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북카페 독서모임, 도시에는 없는 이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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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기자]
북카페를 열면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한 권의 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하고 싶었다. 처음 북카페의 문을 열고는 잘 아는 작가님을 초대해서 작가와의 만남을 가지며, 현장감 있는 풍성한 북토크를 진행했다. 다행히 작가님을 좋아하는 독자와 팬들이 멀리서도 찾아와주어 작가님으로부터 찐 이야기를 들으며, 직접 낭송도 들어보는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
이어서 자체적으로 정기적인 독서모임을 시작해 보려고 몇몇 시도를 해보았다. AI 관련 연구 서적으로 융합 인문학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한 달에 걸쳐 매주 월요일에 만나 발제와 토론 시간을 가져보는 것으로 출발했다.
▲ 시골의 눈내리는 북카페 |
ⓒ 정은경 |
가장 행복했던 독서모임은 '사우디 집사'를 읽고는 직접 저자 배용준 작가와 만나 질의응답의 시간을 통해 작가의 의도와 숨은 이야기를 속속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다. 판타지 소설이라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는 '사우디 집사'는 판타지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도 함께 어우를 수 있는 공감을 이끌어 냈다. 무엇보다 배용준 작가의 '사우디 집사'는 드라마로 제작사와 계약이 완료되어 곧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TV 드라마로 볼 수 있다고 해서 더 벅차고 즐거운 독서모임이 되었다.
다음에는 조선시대 전문 소설가 김경민 작가의 '조선의 뒷담화'를 읽고 작가님을 모셔서 함께 독서모임을 해보고 싶다. 바로 작가님께 연락드려서 허락을 받아야겠습니다. 아무튼 작가님을 직접 모시고 진행하는 일은 특별하고 기대되며 설레는 독서모임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서서히 북카페에서 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며, 책을 같이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매월 정기적인 모임을 하기 위해 일정과 멤버들을 놓고 고심하고 있던 차였다. 슬슬 독서모임을 정착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기던 찰나였다. 생각처럼 모임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내심 새침해지기도 했던 나는 함께 할 동료가 필요했다.
마침내 독서모임 함께 할 동료를 찾다
봄에 꽃들이 만발하여 마음에도 꽃이 피어 행복한 웃음소리가 절로 나오던 어느 봄날. 그날에 내게 운명적인 만남이 있었다. 얼굴빛이 하얗고 봄날에 맞게 산뜻한 옷을 차려입은 그녀가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북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마나 화사하게 웃으며 들어왔는지 그 모습에 내 입꼬리도 같이 올라갔다. 그녀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앉아 있다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마침 카운터 위에 놓인 큐티 책을 보고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순식간에 서로 많은 것을 나누고 알아가는 시간으로 채웠다. 알고 보니 나와 같은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다. 부산이 고향인 그녀는 용인에 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했다. 당장 우리 순으로 들어오라고 초청했다. 더 놀라운 것은 독서모임에 관한 책을 쓴 작가였다. 원래는 방송작가였던 그는 그동안 많은 독서모임을 진행해왔으며, 지금도 온라인으로 청년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직장 때문에 이곳 시골까지 오게 된 그녀에게 우리 북카페는 위안이 된다고 했다. 업무로 중압감에 시달리던 그녀는 시간이 있을 때마다 북카페에 들러 커피를 놓고 마주 앉아 마음을 나누며 대화를 나눴다. 나와 우리 북카페를 찾아와 주는 그녀는 내게 위로를 주는 마음의 친구가 되었다.
▲ 시골 북카페 독서모임 |
ⓒ 정은경 |
마침 작년 7, 8월에는 가까운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김환기 전'과 안산의 경기도 미술관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전 우리나라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그 시기에 맞춰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 2'를 읽고는 우리가 미처 잘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 미술사의 보석 같은 화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알게 되었다. 책을 읽고 나서 그 감동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김환기 전'과 '이건희 컬렉션전' 관람을 위해 예매를 했다. 책 속에서 만났던 거장들의 그림을 직접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해설까지 곁들여 들으면서 산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독서모임으로 끝나지 않고, 후속 활동으로 미술관 나들이를 두 번에 걸쳐 다녀오는 즐거움을 누렸다. 하루에 미술관 투어를 두 군데나 할 수 없어서 우리는 이틀의 시간을 내어 '2일간의 미술관 나들이'를 소풍 삼아 다녀왔다. 일정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던 분들은 얼마나 안타까워했는지 모른다.
용인 끝자락 백암에 있는 우리 북카페꿈꾸는정원의 독서모임에는 멀리 인천에서 달려오는 28살 젊은 청년부터, 수원과 이천에서 오시는 중년 여성들, 주변 동네 이웃들인 친구이자 지인들, 근처 메가스터디 기숙 학원의 선생님들까지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같은 또래들과는 랜선으로 얼마든지 많은 생각을 나누고 들을 수 있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며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매달 빠지지 않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는 청년 지니 씨는 우리 모임에 더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북카페의 소중한 보석과도 같은 분들이다.
▲ 크리스마스 파티와 함께한 독서모임 |
ⓒ 정은경 |
1월에도 독서모임이 계획되어 있다. 로랑스 드빌레르의 철학 책 '모든 삶은 흐른다'를 읽고, 오는 22일에 모여서 함께 얘기를 나눌 것이다. 참가자들은 책 내용이 너무 좋아서 밑줄을 그어가며 읽고 계시다며 좋은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다. 북카페 독서모임 덕분에 한 달에 한 권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씀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로 인해 마음이 뿌듯해진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쉬이 시작되고 원활하게 진행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고비가 있고, 준비 시간이 필요하며, 수고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무엇보다 마음이 통하고, 생각이 열린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모아져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북카페는 쉽게 수익을 내는 것도 어렵고, 신경 쓰며 챙겨야 할 것이 산재해 있다. 그럼에도 내게 이 일의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것은 무엇보다 따듯한 사람들과 매월 함께 하는 독서모임이다.
이 사랑스러운 모임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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