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처럼 녹아든 AI, 기업들 합종연횡 분주"...세계 최대 테크쇼 현장 [CES 2024]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4’가 개막한 지난 9일(현지시간). 행사장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는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오전 10시 개막에 맞춰 '10초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수백명이 환호성을 지르며 입장했다.
인기 부스에는 순식간에 긴 줄이 늘어섰고 행사장 주변으로 교통체증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푸드코트·카페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 복도에 앉아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이 입구까지 꽉 들어찼다. 본격적인 엔데믹 이후 열린 첫 CES란 점을 실감케 하는 모습이었다.
곳곳 공기처럼 스며든 인공지능..."AI 안 쓴 곳 찾기 더 힘들다"
행사장 곳곳은 한마디로 'AI 쓰나미'가 들이닥친 풍경이었다. 우리 일상과 가장 가까운 소비재·유통 기업부터 전통 제조업체, 모빌리티, 빅테크 기업에 이르기까지 AI기술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한 전시를 내보였다. 챗GPT에서 시작된 생성 AI 혁명이 고스란히 반영된 첫 행사다웠다.
올해 CES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월마트는 "AI를 활용한 구매 패턴 분석을 통해 개인화 쇼핑을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월마트 부스에는 AI가 물건의 부피를 파악하고, 선별·포장 작업의 효율을 개선하는 등 유통·물류 전 과정을 혁신하는 과정이 전시됐다. 이 회사 직원 수잔 딘자는 “AI와 알고리즘으로 유통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는 경쟁력 있는 '테크 기업'"이라고 말했다.
AI 총기 감시 시스템으로 'CES 혁신상'을 받은 독일 보쉬는 차량에서 아마존 AI 플랫폼 알렉사로 커피 제조기를 제어하는 '커넥티드 에스프레소 머신'을 선보였다. 차에서 음성으로 주문한 후 집에 도착하면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일본 가전업체 샤프는 자체 AI 기술 'CE-LLM'을 활용해 TV에서 AI 아바타와 대화를 하며 식당 예약, 쇼핑 등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AI를 전면에 내세운 삼성·LG·현대차·SK 등 국내 기업들의 부스에는 유독 참관객이 많아 종일 줄이 길게 늘어섰다. LG전자 부스에서는 무선 투명 올레드 TV 15대가 그리는 미디어 아트가 우선 관람객의 이목을 끌면, 이어 로봇 집사 'AI 에이전트'가 그 관심을 독차지하는 식이었다. 현대차 부스에서는 AI의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시물을 유심히 지켜보는 이가 많았다.
생성 AI 기술의 강자 빅테크의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특히 구글은 야외에 전시장을 차려놓고 자사 생성AI '바드'를 시연해 관람객들을 끌어모았다. AI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그 '심장'인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들 역시 팔을 걷어붙였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인텔은 "AI PC 보급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모든 곳에 AI'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보다 사용자 필요에 초점을 맞춘 직관적인 AI 서비스 경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곧 출시할 서피스 노트북에는 AI를 통합한 인텔의 칩이 장착된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국내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AI를 활용하지 않은 제품을 세는 것이 빠를 정도로 B2C, B2B 가리지 않고 대부분 제품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라며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이제 현실임을 실감한다"고 평했다.
합종연횡, '적과의 동침'도
올해 CES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업체 간의 합종연횡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기업 환경 속에서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테크업체와 제조업체는 물론 제조업체들끼리의 협력도 증가하는 추세가 확연했다.
소니와 MS가 대표적이다. 소니는 CES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연 행사에서 혼다와 합작한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전기차 아필라에 MS와 손잡고 'AI 비서'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소니와 MS는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놓고 갈등한 껄끄러운 과거가 있지만, 앞일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겠다는 얘기다.
독일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은 챗GPT를 탑재한 차량을 2분기부터 생산하겠다고 발표했고, BMW는 아마존과 함께 '음성 보조 LLM'을 선보인다. 모빌리티 부문에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AI 음성 비서'를 선점하기 위한 협력이다. 차량용 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소개한 아마존은 국내 HL그룹의 자율주행 업체 HL만도와 SDV 기술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자회사 포티투닷은 이날 'AI 기반 SDV 플랫폼'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전장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를 활용해 내년에 AI 기반의 SDV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올해 총 참가기업은 4295곳으로 집계됐다. 한국기업은 781개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다. 주최 측은 행사 기간 지난해보다 2만 여명 많은 13만 명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라스베이거스=임주리·심서현·고석현·여성국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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