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첫 동성애 대통령 나오나…34세 총리, 지지율 40% 1위
"다른 대선 경쟁자들을 망연자실하게 한 임명."(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9일(현지시간) 탄생한 '프랑스 최연소 총리'가 '마크롱의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다. 가브리엘 아탈(34) 프랑스 신임 총리는 이날 취임사에서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최연소 총리를 임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46)을 정치적 멘토로 꼽아 '마크롱 보이'로 불려온 아탈은 이번 인선을 계기로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폴리티코는 이날 "마크롱은 여당 르네상스의 지지율이 극우 정당 국민연합에 10%포인트나 뒤지는 상황에서 스타 정치인 아탈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도 "아탈이 (대선 경쟁자인)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 브루노 르메르 재무장관 등을 제쳤다"고 했다.
아탈 총리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다. 지난달 입소스 여론조사에 아탈의 지지율은 40%로 1위를 차지했고, 지난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보다 3%포인트 앞섰다. 프랑스의 정치 평론가 알랭 뒤하멜은 뉴욕타임스(NYT)에 "아탈은 정치적 재능을 타고났다. 인기 없는 정부에서 가장 인기있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우파 진영에서도 호감"...'최연소 대통령' 되나
아탈 총리는 중도·좌파 정치인으로 분류되지만 우파 진영에서도 호감을 얻고 있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교육부 장관에 오른 후 이슬람권 여성 전통의상인 '아바야(긴 드레스)'의 교내 착용을 금지하고, 기초 학력 증진을 추진하는 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좌파·우파 양쪽에서 지지를 얻었다. 프랑스 언론 라 트리뷴은 보수 성향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아탈에게 2027년 대선 출마를 권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탈 총리는 16세에 사회당에 입당했으며 명문 파리 정치대(시앙스포)를 나왔다. 2016년 마크롱의 대선을 지원하기 위해 전진하는공화국(현 르네상스)에 합류한 후 이듬해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 대변인을 맡아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1958년 프랑스에 제5공화국이 들어선 이래 최연소 총리가 된 그는 만약 2027년 37세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39세에 대통령이 됐다.
엘리제궁에 첫 동성 커플 입성? 결별설도
아탈 총리는 프랑스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총리이기도 하다. 이날 BBC 등에 따르면 아탈 총리의 파트너는 여당 르네상스의 사무총장이자 유럽의회 의원인 스테판 세주네(38)다. 두 사람은 프랑스에서 결혼과 유사한 법적인 지위를 보장하는 '시민결합(civil union)' 제도로 가족이 됐으며 같은 집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여당 관계자는 외신에 "아탈이 대통령이 된다면 엘리제궁에 최초로 동성애자 커플이 있게 되고 세주네는 동반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주네는 아탈의 총리 임명과 관련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환영한다. 우리의 정치적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그의 재능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다만 같은 날 폴리티코 등은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확인한 적은 없지만, 지난해 이미 결별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2017년 대선 당시 파격적인 사생활로 눈길을 끌었다. 그의 부인 브리짓 트로뉴는 마크롱 대통령의 고교시절 교사로 25세 연상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당시 마크롱은 15세, 트로뉴는 세 자녀를 둔 기혼자였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정치인의 사생활에 관대한 데다 대선 국면에서 오히려 마크롱의 러브스토리가 남성 중심 사회의 틀을 깨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호감도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혹독한 시험대될 것"...극우 돌풍도 부담
아탈 총리는 유복한 가정 환경에서 사립학교를 다니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15년 사망한 아탈의 아버지는 변호사이자 영화 제작자였다. 때문에 반대 진영으로부터 특권층을 대변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가 튀니지 출신 유대인으로 어린시절 반유대주의를 경험했으며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아탈에겐 총리직이 혹독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인선으로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지만, 연금 개혁과 이민법 등 정권의 핵심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혀 국정 동력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유럽 전역에 부는 극우 돌풍도 부담이다. 당장 오는 6월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극우 정당들의 대약진이 예상되고 있다. 뒤하멜은 "어려운 시기에 총리를 맡은 아탈에겐 엄청난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야당의 유력 주자인 르펜 대표는 아탈의 총리 임명에 대해 "야망이 뒤섞인 어리석은 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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