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중소기업의 호소를 들을 마지막 기회

김철현 2024. 1. 1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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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만개소.

전국 50인 미만 사업장 83만개소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12배다.

일례로 지원 사업의 하나인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컨설팅은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1만6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전체 50인 미만 사업장 수의 1.9%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대재해 발생 방지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 예방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중소기업계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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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83만개소. 우리나라 50인 미만 사업장의 숫자다. 이 중 80%인 66만 곳 이상이 준비하지 못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야기다.

대다수의 50인 미만 중소기업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받게 될 날이 얼마 안 남았다. 9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중대재해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17일 뒤인 27일부터 50명 미만 사업장에도 이 법이 적용된다. 중대재해법은 2021년 1월 26일 공포된 이후 2022년 1월 시행됐다. 당시 부칙에 따라 상시 근로자 50명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건설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지나 시행하도록 했다.

준비 부족을 이유로 2년 추가 유예를 요청해왔던 업계는 애가 탄다. 법이 적용되면 사업장에서 의도치 않은 사고 발생 시 사업주는 1년 이상 징역 등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중소기업은 대표이사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받으면 대부분 폐업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호소가 곳곳에서 나온다. 현장에서는 유예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면 혼란은 물론 준비를 아예 포기해버리는 기업이 대거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는 발생하면 안 되겠지만 자칫 무리한 법 적용이 사업주를 범법자로 만들고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 그 피해는 기업과 사업주는 물론 직원에게까지 미치게 된다.

사업장에서 재해로 피해를 보는 직원이 없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2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대재해를 줄이겠다는 의지와 상관없이 현실적인 문제가 가로막았다. 전국 50인 미만 사업장 83만개소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12배다. 업체가 많은데 인적·재정적 여력은 부족하다. 규모가 작을수록 만성적 인력난과 재정난에 허덕인다. 정보는 부족하고 정부의 지원은 미치지 못했다. 일례로 지원 사업의 하나인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컨설팅은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1만6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전체 50인 미만 사업장 수의 1.9%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 시행 이후 중소기업이 안전 전문인력 구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외부 컨설팅을 맡기려면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한다. 최소한 영세 사업주가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다음에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호소에도 여야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이 법과 관련해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의 사과, 산업안전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추가 연장이 없다는 경제계의 약속 등을 법안 처리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업계는 유예기간이 2년 연장되면 이후 추가 유예 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이미 약속했다. 2년 동안 산업 현장의 중대재해 발생을 감소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중대재해 발생 방지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 예방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중소기업계 입장이다. 정부 지원책에 발맞춰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여야가 1월 중 임시국회를 열기로 해서 27일까지 추가 협의할 시간이 생겼다. 영세 중소기업의 절박한 호소에 정치권이 귀 기울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김철현 바이오중기벤처부 차장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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