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덮친 인구소멸]메인 타깃층 이제 없어요…식물·동물까지 겨냥하는 가전업체들
MZ세대부터 시니어층까지 공략범위 확대
‘본부~ 본부~’ 1997년 휴대전화 광고에 나온 국민배우 안성기는 위기 상황에 처하자 휴대폰을 향해 ‘본부’를 부르짖는다. 전화기가 단어를 인식해 스스로 본부에 전화를 건다. 1952년생인 안성기는 당시 40대 중반이었다. 2000년대 휴대폰 광고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이효리다. 2000년대 중반 이른바 효리폰, 가로본능폰 광풍이 불었다. 1979년생인 이효리는 당시 20대 중반이었다. 요즘 스마트폰을 선전하는 아이돌들은 10대가 많다. 휴대폰 사용 연령층과 모델 연령에 상관관계가 크다. 초창기 고가의 비즈니스용이었던 휴대전화를 지금은 초등학생도 하나씩 들고 다닐 정도로 흔해졌다.
과거 엄마·아빠가 주요 구매층이었던 가전제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가전제품을 사는 연령층이 젊은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조부모·부모·자녀 3대가 함께 사는 집에 한 대씩 있던 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은 핵가족화와 함께 1·2인 가구가 늘면서 구매 연령층이 다양해졌다.
저출산 영향으로 우리나라 총인구가 2020년을 기점으로 줄어들자 전자업계에도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처럼 한 집의 가장인 엄마·아빠의 지갑만 바라보다가는 인구 수 감소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가구마다 판매하던 제품을 개인마다 사도록 유도하고 1인가구 트렌드에 맞춰 말벗이 되는 신제품까지 내놓고 있다.
전자제품 구매는 앞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행정안전부의 연령별 인구현황 통계에서 보여지는 40대 인구 수는 2022년 말 807만명으로 10년 전 883만명보다 줄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왕성한 구매력을 보이는 30대 인구 수 역시 2022년 말 661만명으로 2012년 816만명에서 급감했다.
전자업계 마케팅은 소비 연령층을 넓히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래로는 MZ세대를 겨냥한 혁신제품 출시와 팝업스토어·체험존을 통한 마케팅을, 위로는 구매력이 있는 시니어층을 공략한 고가 프리미엄 제품 및 헬스케어 가전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젊은층이 모이는 강남 한복판에 놀이터 콘셉트의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강남’을 열고 방문객들이 놀이하듯 즐겁게 삼성 제품을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이 한국에서 최초로 오픈한 체험형 매장이다. LG전자는 2022년부터 30여곳에 팝업스토어·복합문화공간 등을 마련해 젊은층의 제품·서비스 경험 기회를 제공했다. LG전자 올레드 TV를 활용해 과거 오락실의 모습을 재현한 ‘금성오락실’, LG 씽큐앱의 기능을 방탈출 카페에 접목시킨 ‘씽큐 방탈출 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공략하는 연령층이 커지다 보니 제품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소형가전 신제품 출시도 줄을 잇고 있다. 전자레인지·그릴·에어프라이어·토스트 기능을 한 대의 기계로 모은 삼성 비스포크 큐커, TV를 원하는 장소로 옮기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LG 스탠바이미, MZ세대의 신발관리 솔루션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반려 동식물에 대한 애착이 강한 1·2인 가구를 겨냥한 ‘LG 틔운’, ‘삼성 펫케어 스토어’ 등 기존에는 없던 제품과 서비스도 인기몰이 중이다. 거꾸로 말해 사람이 줄어 식물, 동물을 위한 가전제품까지 동원해야 성장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1인 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 총 972만세대로 전체의 41%에 달한다. 2012년 기준 1인 가구는 673만세대에 불과했다. 2인가구 역시 2012년 402만세대에서 2022년 574만세대로 늘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과거 가전제품은 신혼부부나 엄마·아빠가 주로 구매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었는데, 지금은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소비층이 위 아래로 넓게 퍼지고 있다"며 "가전업계가 MZ세대부터 시니어층까지 폭넓게 공략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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