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기 싫어 망설이고 있나요? 이 오리 가족을 보세요
[장혜령 기자]
▲ 영화 <인투 더 월드>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인투 더 월드>는 <슈퍼배드> 시리즈, <씽> 시리즈, <마이펫의 이중생활> 시리즈,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등을 제작하며 애니메이션계 명가로 떠오르고 있는 일루미네이션이 선보이는 7년 만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다. 원제는 Migration으로 동물의 이동을 뜻한다. 새 가족이 안전한 둥지를 떠나 위험천만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모험을 떠나는 성장 영화답게 한제 '인투 더 월드'는 탁월한 선택이다.
인트로에 삽입된 단편 <달 탈출>을 보는 재미도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장편 앞에 단편을 선보여 흥미를 유발한다. <슈퍼배드>의 빌런 '빅터'가 추방되어 달에서 미니언즈를 만나 벌어지는 고군분투이다. 달에서 탈출하려는 빅터와 둥지를 벗어난 오리 가족의 상황이 묘하게 이어진다.
▲ 영화 <인투 더 월드>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인투 더 월드>는 청둥오리 가족이 알을 깨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험과 성장을 응원하는 가족 영화다. 아빠 맥(쿠마일 난지아니)은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과잉보호의 끝판왕이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위험천만하다고 부풀려 강조한다.
반면, 엄마 팸(엘리자베스 뱅크스)은 모험을 즐기는 역동적인 기질을 억누르며 살아왔었다. 두 아이 댁스(캐스퍼 제닝스)와 그웬(트레시 가잘)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지만 남편의 성화에 꾹 참고만 있었던 거다. 그러던 어느 날, 청둥오리 가족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그날도 아빠 댁스는 포식자 없는 연못가의 집을 한창 수리하고 있었다. 추워지기 전에 여기저기 떨어진 곳을 고쳐서 안락한 집을 만들어야 했다. 가긴 어딜 간다는 말인지, 먹을 것이 풍족한 연못은 생존과 생활의 최적의 장소였다.
하지만 따뜻한 자메이카로 가던 철새 무리를 만나 청둥오리 가족은 큰 변화를 맞는다. 팸과 아이들은 더 넓은 세상에 호기심이 생겨 버리고, 맥은 절대 안 된다며 반대했지만, 댄(대니 드비토) 아저씨의 격려에 고무되어 결국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 영화 <인투 더 월드>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빅 배드 폭스>로 동물 간의 우정과 연대를 다뤄 유수 영화제에 수상 및 노미네이트된 '벤자민 레너'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는 지상세계에서 사는 곰 어네스트와 지하 세계에 사는 쥐 셀레스틴의 우정 이야기다. 진정한 우정은 타인의 겉모습과 편견 없이 매료된다는 아름다운 동화다.
<빅 배드 폭스>는 세 가지 이야기가 엮인 옴니버스 형식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황새를 주인공으로 한 북유럽 전설의 원형 '베이비 딜리버리'이며, 무섭지 않은 최상위 포식자 여우의 육아일기 '빅 배드 폭스',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 어른들이 순수해지는 '산타 구하기'로 구성되어 있다. 두 작품 다 꾸준히 의인화된 동물이 등장하며 굵직한 사회 풍자,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의 메시지를 들려준다.
전작은 수채화로 그린 포근한 색감과 고전적인 회화풍의 2D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일루미네이션에 합류하며 처음 3D에 도전했다. 감독 특유의 아트 콘셉트를 기본으로 하되 가족애와 모험,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로 접근성을 높였다. 새의 시점에서 전개되다 보니 하늘 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물속에서 유영할 때는 오리 특유의 움직임과 의인화된 표정이 조화를 이루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빚어냈다.
영화는 집 떠나 겪는 다양한 상황을 보여준다. 준비 없이 만난 폭풍우, 낯선 장소의 위협, 새로운 만남은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로 느껴 볼 수 없는 경험이 대부분이다. 안전한 곳에만 머무르려고 하는 습관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는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그려냈다. 아빠보다 엄마가 여행을 부추기고 어른보다 아이가 더 강한 모습으로 등장해 매력을 안긴다. 비행, 수영, 살사댄스, 발레 등 화려한 볼거리와 퍼포먼스는 물론이다. 서로를 지켜내고 열심히 하려는 행동에 고무되어 가는 과정과 긍정의 메시지가 웃음 짓게 한다.
누구나 처음 어떤 일을 마주할 때 한 발자국도 내딛기 힘든 순간을 마주한다. 실패하고 상처받고 싶지 않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움츠러들지 말고 조금이라도 전진할 수 있는 용기를 응원하는 영화다. 2024년이 이루고픈 목표를 향해 갈 에너지를 선사한다.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영화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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