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알바’라고 했는데 사기였다” 인도 신종 스캠
인도에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여성의 임신을 도와주면 돈을 지급하겠다”며 꼬드기는 신종 사기 수법이 보고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학력이 낮고 소득이 적은 직종에 종사하는 남성을 골라 ‘임신 일자리’를 소개한 다음 법적 서류 발급, 세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뜯어 갔다.
9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임신 일자리 서비스’가 소개됐다. ‘여성과 잠자리를 하고 임신이 이뤄지면 그 대가로 보상금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BBC는 피해자 중 2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게재했다. 하루 500루피를 받는 일에 종사하는 망게시 쿠마르씨는 “‘임신 일자리’ 관련 비디오를 클릭한 지 10분 후 휴대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건 남성은 내게 ‘일을 하고 싶으면 799루피를 내고 가입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쿠마르씨는 “돈을 내고 가입을 하면 내가 임신을 도울 여성에 대한 세부 정보를 보내준다고 했다”며 “그 여성과 관계를 하면 50만 루피를 주고 임신에 성공하면 80만 루피를 준다고 약속했다”고 부연했다. 50만 루피는 쿠마르씨가 3년간 일해서 벌 수 있는 임금에 달하는 액수다.
두 아들의 아버지인 그는 “나는 가난한 사람이고 돈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을 믿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후 2주간 쿠마르씨는 돈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1만6000루피 이상을 뜯겼다. 사기꾼들은 “법원에서 관련 서류를 떼는 데 2550루피가 든다”, “안전 보증금으로 4500루피가 필요하다”, “당신에게 지급할 보상금에 대한 세금으로 7998루피를 달라”는 등 지속적으로 추가 금액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제시한 모든 영수증과 법적 서류는 가짜였다. 쿠마르씨는 “그가 보여준 문서에는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와 함께 그의 사진이 있었다”며 “문서 위에는 큰 대문자로 ‘아기 출산 계약서’라고 쓰여 있었고 아래에는 ‘임신 인증서’라고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BBC는 이 문서에 도용된 서명이 미국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의 사인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사기 일당은 쿠마르씨에게 78명의 여성 사진을 보내면서 “임신을 시키고 싶은 여성을 고르라”고 하기도 했다. 그리고 쿠마르씨가 살고 있는 마을 호텔을 예약해 여성을 보내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쿠마르씨가 약속한 보상금을 요구하자 이들은 그의 은행 계좌에 51만2400루피를 입금했다는 영수증을 보냈다. 그러면서 “지금은 입금이 보류된 상태다. 당신이 소득세로 1만2600루피를 내야 계좌에 실제 그 금액이 들어간다”며 거짓말을 했다.
이미 한 달 치 월급을 모두 쓴 쿠마르씨는 더 이상 낼 돈이 없다며 지금까지 낸 금액의 환불을 요청했다. 사기 일당은 오히려 쿠마르씨를 협박했다. 범죄자 일당은 “50만 루피라는 큰 금액 때문에 소득세 징수 부처가 당신의 집을 급습하고 당신을 체포할 수 있다”고 겁박했다.
그는 이어 “나는 가난한 노동자고 한 달 치 월급을 잃었기 때문에 어떤 형사 사건에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 너무 무서워서 10일 동안 휴대전화를 껐다가 며칠 전에 다시 켰다”고 했다.
비하르주 나와다 지역의 사이버수사과 경찰인 칼리얀 아난드 부경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수백 명의 남성이 이 치밀한 사기극의 피해자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남성들이 수치심 때문에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사기 행각을 벌인 이들 중 8명을 체포했고, 9개의 휴대전화와 프린터를 압수했다. 아직 경찰에 붙잡히지 않은 18명의 행방도 추적 중이다.
아난드 부경장은 “이번 사기의 배후에 있는 남성들은 대학 교육도 받았고 휴대전화, 노트북, 프린터를 범죄에 활용하는 방법에 능통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체로 고등 교육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을 골라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버 법률 전문가 파반 두갈은 “돈뿐만 아니라 성관계를 할 수 있다는 말로 유혹한 점이 굉장히 치명적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신중하지 못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이후 인터넷 뱅킹이 일반화하면서 사이버 범죄의 황금기가 시작됐다”며 “수십 년 동안 이런 피해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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