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인구밀도와 저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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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저출산과 관련해 지난달 내놓은 연구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건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경쟁에 대한 압박감 또한 높아져 아이를 덜 낳는다는 대목이다.
저출산을 둘러싼 키워드치고 인구밀도는 비교적 드물게 거론된다.
연구 결과 보육환경이나 사교육 기반, 개인 소득, 물가, 집값 상승률 등 저출산의 원인으로 흔히 언급되는 여건은 예상 외로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거나 미미한 반면 인구밀도는 독립된 여건으로서 매우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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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서울, 과밀 부추기지 않을지 우려
한국은행이 저출산과 관련해 지난달 내놓은 연구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건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경쟁에 대한 압박감 또한 높아져 아이를 덜 낳는다는 대목이다. 인구밀도와 여기에서 비롯되는 몇 가지 조건에 따라 지역별 출산율은 대략 반비례한다.
저출산을 둘러싼 키워드치고 인구밀도는 비교적 드물게 거론된다. 그러나 이 문제가 학계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진 지는 이미 몇 년 됐고, 아쉽게도 별로 조명을 받지는 못 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 진화학자인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 등이 ‘한국 합계출산율의 결정 요인으로서의 인구밀도’라는 제목으로 공저해 3년 전에 내놓은 논문이 일례다.
연구의 목적은 여타의 사회구조 변수를 통제한 뒤에도 인구밀도와 출산율의 상관관계가 의미 있게 드러나는지, 즉 인구밀도가 그 자체로 출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각종 통계분석 장치로 규명하는 것이었다.
연구 결과 보육환경이나 사교육 기반, 개인 소득, 물가, 집값 상승률 등 저출산의 원인으로 흔히 언급되는 여건은 예상 외로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거나 미미한 반면 인구밀도는 독립된 여건으로서 매우 분명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증명됐다. 인구밀도와 출산의 관계를 사회과학 분석 기법으로 들여다 본 국내 첫 연구 사례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 제정 이후 보육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춰 300조원 넘게 쏟아 부었다. 결과는 합계출산율 0.6명대 진입을 카운트다운 하는 오늘이다.
두 저자는 이것이 정책의 실패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자연스러운 진화적 결과라고 말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출산을 미루고 자신에게 투자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다는 것이다. 미혼 청년이나 신혼부부가 대부분 과밀 지역에 모여 살 수밖에 없는 실정에서는 이런 흐름이 더 짙어지고, 전체적으로 출생아 수가 줄어 인구절벽에 봉착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발급될 우리나라 저출산 처방전의 밑바탕에는 기존 저출산 정책이 내포하는 당위적 기능은 유지하고 발전시키되 과밀의 해소를 위해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는 전략이 전제돼야 하고 균형발전은 곧 인구전략이라는 인식이 명시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균형발전 정책을 가다듬어 계승하거나 발전시키고 필요한 부분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이게 장기 과제라면 현실적으로 시급한 건 균형발전을 저해하고 과밀을 유도하는 요소를 찾아 제동 걸고 정비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김포·구리·남양주 등을 서울에 편입시키는 메가서울 구상은 지금의 경제사회 구조를 고려할 때 가치의 확장이 아니라 과밀의 고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적잖다. 일본 도쿄, 미국 뉴욕 같은 메가시티의 경제효과가 자주 언급되는데, 이건 이들 도시 말고도 유력하고 경쟁력 있는 도시가 여럿 존재하는 다극구조가 받쳐줘야 안전하고 유효하다는 지적도 있다.
합계출산율 0.5명대로 저출산이 가장 심각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서울을 팽창시키면서 인구과밀은 억제하거나 해소하는 요술방망이를 구하기란 어렵다. 그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전망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저출산 문제, 나아가 인구론의 관점에서는 위태로운 발상이며 적어도 우선순위를 차지할 정도로 긴요한 과제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김효진 전략기획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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