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조국한테 잘못"…위자료는 5000→1000만원, 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한 국정원의 심리전 활동은 불법이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활동은 손해배상 시효가 지났다고 항소심 법원이 판단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5부(부장 한숙희)는 조 전 장관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조 전 장관에게 위자료로 10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년 3개월 전 1심에서 5000만원 배상을 판결한 데 비해 인정된 위자료가 5분의 1로 준 것이다.
“국정원이 조국한테 잘못” 판단 같지만 금액 달라져
조 전 장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이 당시 대학교수였던 자신을 ‘종북 세력’이라며 비방하는 불법 심리전 활동을 했다며 국가가 그 피해를 배상하란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모두 민간인을 공격·비판한 것은 국정원의 업무가 아닐뿐더러, 정치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하면서까지 개인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손해배상을 해줘야 마땅한 잘못된 일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인정 금액이 달라진 건, ‘이명박 대통령-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활동과 ‘박근혜 대통령-이병호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의 활동을 하나의 연속된 행위로 볼 것인가 별개 행위로 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이 이번 소송에서 문제 삼은 국정원의 비방 행위는 총 8개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자신에 대한 공격을 지시한 말(2011년 1월)을 시작으로 국정원에서 ▶자신을 종북 세력으로 몰아 ‘사회적으로 매장’해야 한다는 문서를 작성했으며(2011년 1월) ▶트위터에서 각종 비난 글을 올렸고(2011년 1~5월), 이런 활동의 흔적이 ▶‘주간 사이버 특수활동 결과’(2011년 3월) 등 4개 문서에 남아있단 것이다. 이 중엔 교수직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항의전화·SNS 규탄 댓글 달기에 돌입’해야 한다는 ▶‘조국 교수의 사드 반대 선동행태 규탄 활동 전개’(2016년 7월)란 문서도 있다.
“모두 국정원의 불법행위”→“이명박과 박근혜 다르고 간격 커”
1심을 맡았던 같은 법원 김진영 판사는 8개 행위를 하나로 포괄하여 이해했다. “대정부 비판을 하지 못하게 할 목적에서, 사전 계획에 따라, 국정원 직원이 비난 글을 작성한 것”으로 대부분 내용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는 조 전 장관 쪽에 유리한 판단이 됐는데, 8개를 하나의 시리즈로 본다면 소멸시효는 마지막 불법행위를 한 날, 즉 2016년 7월부터 5년으로 계산한다. 조 전 장관은 2021년 6월에 소송을 냈으므로 문제 되지 않는다. 김 판사는 8개 행위 모두에 대한 위자료로 5000만원을 책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8개 행위를 일련의 행위로 포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8개 중 7개는 2011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벌어진 일이고, 그로부터 5년 넘게 잠잠하다 2016년 하반기에 마지막 문서가 하나 나온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양자를 나누어 봐야 한다면서, 전자는 민법상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3년)가 완성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모두 국정원이 개입한 것으로 유사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앞선 7개 행위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정부에 대한 비판세력을 제압하려는 활동의 일환으로 벌어진 것이고, 마지막 행위는 박근혜 대통령 재임 기간에 사드 배치와 관련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이 다르다”고도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7건은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받을 수 없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의 문서 1건만을 가지고 금액을 판단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비판적 정치인·교수 등에 대한 국정원 심리전단의 비방 활동은 2017년 국정원 개혁위의 활동을 통해 뒤늦게 드러났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은 이런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이유도 모른 채 압박감을 겪는 등 상당한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면서도 “국정원이 개혁위를 구성해 적폐청산을 위해 노력하고 과거 불법사찰 및 정치개입 사실에 대해 사과했으며 국정원법을 개정하는 등 자정 노력을 한 점을 참작해 위자료를 1000만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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