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사업 3배 늘 것" 노원∙강남∙강서∙도봉구 수혜

백민정, 황수빈 2024. 1. 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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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마중물 되겠지만 사업성 확보 관건”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에서 최대 걸림돌이었던 안전진단 의무 요건이 사라지면서 20~30년 이상 노후 주택이 많은 서울ㆍ경기 지역에서 재건축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 185만 가구 가운데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약 37만 가구(20%)로, 서울 아파트 5채 중 1채가량이 이번 대책의 혜택 범위에 들어오게 된다.

국토부가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겼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단지를 추린 결과 서울에서는 노원ㆍ강남ㆍ강서ㆍ도봉구가, 경기 지역에선 안산ㆍ수원ㆍ광명ㆍ평택시 순으로 많았다. 이 지역이 향후 ‘재건축 패스트트랙’ 혜택을 먼저 볼 가능성이 높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주택분야 민생 토론회에서 “안전진단 없이 바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절차를 진행하면 3년 이상 재건축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비구역 지정ㆍ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인허가 절차를 줄여주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까지 적용하면 일부 사업성이 좋은 단지는 재건축 사업 기간이 최대 5∼6년가량 단축될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국토부는 재건축 부담금 관련해서도 초과이익에서 제외되는 비용 인정분을 확대해 초과이익 부담금을 추가로 낮출 계획이다.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의 한 A단지의 경우 재건축 부담금이 현행 1인당 1억1000만원에서 앞으로 최대 2800만원까지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선 재개발 관련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개발 착수 요건인 노후 건물 비중이 3분의 2(66.6%) 이상에서 60%로 완화됐는데, 6.6% 줄어든 게 작아 보여도 현장에선 크게 작용한다”며“재개발 대상 지역이 의외로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소규모 정비사업에서도 조합 설립 주민 동의율을 기존 80%에서 75%로 낮추는 등 사업 요건을 완화한 것도 도심 주택 공급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경진 기자


국토부는 재개발ㆍ재건축 제도 개선을 통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전국에서 95만 가구가 정비사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75만 가구(수도권 55만 가구ㆍ지방 20만 가구), 재개발 20만 가구(수도권 14만 가구ㆍ지방 6만 가구)다.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 동안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당초보다 3배 정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의 한 재건축 전문 중개업소 대표는 “안전진단은 2억~3억씩 비용도 들어 주민들이 재건축을 주저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인근 단지에서 재건축 착수가 바로 가능한 건지 묻는 문의 전화가 몇 통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장에선 안전진단 의무 배제가 정비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성이 확보돼야 재건축 진행 속도가 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에 돌입하고도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 간 분쟁이 늘며 멈춰선 사업장이 지금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 사업성이 좋은 단지는 대부분 재건축에 착수한 상황이고 상당수 노후 단지는 사업성이 확실하지 않아 추진 속도가 안 나는 경우가 많다”며 “용적률 상향 등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정부가 바라는 주택 공급 확대로 당장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고금리ㆍ고물가 상황에서 이자ㆍ공사비 인상 부담이 큰 데 재건축ㆍ재개발을 활발히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중개사도 “주민 입장에서는 결국 재건축 사업 진행을 위한 금융비용과 재건축 추가 분담금이 얼마가 될지가 중요한데, 일단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수 지역에서 재건축 사업이 일제히 진행되면 이주 및 주택 멸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면 전세 시장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모델링, 부분 보수보다 재건축에 나서게 되면서 오히려 자원 및 사회적 비용이 낭비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4월 총선을 겨냥한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이 밖에도 민간 주택 공급이 위축된 상황을 감안해 올해 공공주택 인허가 물량을 당초 계획(12만5000가구)보다 많은 14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자체의 그린벨트 해제 가능 물량 등을 통해 연내 신규 택지 2만 가구를 발굴하고,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으로 3만 가구도 추가 확충할 계획이다.

또 건설투자 활성화를 위해 관련 예산의 약 36%에 해당하는 19조8000억원을 1분기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으로 고전 중인 지방 사업장에 대해선 임대주택으로 활용 시 건설사업자에 대해 원시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해주고, 향후 2년간 이 같은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85㎡ 이하, 6억원 이하)을 최초 구입한 사람에게도 세제 산정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 주기로 했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지난해 9ㆍ26 대책이 자금 지원 등 공급 측면의 애로사항을 개선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세제 혜택 등 수요자를 위한 진작책이 추가됐다”며 “주택 공급이 늘어나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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