '앵벌이' 한다."
9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법정 증인석에 앉은 이동기씨 발언이다.
약 1시간 동안 진행한 증인 신문에서 이씨는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도 답답했던지 선거캠프 자금조달이 어떻게 되는지 직접 묻자 이씨가 '앵벌이'에 빗대며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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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나 전당대회나 공식적으로 (선거자금을) 구하는 구조가 안 되니까, 정말 편의상 아는 선배 있으면 ‘밥 한 번 사라, 술 사라, 경비 좀 달라’는 식으로 캠프 구성원들이 개인 능력으로 ‘앵벌이’ 한다."
9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법정 증인석에 앉은 이동기씨 발언이다. 이씨는 송영길 전 당 대표 측근인 박용수 전 보좌관 측에서 내세운 증인이다. 박 전 보좌관은 2021년 전대 돈봉투 살포 과정에 관여한 혐의(정당법 위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한 증인 신문에서 이씨는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검찰 반대신문에는 대체로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돈봉투 살포 의혹 핵심 인물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 대해서만큼은 "권력욕이 강했다. 캠프 사람들하고 사이가 안 좋았다"면서 적극적으로 선을 그었다.
이씨는 민주화 운동 대부로 꼽히는 고(故) 김근태 의장 쪽에서 20여년 있었다고 자기를 소개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고 강원지역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이력도 있다. 당 내외 선거 캠프 경험이 많고 돌아가는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별 소득 없는 질문과 답이 오간 뒤 이씨가 긴장을 푼 건 마지막 10분이었다. 재판부도 답답했던지 선거캠프 자금조달이 어떻게 되는지 직접 묻자 이씨가 ‘앵벌이’에 빗대며 털어놓았다. 그는 "아는 사람이 100만원 주면 그 돈으로 자원봉사자들과 밥 먹고 술 먹었다"며 그런 돈은 대표(후보)에게 보고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담당 판사조차 듣고도 믿기 어려운 듯 "그런 걸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서너 차례 되묻기도 했다. 이씨는 고개를 저으며 되레 그런 식의 자금 조달을 ‘개인 능력’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민주당 돈봉투 사건을 놓고 서초동과 여의도 시각은 완전히 갈린다. 검찰은 공익법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를 포함해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 관리에 총체적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반면 정치권은 ‘관례’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앵벌이’란 표현으로 자조한 것을 보면 스스로도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번 돈봉투 경선 사건은 관례로 포장한 악습이 곪을 대로 곪은 결과다. 정치권의 구태는 현재 대한민국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돈 선거’는 그 결정판이다. 재판 결과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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