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이 의대 증원 원해" vs 의협 "필수의료 문제 더 중요"
의대 증원을 논의해온 정부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새해 들어 첫 만남을 가졌지만 시각차만 재확인했다. 다수 국민이 의대 증원을 바라는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는 정부의 입장에 의협은 필수의료와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의미가 없다고 맞섰다.
복지부 “의협 협조해달라”
김한숙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이날 첫머리 발언을 통해 “필수·지역 의료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 인력 확대는 많은 국민이 적극적으로 바라는 현안”이라며 “정부는 의사 인력 확대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의협이 적극 협력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16명 가운데 89.3%가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의협 측 협상 단장인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의대 증원을 한다면 정부 희망과 달리 필수·지역 의료 정상화가 되기 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올라오는 유명무실한 의료전달 체계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공급만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하면서 지역의료 무시와 특혜 논란이 일었는데, 이를 꼬집은 것이다.
양 측은 약 2시간에 걸친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가진 브리핑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과 관련한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했다. 김한숙 과장은 “오는 17일 예정된 회의 때는 의대생 등 의학교육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며 “처우 개선 등 논의할 이슈들이 정리됐으니 이제 서로 실리를 찾아야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직접 진행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는 “실질적인 결과를 내자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양측 합의가 임박했다는 의미다.
350명 꺼내 든 의대 교수들
의료계는 전날 정부 측에 내년 의대 증원 규모를 350명으로 하자고 건의한 바 있다.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입장문을 내고 “교육 자원 확충과 이에 대한 재정 투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2025학년도에 반영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350명 수준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350명은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때 줄어든 정원(351명)만 다시 되돌리는 숫자다.
350명은 지난해 10~11월 복지부가 전국 40대 의대에 증원 희망 수요를 조사한 결과보다 한참 밑도는 수치다.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에 따르면 내년 의대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나타났다. 협회 관계자는 “대학 본부는 의학 교육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학생을 무분별하게 늘리기를 원하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의협은 350명 증원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양동호 의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350명은 의대 학장들이 최대 교육 역량을 표현한 수치”라며 KAMC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복지부는 KAMC가 제시한 350명에 대해 의사 숫자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규모라고 보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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