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분 가짜뉴스, 최악 시장조작"...전세계 코인 요동 파문
9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는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출렁였다. SEC의 소셜미디어(SNS) 공식 계정이 해킹 당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큰 수익을 노린 범죄 행위일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이날 오후 SEC의 X(구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다. “오늘 SEC는 국내 증권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는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다. 승인된 비트코인 ETF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감시 및 규정 준수 조치를 받게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미 금융당국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SNS로 먼저 발표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SEC의 공식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인 만큼 주요 매체들은 앞다퉈 속보를 전했다. 업계에서 10일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는 점도 신빙성을 더했다.
약 10여분 뒤 게리 겐슬러 SEC위원장은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허위 사실을 바로잡았다. 그는 “SEC 공식 계정이 해킹당해 승인받지 않은 게시물이 올라왔다”며 “SEC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후 SEC도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한 뒤 겐슬러 위원장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CN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SEC 대변인도 “해당 글은 SEC 내부 직원들이 올린 글이 아니다”라며 “조사 후 위법 행위와 관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ETF 승인과 관련한 시장의 민감도가 잔뜩 높아진 상황이라 이날 해프닝의 파급력은 매우 컸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4만8000달러 부근까지 치솟아 22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당국이 승인 사실을 부인하자 15분 만에 4만5000달러 이하로 고점 대비 7%가까이 급락했다. 국내 거래시장에서도 64000만원대까지 급등했다가 해킹 발표 후 6000만원대 초반으로 내려앉았다.
금융규제 강화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베터 마켓츠’의 데니스 켈러허 대표는 “이번 사건은 오랜 기간 있었던 시장조작과 관련한 가장 끔찍한 범죄 행위 중 하나로 보인다”며 “누군가는 막대하게 불법적인 수익을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비트코인 ETF가 승인될 경우 기관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ETF 승인 기대에 지난해 10월 이후 2배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다만 JP모건 등 일부 투자은행(IB)은 비트코인 시세에 ETF 승인 기대가 이미 반영된 만큼 가격 상승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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