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태영에 공적자금 안 넣는다"지만…'혈세 투입' 논란 확산

김기환 2024. 1. 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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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앞줄)이 9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에서 워크아웃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11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개시 여부 결정을 앞둔 가운데 ‘국민 혈세’를 들여 부실기업을 살린다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워크아웃은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했을 때 돈을 빌려준 대상, 즉 채권단이 주도해 기업 채무를 탕감해주고 채권 회수를 원활하게 하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할 경우 개시한다. 법원이 주도해 기업의 모든 채권·채무를 동결하고 자금을 비롯한 기업활동 전반을 관리하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와 구별된다.

워크아웃 자체가 일정 부분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채권단이 손실을 감수하고 빚을 일부 탕감하거나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등 지원해야 하는데 채권단의 수장이 산업은행처럼 국민 세금으로 꾸린 국책은행인 경우가 많아서다. 태영건설도 워크아웃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영옥 기자


공적자금 투입 논란이 불거지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에서 “태영건설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향이 없다”며 “(시장 안정 조치) 85조원 전체가 태영건설에 투입하는 돈이 아니라 전체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 쓰인다”고 설명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 기업이 경영을 잘못해 위기에 내몰렸는데, 세금으로 살려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워크아웃을 개시하더라도 태영건설의 부실 경영에 대해선 충분한 자구 노력, 사재 출연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기업이 떠안는 부담도 문제다. 기재부는 지난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태영건설을 비롯한 건설업계를 정상화하는 데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LH가 매입해 직접 시행하거나, 다른 시행사·건설사에 매각하는 식이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LH에 위험성이 높은 PF 정상화 작업을 맡긴 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태영건설 사업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하청업체에게 대출 만기 연장과 금리 감면 등 혜택을 제공하는 대책도 마찬가지다. 기재부는 “태영건설이 부동산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장에선 HUG가 기존 분양 계약자에게 분양대금을 환급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 중단에 따라 환급이 이뤄질 경우, HUG가 해당 사업장을 공매에 넘겨 처리해야 한다. 역시 2022년 적자로 전환한 HUG의 재정난이 심해질 수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공기업 손실이 커지면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며 “건설사 줄도산을 막기 위한 정부 조치는 필요하지만, 살릴 기업은 살리되 돈을 벌어도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부실·좀비기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혈세 투입에 대한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건설 업계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긴급 점검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하도급 대금 지급 보증은 원사업자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수급 사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건설을 위탁한 원사업자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수급 사업자에게 법령이 정하는 공사대금 지급을 보증해야 한다. 공정위는 태영건설 등 유동성 위기 발생 시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큰 건설사를 중심으로 대금 지급 보증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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