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이원욱·조응천 민주당 탈당…"기득권 타파 신당 창당"

장희준 2024. 1. 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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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정치 타파…승자독식, 누군가 끊어야"
이르면 12일 신당 구상 발표…힘 받는 제3지대
같은 '원칙과 상식' 소속 윤영찬 의원은 잔류 선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퇴를 촉구해온 혁신계 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은 10일 탈당을 선언했다. 다만 윤영찬 의원은 당에 잔류하기로 했다. 민주당을 떠나는 세 의원은 향후 제3지대 신당 세력을 '빅텐트'로 통합하기 위한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르면 오는 12일 신당 창당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오늘 민주당을 떠나 더 큰 민심의 바다에 몸을 던진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졌다면 이 길을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독선과 독주, 무능과 무책임을 심판해야 하나, 이재명 체제로는 심판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조응천(왼쪽부터), 이원욱, 김종민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기득권 정치를 심판하기 위해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은 두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뽑았다"면서도 "윤석열 정치도, 이재명 정치도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난 2년간 우리 국민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승자독식' 기득권 정치를 지켜보고 있다"며 "누군가는 이 흐름을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의원은 탈당 선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신당 창당' 계획을 밝혔다. 기득권 정치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기득권 타파에) 동참하는 누구라도 함께 하겠지만, 자신의 기득권부터 내려놓고 한국 정치판을 바꾸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 의원도 "원칙과 상식은 뜻이 맞는 모든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기득권을 내려놓고 미래로 가는 개혁에 몰입할 수 있는 세력과 손잡기를 원한다"고 보탰다.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이원욱(왼쪽부터), 김종민, 조응천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칙과 상식'은 이준석·양향자·금태섭 등 신당파와 진영을 가리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방침이다. 조 의원은 '신당 연대로 선거를 마친 뒤 이념 문제로 갈라진 전례들이 있다'는 지적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정강·정책은 타이틀만 가리고 보면 맞출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국민께서 보시는 앞에서 정책과 비전, 가치 등을 놓고 공개적으로 썸을 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도 "기득권 타파 세력과 협력하겠다는 방식 외엔 (연대 여부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와 합류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뒤 물밑작업을 지속해온 이 전 대표는 11일 탈당을 선언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이 전 대표에게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제안을 드리면 동참할 거라 생각한다"며 "그 외에도 다른 여러 분들이, 그동안 새로운 정치를 갈망했던 많은 분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원칙과 상식'이 탈당을 예고한 전날 당내에선 '조기 통합 선대위'라는 중재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들의 탈당을 만류한 것이다. 이 의원은 "큰 집을 떠나 움막조차 없는 곳으로 가겠다고, 오늘 발표하겠다고 국민께 약속했다"며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요구에 관련한) 문제에 대해 지도부가 명확한 판단 없이 기다려 달라고만 하는 것은 국민 앞에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신뢰부터 깨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이원욱(왼쪽부터), 조응천, 김종민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공동행동'을 강조해온 것과 달리 윤 의원이 막판에 잔류로 입장을 선회한 것에 대해서는 세 사람 모두 '안타깝다'면서도 말을 아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까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자신의 지역구 성남 중원구로 출마를 준비하던 '친명(친이재명)계'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이자, 당에 남아 지역구를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김 의원은 "그런 이유로 잔류를 결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감쌌다.

'원칙과 상식' 의원들의 이탈로 민주당 분열 흐름에 속도가 붙으면서, 제3지대 신당파는 힘을 받는 모습이다. 총선을 앞두고 이합집산하는 모습은 선거 때마다 반복돼온 일이지만 여야 전직 대표들이 나선 이번 제3지대는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대 양당의 지지율이 정체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제3지대 빅텐트'가 꾸려질 경우 신당의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공천 적격심사 과정에서 민주당을 이탈하는 현역들의 합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께 퇴원하면서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이런 정치를 이제 종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다 흉기 습격을 당한 지 8일 만이다. 당분간 자택에서 치료를 이어갈 예정으로, 정확한 당무 복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총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만큼 이른 시일 내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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