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불 붙인 '얼굴에 쓰는 컴퓨터' XR기기 경쟁...'CES 2024'에서 활활
2024년, ‘얼굴에 쓰는 컴퓨터’ 경쟁의 막이 올랐다. 시작은 애플이었다.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 공식 출시일(내달 2일)을 공개하며 불씨를 지피자 지멘스·소니가 공동개발한 확장현실(XR) 헤드셋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에서 공개했다.
세계 최대 전자기기(IT)·가전 쇼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개막한 CES 2024에 참석한 가상현실(VR)·AR·XR 관련 기업은 총 366개사다. 기기를 들고 참석한 기업뿐 아니라 헤드셋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트를 개발하는 기업도 포함한다.
더 강력하고 다양해진 헤드셋
올해 출시되는 헤드셋의 종류는 더 다양해지고 기능도 강력해졌다. 애플의 비전 프로는 개인 컴퓨터의 기능을 아이폰에 담아낸 듯이 컴퓨터 기능을 헤드셋에서 구현한다는 콘셉트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공간형 컴퓨터 시대가 도래했다"며 "지금까지 만들어진 소비자 전자기기 중 가장 진보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비전프로를 얼굴에 쓰면 별도 조정장치(컨트롤러) 없이 눈동자와 손의 움직임, 음성으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함께 개발된 공간운영체제 비전 운영체제(OS)에서는 3차원(3D)인터페이스를 제공, 눈앞에 보이는 디지털 콘텐트가 마치 실제 공간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눈앞에 띄워진 애플리케이션(앱)을 손가락을 사용해 원하는 크기로 조절할 수 있다. 3D 카메라를 이용해 실물 크기로 영상 통화(페이스타임)를 할 수 있는데 상대와 실제로 마주 보고 통화하는 효과가 있다.
설립 170년이 넘은 독일 기술 기업 지멘스는 전통적인 정보통신(IT) 강호인 소니와 손잡고 만든 XR헤드마운트를 공개했다. 이는 산업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서 사람과 사물을 3D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롤랜드 부시 지멘스 최고경영자(CEO)는 “XR헤드마운트를 통해 산업 메타버스를 현실과 구분할 수 없게 만들고 여기에 인공지능(AI)을 더해 현실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며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몰입형 작업공간에서 일 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여러 기업이 헤드셋 신제품을 CES에서 선보였다. 중국 시장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엑스리얼(XReal)은 AR 스마트안경 ‘에어2 울트라’를 공개했다. 기기에 장착된 카메라로 사용자 손을 인식해 컨트롤러 없이 앱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헤드셋보다는 안경과 비슷해 장기간 착용해도 편한 것이 장점이다. 엑스리얼은 아마존 AR스마트안경 부문 인기 제품으로 유명하다.
AI를 탑재해 기능을 높인 제품들도 눈에 띈다. 생성형 AI 챗GPT를 탑재한 솔로스테크놀로지의 ‘에어고3’는 오디오와 텍스트 형식으로 실시간으로 통번역한다. 중국 가전업체 TCL은 자사 AI를 탑재한 레이네오X2라이트를 내놨다. 파나소닉의 투자를 받은 일본 기업 시프트올은 전용 마이크, VR 헤드셋과 헤드폰을 결합해 올인원 메타버스 솔루션을 선보였다. 넷플릭스도 CES에 전용 부스를 마련, 헤드셋을 활용해 즐길 수 있는 자사의 몰입형 콘텐트를 소개했다.
함께 뜨는 시장은
XR기기 성능은 어떤 프로세서 칩이 들어가느냐에 좌우된다. 애플 비전프로에는 자체 설계한 M2, R1 두 개 칩이 탑재된다. M2는 연산을 처리하는 두뇌 역할을, R1은 카메라 센서에서 받은 시각 정보를 빠르게 디스플레이에 보여주는 칩이다. M2는 대만 TSMC의 3나노 공정에서 제조된다.
퀄컴은 XR기기에 사용될 ‘스냅드래곤Xr2+ 2세대’ 신제품 들고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메타가 지난달 내놓은 신제품 퀘스트3에 퀄컴의 전작인 스냅드래곤 XR 2세대가 탑재됐는데, 이보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각각 20%, 15% 좋아졌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세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대만의 팹리스 미디어텍도 메타 등 제품에 쓰이는 프로세서 칩을 개발하고 있다.
3499달러(약 460만원) 초고가인 비전프로 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도 헤드셋 시장의 주연이다. 얼굴에 디스플레이가 밀착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크기는 작고 초고해상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실리콘 기판 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칩을 심는 마이크로 OLED를 사용한다. 비전프로의 디스플레이 주 공급업체는 소니이며 외부 디스플레이에는 LG디스플레이 제품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CES에서 XR기기 사용되는 RGB 마이크로 OLED를 처음 공개했다. 크기는 500원 동전만큼 작은 초소형(1.03형)이지만, 화소 밀도는 3500PPI(1인치당 픽셀수)에 달해 4K TV 1대의 해상도와 비슷하다.
결국 애플이 평정? 삼성 대응은
세계 XR헤드셋 시장 성장세는 무섭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XR헤드셋 출하량은 2022년 1800만대서 2025년 1억1000만대, 2030년 10억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스마트폰만큼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전자도 이런 분위기를 따라 올해 XR기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프로세서는 퀄컴, OS는 구글을 활용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넘지 못했던 애플의 벽을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아이폰부터 시작해 애플워치, 맥북에 비전프로까지 더해지며 성벽이 더 높아진 애플 생태계를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ES의 테마프로젝트 디렉터 브라이언 코민스키는 이날 2024년 주목할 만한 주요 기술 동향 발표에서 “2024년은 헤드셋, 안경의 해가 될 것이며 비전프로는 이 시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데 메타도 여기에 통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어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듯 비전프로가 ARㆍVR 트랜드를 주도하며 전체 생태계를 장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VR·AR·MR·XR은 무엇인가
「 VR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뜻하며 눈앞에 현실과 다른 가상의 세상을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AR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로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현실 세계를 바라보면 그 위에 가상 요소를 겹쳐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한때 인기있던 포켓몬GO 게임이 증강현실의 한 종류다. MR은 혼합현실(Mixed Reality)로 VR과 AR을 혼합한 기술이며 XR은 확장현실(eXtended Reality)로 이 세 가지 모두를 통칭하는 가장 큰 범주의 개념이다.
」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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