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죽음 뒤 남겨진 것들… '파친코' 잇는 디아스포라 문학 기수 낸시 주연 김
마고는 8년 전 도망치듯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떠났다. 싸구려 세간살이를 욱여넣은 낡은 집과, 수십 년을 코리아타운에 살면서 영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엄마는 '완벽한 미국인'이 되고 싶은 마고 앞에 놓인 걸림돌일 뿐이다.
간신히 엄마에게서 멀어져 시애틀에 정착했지만, 언제부턴가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마고는 엄마를 찾아 LA로 향하고, 그곳에서 낡은 카펫에 코를 박은 채 썩고 있는 엄마의 시체를 발견한다.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사진 속에는 젊은 엄마가 있다. 사진 속 엄마는 낯선 남자와 낯선 아이를 안고 있다. 마고는 생각한다. 이 가족은 대체 누굴까. 나는 엄마를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미나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LA에서 나고 자란 한인 2세 작가 낸시 주연 김(43)의 첫 장편 소설이다. 딸 마고가 엄마 미나의 시체를 발견하고, 타살을 의심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에는 이민, 인종 차별, 아메리칸 드림, 빈곤과 계급 등 '미국의 오늘'을 달구는 이슈들이 녹아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LA타임스 등 미국 주요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낸시 주연 김을 지난 6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Q : 자전적인 이야기인가.
A : 고향이 북한에 있는 부모님은 1960년대 미국에 이민을 왔고 내가 어릴 때 이혼했다. 그 이후 싱글맘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고, 유색 인종의 노동자 계급이자 이민 1세대였다. 이런 설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픽션이다.
Q : 독립한 딸이 고향으로 돌아가 엄마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인가.
A : 대학원을 가기 위해 LA를 떠나올 때부터 두려움이 생겼다. '어느 날 엄마가 전화를 안 받으면 어떡하지?', '엄마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도울 수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오랜 시간 떨어져 살긴 했지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죽음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게 됐고, 마침 그때 LA를 떠나왔기 때문에 엄마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설의 도입부가 됐다.
Q : 딸 마고가 엄마를 끔찍하게 사랑하면서도 엄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점이 비극적이다.
A : 나 역시 엄마를 몰랐고, 엄마에게서 멀어질수록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믿었다. 이민자이자 싱글맘인 유색인 여성을 얕잡아 보는 '미국적 시선'으로 엄마를 바라본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고 비범했다. 전쟁에서 살아남았고, 이민을 왔고, 싱글맘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아이를 키웠다.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숭고한 일인지 이제는 안다.
Q : 소설은 가족 드라마이면서 엄마를 죽인 범인을 딸이 찾아 나서는 미스터리물이다. 어떻게 이런 조합을 생각하게 됐나.
A : 전쟁 고아면서 이민자인 엄마 미나에 비해 딸 마고는 평범하다. 독자들이 마고라는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게 하려면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필요했다. 이야기는 마고가 범인을 찾는 과정이면서 동시에 마고의 성장기다.
Q : 독자로부터 받은 피드백 중 인상 깊었던 것은.
A : 이 책을 읽고 엄마를 깊이 이해하게 됐다는 독자들이 있었다. 모녀 관계는 '사랑'이란 한 단어 만으로는 정의 내릴 수 없는 복잡한 관계다. 때로는 지독한 몰이해와 단절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엄마를 인간으로, 한 명의 여성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독자들이 있어 기뻤다.
Q :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쓰고 싶나.
A : 미국에서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소설들은 때로 소수자를 소외시키고,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미묘한 폭력을 정당화한다. 그것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그런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삶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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