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자서전 공개…“독수리 중대장, 3000명이 겁냈다”

이가현 2024. 1. 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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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구금 및 폭행 등 각종 인권 유린이 자행됐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의 자서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됐던 고(故) 임모씨의 자서전을 10일 공개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임씨 자서전을 공개하며 형제복지원의 인권침해 사례를 세 번째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임씨는 경범죄로 1984년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되고 두 달 만인 7월 본부 요원으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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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 고(故) 임모씨가 1994년 집필한 자서전의 일부.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

불법 구금 및 폭행 등 각종 인권 유린이 자행됐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의 자서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됐던 고(故) 임모씨의 자서전을 10일 공개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임씨 자서전을 공개하며 형제복지원의 인권침해 사례를 세 번째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진실화해위가 진실 규명한 형제복지원 피해자는 이번에 규명된 153명을 포함해 총 490명이 됐다. 자서전은 임씨 아들이 아버지의 피해를 진실 규명해 달라고 제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임씨는 경범죄로 1984년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되고 두 달 만인 7월 본부 요원으로 발탁됐다. 그는 부산 시내 파출소를 돌면서 신입 수용자들을 데려오고, 이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하는 역할을 맡았다. 임씨는 1994년 집필한 자서전을 통해 형제복지원의 열악하고 잔혹한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자서전에는 ‘탈출하게 되면 가족들을 다 죽이고 말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을 보아 형무소보다 못하다. 형무소는 형을 마치면 나갈 수 있으나 이곳에는 가족이 데려나가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는 걸 알았다’는 내용이 적혔다.

고(故) 임모 씨가 작성한 신모 씨의 신상기록 카드. '정신관찰'이라는 기재사항과 함께 임씨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다. 1984년 12월 25일 입소한 신모 씨는 1985년 1월 11일 사망했다.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

또 ‘중대장은 사회에서 양아치 대장을 했다. 별명이 독수리로, 몸이 건강하고 지금도 운동을 한다. 3000명이 그 사람에게 매를 맞을까 봐 겁을 낸다’는 내용도 적혀있었다. 그 외에 ‘항상 보초도 서 있고 담의 높이도 무진장 높아 (탈출할) 엄두도 못 낸다’ 등의 내용도 담겼다.

잔혹한 강제수용 과정뿐 아니라 부적절한 의료 실태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도 발견됐다. ‘각 파출소에서 전화가 오면 수용자들을 봉고차에 태워 이튿날 조서를 작성시켰다. 정신질환자로 보이면 일단 의사가 진찰하는 동안 며칠간 (수용자를) 정신병동에 보낸다’고 썼다.

임씨는 그러면서 ‘(신입 수용자와 면담하며) 정신질환자, 알코올중독, 성격장애 등 정신문제를 캐냈다. 의사가 다녀간 뒤 진단을 보면 내가 먼저 작성한 내용과 동일했다’고 썼다. 정신질환자로 분류된 이들은 형제복지원 안에 있는 병원에 강제입원 돼 정신과 약물을 강제로 투약 당했다. 진실화해위는 “수용자를 통제·관리하기 위해 약물을 투약해 무기력하게 만드는 ‘화학적 구속’을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실화해위는 이어 “이번 3차 진실규명 결정과 최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사법부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로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제복지원 사건에 책임 있는 정부 기관들이 진실화해위의 권고와 사법부의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조치에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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