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표지 디자인” 대형 출판사 ‘쌤앤파커스’, 베스트셀러 표절 논란

하수영 2024. 1. 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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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어크로스'의 〈도둑맞은 집중력〉(왼쪽)과 '쌤앤파커스'의 〈벌거벗은 정신력〉. 사진 각 출판사

국내 대형출판사 ‘쌤앤파커스’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곧 출간할 개정판 책 표지 디자인이 다른 출판사 베스트셀러의 표지 디자인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면서다.

10일 출판계에 따르면 쌤앤파커스는 최근 요한 하리의 『벌거벗은 정신력』(원제:Lost Connections)의 출간을 앞두고 SNS와 블로그 등에서 독자 서평단을 모집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벌거벗은 정신력』은 지난 2019년 출간된 『물어봐 줘서 고마워요』를 제목까지 바꾼 개정판이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가 우울증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세계적인 정신의학자, 심리학자, 저명한 사회과학자, 우울증 환자를 만나 ‘단절’의 의미에 대해 파헤치는 내용을 다뤘다.

출판사 '어크로스'의 『도둑맞은 집중력』 표지를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쌤앤파커스' 블로그에 표절 문제제기를 한 댓글. 사진 어크로스 블로그 캡처

문제는 쌤앤파커스 측이 독자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배포한 개정판 표지 디자인이 요한 하리의 최근작『도둑맞은 집중력』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작가 김겨울이 엑스(X, 옛 트위터)에 문제를 제기하며 표절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도둑맞은 집중력』의 표지 디자이너가 쌤앤파커스 블로그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댓글을 남기면서 논란이 커졌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출판사 어크로스에서 지난해 출간해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국내 대표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히트작이다. 예스24 독자 투표에선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어크로스 측은 쌤앤파커스 측의 『벌거벗은 정신력』의 표지 이미지가 『도둑맞은 집중력』과 거의 흡사하다는 입장이다.

출판사 '어크로스'의 김형보 대표가 페이스북에 '쌤앤파커스' 측의 표절 문제를 제기하며 올린 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우리 책도 봐 줬으면 해서…표지는 바꿀 것”

쌤앤파커스 관계자는 “어크로스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참고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문제가 된 표지 디자인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홍보용이고, 정식으로 출간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도둑맞은 집중력』을 본 분들이 (『벌거벗은 정신력』도) 보셨으면 해서 이벤트성으로 만든 표지”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전 협의에 신경을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최종본이 없으면 홍보할 때 임시 이미지를 쓰는 경우가 업계에서 없진 않다”며 “가안으로 올렸던 이미지인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돼서 최종본은 그렇게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어크로스의 김형보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쌤앤파커스 관계자와 통화에서) ‘홍보용이냐, 확정된 것이냐’고 물으니 ‘확정이다’, ‘미국 원작자 측과도 협의가 이뤄진 확정된 사안’이라고 말해 황당했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그러나 표절 논란이 업계를 넘어 언론 보도를 통해 확산하자 문제가 된 표지 디자인을 정식 출간본에 쓰지 않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어크로스 관계자는 “출판계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런 경우는 없다. 사전 서평단이나 시중 서점, 언론에 홍보자료 보낸 게 다 남아있지 않나”라며 “법적 대응은 특별히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씁쓸한 일”이라고 밝혔다.

쌤앤파커스 관계자는 “(『도둑맞은 집중력』의) 디자이너에게 사과 메일을 드렸다”며 “디자이너분께 결례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고, 앞으로는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게끔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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