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셔츠 카라 덕에 살았다…"목에 먼저 칼 닿았다면 치명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혐의(살인미수)로 구속된 김모(67)씨는 정치적 신념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재명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고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내용을 변명문(남기는 말)에 남겼다. 경찰은 흉기가 이 대표 와이셔츠 목깃(카라)에 먼저 닿지 않았다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졌을 거라고 했다.
“李 대통령 안돼”… ‘남기는 말’ 전모 나왔다
김씨가 쓴 '남기는 말'에 적힌 내용도 일부 드러났다. 김씨는 “사법부내 종북세력으로 인해 이 대표 재판이 지연돼 단죄하지 못하고 있다. 곧 있을 총선에서 이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면 좌경 세력에게 국회가 넘어가고, 이 대표가 대통령이 돼 나라가 좌파 세력에게 넘어갈 것”이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범행했으며, 이런 의지를 알려 자유인들의 구국 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4월 남기는 말의 초안을 써 여러 번 고친 것으로 파악했다. 김씨는 남기는 말 8부를 인쇄한 다음, 이 가운데 7부를 주소가 적힌 봉투에 넣어 동네 지인인 A씨(70대)에게 건넸다. 김씨는 “성공하면 7부를 모두 발송하고, 실패하면 2부만 보내달라”고 A씨에게 부탁했다. 김씨 범행 소식을 들은 A씨는 약속대로 2부만 우체통에 넣었다. 가족에게 보낸 이 우편물은 배달되기 전 경찰이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5부는 A씨가 폐기했다. 수신처는 언론매체 등이지만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살인미수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흉기 개조, 휴대전화도 놓고 다녔다
구체적인 범행 과정도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온라인에서 10만원을 주고 칼을 구매해 칼날과 칼등 부분 모두 예리하게 갈았다. 칼은 손잡이 5㎝, 날 13㎝ 등 총 18㎝다. 김씨는 칼자루를 빼 중이와 테이프로 감싼 뒤, A4 용지를 접어 그 안에 숨겼다. 범행 당일 들고 있던 플래카드 아래로 칼을 쥐고 있었으며, 위장을 위해 플러스 펜도 함께 쥐고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플래카드와 왕관 등은 김씨가 직접 만들었다.
이후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범행일까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이 대표 일정을 따라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일정은 정당 홈페이지 등을 통해 파악했다고 한다. 인천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등지다. 김씨는 이 대표 일정을 따라다닐 때 늘 흉기를 소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1일 봉하마을에서도 김씨가 범행을 시도하려 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실패하자 김씨는 단념했고, 본래 귀가하려다 울산역에서 마음을 바꿔 다시 부산역으로 돌아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매번 경호 태세 등을 살펴 가능하면 범행을 시도하려고 했으며 지난 2일 부산에서는 접근에 성공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용의주도해 보이는 김씨 행적도 나타났다. 그는 지난 1일 천안ㆍ아산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으로 왔다. 집에서 멀지 않은 천안ㆍ아산역까지는 본인 승용차로 이동했다. 그는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폰에서 유심ㆍSD카드를 빼고 사용했다. 김씨는 또 (부동산)업무용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며 택시를 부를 때 사용했다고 한다. 천안ㆍ아산역부터는 주로 현금으로 교통비 등을 냈다.
“와이셔츠 목깃 없었다면 치명적 결과”
김민주·안대훈·위성욱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불륜' 일본 배우 근황…여배우 3명과 산속 오두막 동거 | 중앙일보
- "박수홍 자식처럼 키웠다, 죗값 받겠지만 억울해" 친형 오열 | 중앙일보
- 엄마, 서운해도 3억 빚내세요…10억집 상속세 줄일 '셀프부양' | 중앙일보
- "연봉 4억에 아파트 드려요"…전문의 간절한 단양 '파격 채용' | 중앙일보
- 2024 정치성향테스트 ㅣ 더중앙플러스 | 중앙일보
- "두들겨 패고싶다"…200명 숨진 지역에 성인용품 보낸 일본 유튜버 | 중앙일보
- 불 없는 밥, 대변도 수거한다…‘백두대간 700㎞’ 50일 종주기 | 중앙일보
- 배우 사강, 결혼 17년만 남편상 비보…슬픔 속 빈소 지키는 중 | 중앙일보
- 삼겹살 1인분 시키니 달랑 150g…외식업계 '국룰'이 바뀐다 | 중앙일보
- "황금돼지띠 부자된다" 출산율 반등…청룡해도 '길띠' 덕볼까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